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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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누구의 삶이든 참 힘들고 고달픈 것 투성이로 느껴질 때가 많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이렇게 발버둥치며 고단하고 괴로운 일상을 감내하고 있는 것일까. 김이설의 <환영>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하나의 가혹한 삶을 보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그의 단편집을 언젠가 읽었는데, 어린 나이에 노숙 생활을 하며 노숙자들과 성행위를 해야 했던 소녀, 생활고로 인해 대리모가 되어야 했던 여대생, 남편과 아이가 죽고 남편의 형이었던 남자와 살게 된 여자, 가족들에게 버려지고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남자의 성적 노리개와 딸이라는 두 가지의 역할을 갖게 된 어린 여자의 이야기 등, 참으로 고통스러운 현실들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이러한 지독한 삶의 이야기는 <환영>에서도 이어진다.  

<환영>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젖먹이 아이를 떼어놓고 고군분투하지만 결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 윤영의 이야기다. 그녀의 삶은 처음부터 순탄치 못했다. 가난에 찌든 집에서, 간암으로 투병하는 아버지의 병원비와 민영, 준영 두 동생의 등록금을 대기 위해 윤영은 대학도 가지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분투한다. 여동생 민영은 꽤 명석하고 똑똑한 편이라 가족들의 기대가 컸지만 항상 어떤 일을 벌려놓고 망하는 것을 반복해서,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집 전세금까지 빼들고 도망간다. 결국 있을 곳이 없어서 들어간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덜컥 아이를 갖게 되어 옥탑방에 살림을 차린다. 고시원 방에서의 그들의 성행위를 묘사한 부분은, 이 지독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명이 눕기에도 비좁은 방이었으므로 둘이 뒤엉키기란 쉽지 않았다. 허리가 꺾이고, 고개가 벽에 눌렸다. 그래도 나는 남편과 함께라면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p.47 중 발췌)'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서야, 남편이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고 심지어는 일을 해 본 적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윤영은 젖조차 떼지 못한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왕백숙집에서 일하게 된다. 하루에 열네 시간씩 일을 하고 받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고, 생활은 항상 위태로웠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빚은 계속 늘어나고 당장의 생활비조차 없는 비참한 생활의 연속에서 결국 윤영은 돈을 위하여 별채를 찾은 손님들에게 몸까지 팔게 된다. '언제나 처음만 힘들었다. 처음만 견디면 그다음은 참을 만 하고, 견딜 만해지다가,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처음 받은 만 원짜리가, 처음 따른 소주 한 잔이, 그리고 처음 별채에 들어가, 처음 손님 옆에 앉기까지가 힘들 뿐이었다. 따지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랬다.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릇을 나르다가 삶은 닭고기의 살을 찢고, 닭고기를 먹여주다가 가슴을 허락하고, 가슴을 보여주다 보면 다리를 벌리는 일도 어려운 일이 못 되었다.(p.58~59 중 발췌)' 이러한 지극히 건조한 문체와 무덤덤한 묘사는, 지독한 현실을 참혹하고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그 와중에도 엄마, 민영 등의 친정 식구들은 그녀에게 전화하여 시도때도 없이 돈을 달라고 한다. 윤영이 어떻게 번 돈인지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이 정도면 거의 흡혈귀 수준이다. 또한 남편은 공부도 거의 안 하고, 윤영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돌이 지나도 아이가 걸을 기미가 안 보이고 병원에서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평생 장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결국 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왕백숙집을 그만두고, 다른 식당에 취업하게 된다. 이미 몇 번을 시험에 떨어진 남편은 공무원 시험 책을 버리고 일을 하러 나가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고 다리에 철심을 박게 된다.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렸던 엄마는 그 남자와 헤어지고 집도 철거되어 오갈 곳이 없어져서 윤영 부부의 옥탑방에 얹혀 살게 되고, 계속 사고만 치던 민영은 인생 역전을 노리며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결국 돈도 몸도 다 잃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어쩌면 이렇게 불행한 일들만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지만 윤영은 가장 나쁜 상황만을 지속적으로 생각해보게 되고, 자신은 아직 가장 나쁜 상황이 아니라는 자각을 하며 살기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남편과 아이의 치료비로 또 돈이 필요했기에, 그녀는 다시 왕백숙집에서 일하게 된다. '나는 누구보다 참는 건 잘했다. 누구보다도 질길 수 있었다. 다시 시작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그렇다. 윤영은 정말 강하다. 그 강함을 나는 갖지 못했다. 저런 지독한 현실을 마주치면 분명 나는 도망치게 될 것이다. 주인공처럼 가족들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몇십 년 전, 부모님의 치료비,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 등을 위해 어린 나이에 상경해 식모로, 평화시장 시다로, 마침내는 호스티스로 일해야 했던 가난한 집의 딸들과 주인공의 삶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낭만적 반성도 윤리적 각성도 할 틈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하지만 아무 데로도 도망치지 않고 벼랑 끝에서 가혹한 이 삶을 살아내는 주인공을 보며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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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2-11-2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코구도님 ^^ 전 안 풀리는 글을 어찌됐든 기를 쓰며 써서 알라딘 서재에 나왔어요. ㅋ 네이버 블로그랑 여기는 좀 틀린군요. ^^
여전히 글은 잘 안 써지시나요? 전 한 걸음 나왔습니다. ㅋㅋ 교코쿠도님도 힘 내요!!
 
독식 비판 -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가 알페로비츠 & 루 데일리 지음, 원용찬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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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한 명의 천재가 수십만, 수백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같은 부자들의 성공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그들을 칭송한다. 하지만 그러한 천재론은 점점 심해져만 가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약자들의 비참한 삶을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은연중에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예를 들자면, 모 대기업 회장은 그 정도의 부와 재화를 누려도 된다고, 그가 한국 경제와 근로자들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그것이 그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그리고 근로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러면 과연 사회가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최상위의 부자들과 나머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경제적 상황에 처해야 마땅한 것인가. 가 알페로비츠와 루 데일리는 <독식 비판(원제 Unjust Deserts)>을 통해 소득 분배와 공정한 사회 질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지식 경제 사회에서는 장기적으로 축적된 지식과 기술, 즉 사회의 공동 자산이 개인의 생산 활동보다 훨씬 크게 부의 창출에 기여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한마디로 일종의 인프라(infra)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예전에 개발도상국이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사회 전반의 기초적인 인프라의 부족을 꼽았던,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한 단락이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지금의 거부들이 과연 지금과 같은 기반이 존재하지 않았던 중세 시대나 제3세계의 최빈국에 있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부를 거머쥘 수 있었을지 의문을 던진다. 물론 그들의 재능을 활용해서 평균적인 동시대인들보다는 잘 살수 있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엄청난 수준의 부를 쌓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굳이 경제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수학이나 과학 등의 새로운 발견과 그로 인한 기술적 진보 역시 단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요소들이 채택되고 재결합되는 일종의 진화적인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고 경제사가 어셔는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개인적 노력으로 기여하여 이룩했다고 보이는 것조차도, 상당 부분은 각 개인이 받은 일종의 유산, 사회적 영향, 행운이 낳은 생산물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는 물질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인 것 역시 포함된다. 물론 개인적인 노력이 유산과 행운보다 의미가 적거나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은 개인은 상속을 받은 만큼 사회를 뒷받침하여 어느 정도 기여할 도덕적 책무(noblesse oblige)를 지닌다. 위에 언급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과 같은 막대한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고 있는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 성공한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공동 자산의 혜택을 어떻게 사회의 정당한 몫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까. 저자들은 결코 그들의 정당한 몫을 몰수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다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압제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해결책으로써 저자들은 상위 1~2퍼센트에 대한 소득 과세 증가, 법인세 증액, 대규모 자본의 사적인 상속에 대한 세금 인상, 종업원 소유 기업에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사회적인 제도들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의 안정성 측면에서 봐도 이 편이 훨씬 낫다. 통계학의 지니 계수(Gini's coefficient)는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하고, 수치가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어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부자들이 부를 누리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명백한 착취다. 첫째 문단에 예로 든, 모 대기업 회장 한 사람이 그 기업의 수많은 근로자들을 먹여살린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고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것은, 규정 외의 노동 시간에 시달리고,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중병에 걸리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받아야 할 마땅한 몫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형제, 자매이며 아버지, 어머니인 수많은 근로자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이 사회에 여러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고 이제는 그들에게, 그리고 모든 근로자들에게, 나아가서 최소한의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그들의 몫을 분배해야 한다. 

"난 몰랐어."
경애가 말했다.
"그게 너의 죄야."
윤호가 말했다.
"그게 모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죄야. 너희 할아버지는 무서운 힘을 마음대로 휘둘렀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요구에 따라 일한 적이 이때까지 없었어. 너의 할아버지는 모든 법조항을 무시했어. 강제 근로, 정신·신체 자유의 구속, 상여금과 급여, 해고, 퇴직금, 최저 임금, 근로 시간, 야간 및 휴일 근로, 유급 휴가, 연소자 사용 등, 이들 조항을 어긴 부당 노동 행위 외에도 노조 활동 억압, 직장 폐쇄 협박 등 위법 사례를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야. 난장이 아저씨의 딸이 읽던 책을 보았어. 너희 할아버지가 한 말이 거기 쓰여 있었다구. 지금은 분배할 때가 아니라 축적할 때라고 쓰여 있었어. 그리고, 너의 할아버지는 돌아갔어.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나누어주지? 너의 할아버지가 죽은 난장이 아저씨의 아들딸과 그 어린 동료들에게 주어야 할 것을 다 주지 않았어. 그리고 너는 그걸 몰랐지? (중간 생략) 이제 네 죄에서 네가 스스로 벗어나야 돼. 지금까진 너희를 위해서 난장이 아저씨의 아들딸과 그의 어린 동료들이 희생을 당해왔어. 지금부터는 그들을 위해 너희가 희생할 차례야. 알겠니? 집에 돌아가면 어른들에게 말해."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의 단편 '궤도 회전' p.152~15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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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고쿠도입니다. 신간추천 페이퍼 작성이 6일까지인데 약간 늦어 버렸네요. ㅜ.ㅜ이번 달에도 참 탐나는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출간일이 10월이라 추천페이퍼에 넣지 못한 책들도 있어요.

 

혼다 테쓰야 <소울 케이지> : 제목을 보고 Sting의 Soul Cage를 생각한건 저뿐만이 아니리라 믿습니다. ^^작가의 전작인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 경시청 소속 히메카와 레이코 경위가 참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소울 케이지>에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로 그녀가 등장합니다. 물론 전작의 등장인물들도 거의 등장하구요. ^^잘린 손목과 대량의 피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남자, 그리고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던 청년...과연 그 잘린 손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뒤에는 어떤 어두움이 숨겨져 있을지, 기대만땅입니다.

 

 

 

 

미쓰다 신조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 예, 바로 그 미쓰다 신조의 민속학과 추리물을 결합시킨 시리즈입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에 이어 드디어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처럼, 어떤 지방의 전설 등을 추리물과 교묘하게 버무린 그 느낌이란! 도조 겐야가 탐정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 <산마...>보다 <잘린 머리...>가 더 재미있었는데, 이번의 <염매...>는 어떨지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가흠 <나프탈렌> : 예, 이제 한국 순문학 차례입니다. 지난달쯤 교보문고 안을 거닐다가 한국문학 코너에 이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위시리스트에 넣어 뒀습니다. 몇 년 전에, 백가흠의 <조대리의 트렁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의 '대리'는 직급이 아니라, 대리운전 기사를 칭하는 표현입니다. 은근히 암울한 내용의 단편집이었다고 기억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어두운 서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비틀거리는 인간 군상에 대해 다룬 이 책이 끌리는 것은 당연할지도요. ^^

 

 

 

 

 

마르틴 하르니체크 <고기: 어느 도살자의 이야기> : 드물게 동유럽 작가의 책이 나왔네요. 카렐 차페크, 밀란 쿤데라 등 기라성같은 작가들이 동유럽 출신이지요. 그럼에도 아직 제게 동유럽은 일종의 철의 장막으로 가리워져 있는듯 합니다. 이 책 <고기>는 공산정권 통제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의 암울했던 모습을 풍자하기 위해 쓰여졌고, 가장 무자비한 정치 호러 소설이라 불리워집니다. 모든 범죄에 대한 처벌이 '도살' 한 가지라니, 게다가 둘이 모여 대화를 나눠도 도살, 경찰에게 저항해도 도살, 고기가 부족한 날에도 도살...어떻게 생각하면 신자유주의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지배되는 지금의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 같기도 합니다.

 

 

 

그 외에, 굉장히 읽고 싶지만 출간일이 10월이라 추천할 수 없었던 책들:

 

마쓰모토 세이초 <점과 선> : 동서문화사의 조악한 번역은 상당히 골치를 아프게 하는데, 이번에 모비딕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된 세이초의 장편 <점과 선>입니다. 세이초의 작품은 나오는 대로 무조건 읽고 있는데, 역시 거장입니다.

 

 

 

 

 

 

 

 

 

 

요 네스뵈 <레오파드> : <스노우맨>을 읽고, 요 네스뵈의 작품들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전작에 등장했던, 살인마 스노우맨에게 손가락과 연인을 동시에 잃은 알콜중독 형사 해리가 이번에도 등장합니다. 예약판매로, 아직 출간되지 않았고 15일에 출간된다고 하네요.

 

 

 

 

 

 

 

 

 

윌리엄 깁슨 <카운트 제로> : 희대의 사이버펑크 소설 <뉴로맨서>를 쓴 윌리엄 깁슨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뉴로맨서>의 후속편 격이라는데, SF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장르인 사이버펑크라는 이유만으로도,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12기에도 지원하고 싶지만 영 자신이 없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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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고쿠도입니다. 이번 달에도 역시, 꽤 끌리는 책들이 많이 있네요. ^^순문학 쪽에서는 김연수가, 추리물 쪽에서는 미야베 미유키가 단연 눈에 띕니다.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고백하자면 저는 뒤늦게야 김연수의 팬이 되었습니다. 작년쯤인가에 우연히 <7번 국도 revisited>를 읽고 완전 열광했었거든요.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1997년에 출간된 <7번 국도> 원본도 어렵게 구해 소장하고, <스무살>은 애타게 구하고 있으나 아직 구하지 못했고, 그의 가장 처음 작품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는 제 서재에 보란듯이 꽂혀 있습니다. ^^김연수의 작품들은 뭐랄까, 절대 실망시키지 않더라구요. 더욱이 다작을 하는 편이라 기다림의 초조함이 덜한 점도 좋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해외에 입양되고 작가가 된 카밀라의 이야기인데,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김연수 특유의 감성이 참 기대됩니다. ^^

 

 

 

미야베 미유키 <안주> : 여기서의 안주...는 술안주가 아닙니다. ㅋ暗獣(어두운 짐승)이라는 뜻을 가진, 미야베 미유키가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북스피어의 미야베 월드 2막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작인데, 나올 때마다 읽었고 결코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불가사의한, 미스테리한 상황이 자연스레 풀려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치유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전작 <흑백>에 나왔던 오하쓰가 등장하는데, 전작과 완전히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고 단편집이기 때문에 꼭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무리는 없을듯 합니다.

 

 

 

 

 

아비코 다케마루 <탐정영화> : 소설 <살육에 이르는 병>, 그리고 그 유명한 게임 <카마이타치의 밤>의 원작을 쓴 그 아비코 다케마루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등과 함께 신본격 작가입니다. 저는 본격도, 사회파도 다 좋아하기 때문에(원래는 본격을 더 좋아했지만 지금은 세이초 같은 사회파도 좋아요. ^^) 이번의 아비코 다케마루의 신작을 보니, 게다가 트릭을 중시하는 작품이다 보니 더욱 끌리지 않을 수 없네요. 심지어는 표지마저도,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 <한국 추리소설 걸작선> : 사실 한국의 추리물 시장은 거의 죽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일본, 유럽 추리물이 수없이 번역출간되는 반면 국내 작품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봐도 됩니다) 그만큼 한국은 추리물이나 장르문학의 불모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씁쓸함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한국 추리작가협회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30년대를 풍미하던 김내성부터 최근의 젊은 추리작가들까지 두 권의 두꺼운 책으로 한데 모아 출간한 것을 보고 완전,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두권짜리라 뽑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 용기를 내어 올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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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여자 2012-09-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제가 추천하려고 담아논 책들이랑 거의 겹치네요! 교고쿠도님 페이퍼 보고 '앗차 안주도 넣어야지'하고 있습니다ㅎㅎㅎ

교고쿠 2012-09-03 17:00   좋아요 0 | URL
오, 반갑습니다. ^^
아무래도 이번 기수 분들은 유럽쪽 소설을 더 좋아하시는듯 하여 약간 낙심해 있었는데 동지를 만난 기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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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고쿠도입니다. 이번 달 역시 눈에 띄는 재미난 책들이 많은 것 같아 흐뭇합니다. 특히 문자, 메일로 신간알림을 신청해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굉장히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하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기수에서는 제가 선정작을 영 못 맞추고 있는 것 같아서 약간은 의욕이 꺾이지만, 그래도 쫄지 말고 당당히 제가 좋아하는 책들 열심히 추천하려구요. '_'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 일본 추리물 중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읽는 몇몇 작가들이 있는데, 그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의 작품들은 '정말 대단한 것'아니면 '그다지 감흥이 없는 것'으로 편차가 큰 편이라 생각되지만요. (유카와 교수 시리즈, 가가형사 시리즈는 대부분 훌륭한데, 추리물을 빙자한 불륜이야기-_-였던 <새벽 거리에서> 같은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이번 신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과연 어떨지, 작품 소개로 봤을 때는 꽤 흥미진진해 보입니다. 유카와 교수의 가가 형사의 뒤를 이은 새로운 캐릭터, 닛타 고스케 형사의 활약이 기대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 없이 가면을 쓰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 <잠복> : 일본 추리물의 대부, 마쓰모토 세이초입니다. 모비딕과 북스피어, 두 출판사가 공동으로 '세이초 월드'시리즈를 번역출간하고 있는데 참 반가운 현상입니다. 저번에 출간된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와 <미스터리의 계보> 역시 굉장히 흥미진진했는데, <잠복>은 지난달 추천페이퍼 작성할 때 추천하려고 했으나 출간일이 7월이라 아쉽게도 추천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추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복>은 세이초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인데, 개인적으로 장편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쇼부를 보고 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단편을 선호하는 터라 완전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이초는 처음에 등단할 때도 나오키상이 아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는 등 순문학과 추리물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문학성까지 갖춘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물은 흥미 위주의 장르라는 편견을 단번에 격파한 세이초, 그의 작품들이 앞으로 모두 출간되었으면 좋겠어요.

 

 

노리즈키 린타로 <요리코를 위해> : 꽤 실력있는 작가인데 한국에는 아직까지 번역출간된 작품의 수가 얼마 안 되는, 노리즈키 린타로입니다. <요리코를 위해>는 그의 '비극 삼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랍니다. 다른 두 작품인 <1의 비극>, <또다시 붉은 악몽>도 앞으로 출간되겠지요? 개인적으로 유머러스한 희극보다는 장중한 비극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비극 삼부작이 모두 읽고 싶어집니다. ^^

 

 

 

 

 

 

 

전경린 <최소한의 사랑> : 저는 묘하게도 유명 작가들의 초기작이 참 좋아요. 등단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종의 풋풋한 느낌이랄까, 감성적인 그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배수아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랩소디 인 블루>, <바람인형>, 천운영의 <바늘>, 박민규의 <카스테라>,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연수의 <7번 국도(revisited 말고 1997년에 출간된 초판이 더 마음에 들어요! ^^)>, <스무살> 등, 의외로 저는 90년대적 감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전경린의 작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즘 작품들보다는 초기작인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이거 정말 최고! 저는 이 작품집을 읽고 팬이 되었습니다)>, <물의 정거장> 등...그 뒤로는 약간 통속적인 내용으로 변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요. 그런데 오랫만의 그녀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초기작의 그 감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설레이는 마음입니다.

 

 

김애란 <비행운> : 고백하자면 저는 문학적 편식이 참 심합니다. 한번 필이 꽂힌 작가는 모든 작품을 읽어야 직성이 풀리지만, 인기가 좋고 남들이 좋다고 말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내가 내키지 않으면 끝까지 안 읽습니다. 아마 그래서 놓친 좋은 작품들도 꽤 많겠지요...실은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등도 안 읽었습니다. 왠지,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신작인 <비행운>은 책 소개를 보고, 뭔가 가슴에 팍 꽂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삶의 동경, 그리고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아, 이건 완전 나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이것을 추천리스트에 올리게 됩니다.

 

 

 

이번달 추천은 일본 추리물 3권, 한국 순문학 2권으로 꽤 저다운 리스트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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