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있었다.  학교 수업에 열중하다보니 어제까지가 신간도서 페이퍼를 작성하는 마감 기간인줄 몰랐던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페이퍼 작성이라서 오프라인 서점을 통해서 2월에 나올 신간도서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신중하게 고르려고 했었는데 그럴 시간도 충분하지 못했다.    

그 전에는 간략히 소개된 서지정보만으로 5권씩 고르곤 했었는데 막상 선정되어서 읽어보게 되면 이전에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과 달라서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급하게 부랴부랴 읽고 리뷰를 올릴 때도 있었다.  

그 후로 신간평가단 활동이 슬슬 끝나갈 무렵에서야 유익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선정하는 과정 역시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이라도 직접 봐야 알 수 있다듯이 옛 현인들의 말씀이 옳은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문/과학/사회과학]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기에는 개인적으로 버거웠던 부분도 있었다.  어떤 분야의 지식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신청했던터라 몇 권의 선정도서 같은 경우에는 그 책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래서 현재 나의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취향 위주의 활동이 아닌 몇 몇 평가단분들과 교류함으로써 다른 분들의 신간도서 페이퍼를 통해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분야와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키워드를 소개하는 책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고작 한 기수 활동한 신간평가단이었지만 경험상으로 볼 때 신간평가단 활동은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여 단순히 신간도서 정보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서도 다른 지식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수 모든 분들과 함께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지만  만약에 다음 기수 분야에도 이렇게 하게 된다면 이번 8기 [인문] 분야 신간평가 활동의 문제점인 과학, 역사 분야 도서 미선정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심 9기 [인문] 분야에도 재신청하고 싶지만 우선적으로는 나보다 더 인문 분야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되도록이면 많이 활동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양보하고 싶다.  인문학적 내공을 연마한 뒤에 다음 기수 때 도전하고 싶다.     

이번 마지막 신간도서 페이퍼는 딱히 소개하고 싶은 도서가 없어서 요즘 읽고 있는 신간도서 위주로 소개하면서 페이퍼 작성을 마무리하고 싶다.   지금까지 다른 분들 페이퍼를 확인해봤는데 마지막 선정도서 두 권이 어떤 책이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요즘 읽고 있는 신간도서 #1  

 

 

 

 

 

 

   

  

버트런드 러셀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을 만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니,,  책의 저자인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구판 제목: 골드바흐의 추측) 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단순히 어느 수학자의 일생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어렵기만한 수학 이론을 독자들을 위해서 소설 형식으로 재미나고 명쾌하게 소개했다는 점에서 크나큰 장점인데 이번에 나온 그의 신작도 장점이 유지되어 있으며 특히 아포스톨로스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물론 만화 형식이라서 쉬운 것은 아니다. 러셀의 논리학 사상에서부터 칸토어의 집합론, 비트겐슈타인,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 등 다양한 논리학 이론들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칸토어의 집합론에 대한 내용은 쉽지가 않아서 이 두 권을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을거 같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 괴델이 등장하지만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내용은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는데 괴델의 이론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책으로는 레베카 골드스타인의 <불완전성>이 있다.다. 이 책 역시 괴델의 생애와 사상을 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지금 <로지코믹스>와 같이 읽고 있는 것이 <러셀 자서전>이다.  <로지코믹스>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러셀의 생애는 자서전에 비하면 50%에 불과하다.  그리고 <로지코믹스>는 100% 논픽션 형식이 아니다.  책의 저자가 소설가인만큼 이 책도 소설 특유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서 러셀의 생애에 대한 내용 중에는 약간 픽션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러셀의 실제 삶과 생각을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서는 러셀 본인이 직접 쓴 자서전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다.  

 

요즘 니체뿐만 아니라 러셀의 사상에도 급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때마침 또 한 권의 러셀의 글이 번역되었다. 

  

       러셀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 이데올로기 등  

       광기와 비극의 역사를 생생하게 목격함으로써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들을 많이 썼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사회적인 문제와 현상에 대한      
       에세이 또는 칼럼 형식의 글을 모아 출판한 책이 많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예전에 이미 소개된 글을 담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단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였다.  

  

   

  

 

 요즘 읽고 있는 신간도서 #2  

 


 

      

 

  

 

 

    

 

8년 전에 구판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다.  미국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백인들에 의해서 은폐되어 가려져야만 했던 인디언의 역사들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단순히 인디언 족의 역사의 고전이 아닌 미국 역사의 고전이기도 하다.  개정판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이 책 역시 바로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다행히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총서> 시리즈가 독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  

 

        

 

 

 

 

 

 

 

이 책의 저자가 알라딘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줄 몰랐다. 또 한 번의 나의 무지함을 드러나는 순간이다.   람혼님의 서재에서 우연적으로, 그리고 감명 깊게 읽은 글이 국내에 번역 출간하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내용이었다.  람혼님의 글도 읽어보면 좋은 글이 많은데,,,  내공이 많이 부족한 탓이라 아직 그 분의 또 다른 글을 읽어보지 못했다.  내 생각이지만 이 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에 선정된다면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8기 [인문/과학/사회과학] 분야 신간도서 평가단 여러분들  

지난 6개월동안 활동하시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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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3-17 13:17   좋아요 0 | URL
ㅎㅎ 귀여워요, 시루스님!
그냥 9기도 하시면서 내공 키워나가셔도 좋을 듯한데...ㅎ
알라딘 서평단은 나름 좋긴한데
그노무 '알리딘 증정'이란 책도장이 영 맘에 안 들어요.ㅠ

cyrus 2011-03-18 14:48   좋아요 0 | URL
ㅎㅎ 생각보다 ' 증정 ' 표시 도장이 확 눈에 띄더군요..^^;;

하이드 2011-03-17 13:38   좋아요 0 | URL
헉, 사유의 악보 저자가 람혼님이셨어요? 몰랐네요. 이 시리즈 중에선 총서 두번째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cyrus 2011-03-18 14:49   좋아요 0 | URL
두번째 시리즈도 알라디너분들 사이에서 관심이 많던데요 ^^
내용면에서는 정말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시리즈입니다. ㅎㅎ

람혼 2011-03-21 01:26   좋아요 0 | URL
네, 하이드님, 접니다.^^ <사유의 악보>도 읽어주신다면 영광이죠.^^

맥거핀 2011-03-17 15:32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미하게나마, 이번 신간평가단 내에서 조금이라도 교류들이 이루어졌다면, 다 cyrus님 덕분입니다.^^

cyrus 2011-03-18 14:5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요즘에는 복학하고나니깐 알라딘 서재에 들릴 일이
줄어들어서 일일히 댓글 달지 못해서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쉽싸리 2011-03-17 15:40   좋아요 0 | URL
그래요. cyrus님이 댓글로 많이 주시고 해서 참 좋았어요.
계속 좋은 독서 많이 하시고 보람찬 학교생활을 하세요.

이번에 선정은 8기가 하지만 독서는 9기가 할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cyrus 2011-03-18 14:52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 활동이 끝나더라도 교류의 인연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blanca 2011-03-17 23:07   좋아요 0 | URL
<러셀 자서전>도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 다오>도 읽고는 싶었는데 분량 때문에 망설였던 책들이에요. 시루스님 리뷰가 기다려집니다. 수고 많이 하셨네요.

cyrus 2011-03-18 14:53   좋아요 0 | URL
이번 달 신간도서 두 권도 얼른 읽어야하는데,,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herenow 2011-03-18 15:48   좋아요 0 | URL
반갑네요 <로지코믹스> ㅋㅋ
벌써 신간평가단 활동을 마무리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왠지 짠 합니다.
cyrus님은 계속 평가단 활동을 해주었음 했지만, 이것 아니라도
'남아수독오거서'로 꾸준히 많은 책 읽고 글 올리실거라 생각하기에
오히려 더 자유로운 글들 기대해 봅니다. ^ ^

cyrus 2011-03-20 01:06   좋아요 0 | URL
오히려 신간활동 안 할 때가 독서가 자유로웠던거 같아요.
근데 지금은 학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독서의 시간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좀 아쉽기도 하네요 ^^;;
저도 나우님의 다양한 독서 내용들, 기대할께요 ^^

꽃도둑 2011-03-18 18:05   좋아요 1 | URL
페이퍼에 먼댓글은 안보이던데..따로 작성하셨군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저 표지 그림이 앉은황소(?) 맞나요?... 저도 한 때 인디언 역사에 관한 책들에 빠져 있은 적 있었는데... 읽다보면 화가나죠...특히 시애틀 추장이 쓴 것이라 알려진 글은 무엇보다 큰울림이 있어요. 읽어보셨나요? 아직이라면 함 읽어보길 권합니다. 필사를 해도 좋구요.

사이러스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웠고요...,^^

cyrus 2011-03-20 01:07   좋아요 0 | URL
왼쪽 표지의 책이 이번에 새로 나온 개정판이에요.
혹시 시애틀 추장의 글이라면 류시화 시인이 쓴 두꺼운 잠언집에서
본 적이 있었던거 같아요. 그 책 속에 시애틀 추장의 글 이외에도
정말 좋은 명구들이 수록되어 있느데 또 읽고 싶어지네요.

꽃도둑님도 수고하셨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3-19 04:03   좋아요 0 | URL
진짜 좀 아쉽네요.
인문 분야의 신간평가단 도서를 보며 내심 혀를 내둘렀었는데,
그리고 님이 엄청 존경스러웠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하시는 뉘앙스라니~ㅠ.ㅠ

전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천재이야기를 읽었어요.
그래서 로지코믹스는 안 읽고도 장담할 수 있어요.
사유의 악보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구요.

암튼, 수고하셨어요~^^

cyrus 2011-03-20 01:11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은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 책도 읽어보면 무척 재미있을거 같아요.

사실 공짜 책 받아서 정말로 좋았었는데 막상 활동하다보니
정작 읽고 싶은 책을 못 읽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신간평가 활동은 안하더라도 신간도서에 대한 관심은
쭉 가질려고 해요. ^^

람혼 2011-03-21 01:28   좋아요 0 | URL
제 책에 깊은 관심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세계문학'에 대한 글을 이미 읽으셨군요, 꼼꼼한 독서 해주셔서 더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부디 다들 글들도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 선사해드릴 수 있다면 저자로서 참 기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cyrus 2011-03-21 08: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람혼님.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우연히 아는 분의 소개로
님의 글을 읽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

햇빛눈물 2011-03-25 13:31   좋아요 1 | URL
아, 러셀 자서전을 읽으시는군요. 저도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이 책입니다. 읽으면서 우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모르는 용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또다른 생각은 예전의 리영희 선생의 <대화>란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건데, 이런 세기적 인물들의 인생을 들어보면 그 사람에 버금가는 사람이 항상 같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러셀에게는 화이트헤드겠죠, 아니면 디킨슨이라든다. 제 주위를 한번 둘러봅니다. ㅋㅋ

cyrus 2011-03-25 15:43   좋아요 0 | URL
<로지코믹스>보다는 러셀 <자서전>이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분량도
좀 두껍고 두 권짜리이지만요,, ^^;; 그리고 마침 리영희 선생의
산문선인 <희망>을 틈틈이 읽고 있는 중인데 러셀과 리영희 선생의
생각을 겹쳐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워요.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클래식 20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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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아, 거울아.   

 

 

 

어린이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에는 백설공주의 아름다운 미모를 시기하는 마녀가 마법 거울을 통해서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읽었던 어른들도 생생히 기억나는 <백설공주>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이다.  

백설공주의 계모로 새 왕비가 된 마녀는 자신만의 방에 걸려 있는 마법 거울에게 질문을 하는데 거울은 마녀의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왕비가 "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가장 예쁘지? " 라고 물으면, 거울은 " 여왕님이십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거울의 대답에 마녀는 자신이 이 나라의 최고의 미인된마냥 자아도취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마녀의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백설공주가 어여쁜 여인으로 자라게 되면서 항상 마녀가 예쁘다던 거울은 마녀가 아닌 백설공부가 더 예쁘다고 대답을 하게 된다.   

자신보다 더 예쁜 백설공주의 미모를 향한 질투심에 불타오른 마녀는 수차례나 백설공주를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마녀는 사과를 파는 노파로 변신하여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건네주면서 백설공주가 죽어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웃나라 왕자와의 극적인 만남으로 백설공주는 다시 살아남게 되고 왕자를 사랑하게 되어 이웃나라의 새 왕비가 된다.

백설공주가 죽은 줄 아는 마녀는 다시 한 번 거울에게  " 누가 가장 예쁘냐? " 고 묻는다.  거울은 " 왕비님이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그러나 새로 왕비가 된 백설공주가 당신보다 천 배는 아름답습니다 " 라고 대답한다.   마녀는 거울의 대답을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백설공주를 죽였으며 분명히 두 눈으로 똑똑히 온 몸에 독이 퍼져 죽어가는 백설공주를 봤었는데,,,     백설공주가 아름답다는 거울의 대답을 듣고난 뒤 실성해버린 마녀는 거울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바닥에 부딪힌 거울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어린 시절에 동화 <백설공주>를 읽었을 때는 마녀가 마법 거울을 깨뜨린 이유를 백설공주가 이쁘다고 말한 거울의 대답을 듣게 된 이후 생긴 단순한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단순히 거울의 대답 때문에 마녀가 홧김에 거울을 깨뜨렸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실체를 눈 앞에 확인하게 되면서 생긴 불신과 혐오로 인한 분노였을지도 모른다.   

마녀가 제 스스로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을 때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 왕비의 얼굴이 아니었을 것이다.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가 만들어낸 분노와 광기에 사로잡힌 주름 투성이의 중년 여성의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자기 자신을 예쁘다고 치켜세운 거울의 대답을 듣고 자란 마녀가 실제로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게 되면 큰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완벽함 ' 에 대한 인류의 환상

비록 자신의 모습이 예쁘든 못 생겼든 간에 마녀는 자기 자신을 예쁘다고 말하는 거울의 대답을 듣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미모를 갖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겨결국에는 마녀가 바라본 마법 거울은 완벽을 꿈꾸는 인간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허상적인 도구인 셈이다.  

어느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완벽하고 영원불멸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었던 마녀의 환상처럼 인간은 언제나 완전한 존재나 가치에 대해 동경해오고 있었다.  

  


 

피터르 브뢰겔 <바벨 탑> 1563년 

 

' 노아의 홍수 ' 이후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건설했던 바벨 탑은 오늘날에는 인간의 허영과 오만이 만들어낸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허영과 오만 뒤에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혐오와 불신으로 가득한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완벽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끝없는 환상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르주 루오 <늙은 왕> 1937년

 

헤라클레스와 같은 힘이 센 장사라도 죽음 앞에는 어쩔 수 없다.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알렉산더 대왕의 대제국은 그가 33세라는 짧은 나이에 죽음을 맞는 순간부터 거대한 제국은 한순간에 붕괴되었으며 고대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인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서 20여 년 간 중국 대륙을 다녔지만 그 역시 죽음이라는 운명을 거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거대한 땅덩어리에다가 수많은 휘하의 군사력을 보유하였으며 머리 위에는 화려한 왕관을 씌우고 있는 권력자라고 해도 늙어가는 세월의 흐름과 죽음 앞에서는 부질 없는 것들이다.  

이런 인류의 생로병사를 바라본 인간은 불완전하고 모순으로 가득한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기 시작하였고 결국에는 영원불멸의 힘을 가진 완전한 존재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신(God)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의 발명품 신은 오랫동안 서양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니체의 사상에 대한 수많은 오해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신은 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자기 혐오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지금까지도 사상적 명언으로 남아 있는 ' 신은 죽었다 ' 라고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 신은 죽었다. '  

니체의 사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독자들 특히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니체의 말이 불편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니체의 사상을 몰랐었을 때는 신의 죽음을 선언한 니체의 말이 극단적인 무신론주의자의 말처럼 들리곤 하였다.  

니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의 죽음'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등장하는 위버맨쉬(Übermensch, 초인) 사상이다.  그러나 이런 니체의 사상들은 대중중들 사이에서는 썩 좋지 않은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이 왜곡된 사상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해하기가 수월하지 않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사상이기도 하다.  

니체의 사상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관념적으로 치우친 서양 사상의 흐름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신에 대한 믿음과 종교적 신앙을 강조해온 기독교 사상의 영향을 받고 있는 그 당시 유럽 사회에서 니체의 ' 신의 죽음 ' 선언은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기독교 신자들은 니체의 책과 사상이 불온하고 위험한 악마의 사상이라고 여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신의 관념적인 가치를 뛰어넘어 자기 자신을 초극해나가는 모든 가치의 창조자로서 상징되는 차라투스트라, 즉 위버맨쉬는 한 때 군국주의 시절에는 전쟁을 찬미하는 영웅으로 왜곡되기도 하였다.  오빠의 명성을 이용하여 독일의 히틀러의 총애를 받고 싶어하던 여동생 엘리자베스의 무자비한 왜곡 때문에 니체는 ' 전쟁 옹호론자 ' , ' 독일 군국주의의 화신 '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위험한 책일까? 

사실 니체가 지금까지 남긴 수많은 저서들은 아포리즘을 모아놓은 듯한 일종의 문학적인 글을 취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시를 보는 거 같은 느낌도 들게 된다. 그러나 니체의 문장은 읽기가 쉽지 않으며 단 한 번만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많다. 이렇다보니 니체의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나올 수 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1부 내용 중에는 ' 전쟁과 전사들에 대하여 ' 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는데 제목만 봐도 전쟁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왜곡된 인식 속에서 이 내용을 읽게 되면 언뜻 니체가 전쟁을 옹호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적을 찾아내어 자신의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그대들의 사상을 위해!  그대들의 사상이 패배할지라도 그대들의 솔직함은 아직 승리를 외쳐야 한다!    그대들은 새로운 전쟁에 대한 수단으로 평화를 사랑해야 한다. 오랜 평화보다 잠깐의 평화를 더 사랑해야 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일이 아니라 싸움을, 평화가 아니라 승리를 권한다.  그대들의 일이 싸움이고, 그대들의 평화가 승리이기를!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홍성광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p 105 -

 

엘리자베스는 니체가 역설하고 있는 차라투스트라의 위버맨쉬를 궁극적으로 승리만을 목표로 하는 영웅으로 과대포장하였고 히틀러와 같은 군국주의자들은 엘리바제스의 화려한 과대포장을 제대로 뜯겨 보지도 않은채 받아들었다. 니체의 문장을 문장 자체의 뜻대로 이해를 해버린 것이다.  

여기서 니체가 말하는 ' 전쟁 ' 은 군국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살육의 전쟁 놀이는 아니다.  살아가는데 지금보다 보다 나은 삶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치열한 자신만의 싸움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 자신만의 싸움 ' 에 임하기 위해서는 불완전함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운명과 자아에 대해서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우선이며(Amor fati, 운명애) 그것을 극복하여 자신의 삶을 초연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능동적인 인간이 바로 위버맨쉬라는 것이다. 그런 자신만의 싸움을 이겨낸 위버맨쉬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승리이며 평화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니체가 정말로 죽이고 싶어했던 것

그리고 니체가 신을 죽었다고 사형선고를 내림으로써 위버맨쉬야말로 신의 존재를 뛰어넘는 인간의 삶을 구원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니체는 위버맨쉬를 통해 기독교적 교리를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인간을 초월하는 초감각적인 존재를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초감각적인 신 앞에서 치유할 수 없는 병을 낫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해봐도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 교리를 바라 본 니체는 신에게 구원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모습이 본연한 삶의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각하였다.          

 


 

수많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 빛나는 졸업장 ' 을 받게 되는 기쁨도 잠시  

치열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현빈, 김태희처럼 외모가 출중한 미남, 미녀가 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비용을 성형 시술에 투자한다.  그리고 취업을 하기 원하는 젊은이들은 삼성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끼니와 잠을 거르면서 도서관에서 TOEIC과 자격증 공부를 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완벽한 사람이 되려는 목표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들 중에서는 자신의 못생긴 외모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다거나 4년제 대학보다도 못한 지방대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장래의 취업 전선에 대해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 인생의 낙오자 ' 혹은 ' 루저 ' 라고 규정함으로써 부족한 모습만 바라보고 자신 스스로 열등감과 욕구 불만에 가지게 된다.     

그런 열등감을 피하고 삶의 위안을 삼기 위해서 어떤 이들은 신을 광적으로 믿어야하는 극단적인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한 번 빠지면 영원히 헤어날 수가 없는 이유는 부족하기만한 자신이 처한 현실과 삶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느끼게 될 허무함과 굴욕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결국 ' 신의 죽음 ' 이라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삶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자기혐오, 불신이 만들어낸 회의적인 감정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여기서  신의 뜻을 기독교의 신, 예수, 유태교의 야훼쯤으로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니체의 생각을 철저히 왜곡하는 것이다. 니체는 비록 고통스러운 삶이라도 그대로 똑바로 직시할 줄 알아야 하며 어떤 부정적인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에의 의지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극복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니체가 꿈꾸는 그런 인간상이 바로 위버맨쉬인 것이다.  

 

 

  즐겁지 않고 삶을 어떻게 견디랴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 

 

많은 것을 보려면 자기 자신을 단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산을 오르는 자에게는 모두 이런 혹독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깨달음을 구하는 자로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한다면 모든 사물의 눈에 보이는 근거 이상의 것을 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모든 사물의 근거와 그 너머를 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자신을 넘고 올라야 한다. 위로 저 위로, 그대가 바로 별 위에 오를 때까지!     

그렇다!  나 자신과 나의 별들을 내려다보는 것, 나는 그것을 정상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나에게 남겨진 최후의 정상이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 제3부 [방랑자] 중에서, p 251 -  

 

니체의 책을 읽게 되면 어느 한 줄 버릴 게 없는 감명 깊은 구절을 만나게 된다. 그런 구절을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전기가 통하는 찌릿함 같은 전율이 가슴 속에 느껴질 정도이다.   

나약한 모습에만 안주하지 말고 삶을 긍정함으로써 자신의 삶에도 실존적인 가치를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니체의 아포리즘은 오늘날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원한 오아시스가 되어준다.

<차라투스트라>를 먼저 읽었거나 그 밖에 다른 니체의 저작을 먼저 읽게 되면 니체의 사상이 생각보다 어둡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니체의 생애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조숙한 성격 탓에 그리 밝지 않는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 살아 있는 종합병원 ' 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통과 위장 장애를 달고 살았다. 자신의 인생 중에서 첫 사랑이었던 루 살로메로부터 두 번이나 실연을 당한 아픔을 겪어야했고 그 후로부터 고독한 인생의 방랑자로서 살기 시작했다. 만년에는 정신 이상 증세까지 그를 덮쳐오면서 미친 사나이가 되어버린 채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가 땅 속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사람들은 니체라는 사람을 광기로 가득한 사상가로 인식하였다.    

사실 니체의 삶 속에서 그에게 그나마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하면 아버지가 살아있었을 때 시절, 24세라는 젋은 나이에 교수가 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멋쟁이로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을 때 그리고 니체의 가슴을 한 때 불태우게 만들었던 바그너와 루 살로메와의 교제 기간이었을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인생은 어렸을 때 생기게 된 온갖 병마와의 싸움 그리고 바그너와 루 살로메와의 결별 이후 겪은 고독의 시간들이다.    

 


 

앙리 마티스 <춤> 1910년

그러나 불행으로 점철된 삶과 다르게 니체의 사상은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자신의 사상에 영향을 준 쇼펜하우어와는 다르게 니체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차라투스트라는 니체가 만들어낸 자신의 아바타라고 볼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도 마을을 떠나 산 속에서 혼자서 10년동안 지내게 되는데 니체가 교수직을 그만 둔 이후에 시작한 10년간의 방랑 생활이 연상된다.  방랑 생활 기간 중에서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집필 계획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차라투스트라>이다.  책 속 주인공 차라투스트라가 10년 간의 은둔 생활 끝에 마을에 내려와서 ' 신의 죽음' 선언과 위버맨쉬 사상을 주장한 것처럼.   

니체에게 <차라투스트라>를 위한 집필 기간은 그동안 겪어왔던 삶의 풍파를 견대내고 잊어내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니체는 ' 차라투스트라 ' 라는 고대의 인물을 자신만의 아바타로 만들어 불우한 삶을 겸허이 받아들어 스스로 극복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사상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비유와 알레고리로 이루어진 아포리즘으로 가득찬 그의 글이 오늘날의 독자들이 쉽게 읽혀지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니체가 쓴 아포리즘들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글이 아닐까 조심스레 상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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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15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니체' 역할을 맡은 배우라면, 캐릭터를 잡는데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는 막연할지 몰라도, 이 리뷰를 읽으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

아, 예전에 나온 책은 대부분 '짜'라투스트란데, 요즘은 '차'라투스트라군요. '차'는 왠지 어색하지 않나요? '짜'가 훨씬 친근한 느낌.. 후훗.

cyrus 2011-03-16 00:44   좋아요 0 | URL
원래 우리말 정식 표기대로 하면 '자'라투스트라인데 요즘에는
'차'라투스트라가 많이 사용되서 그렇게 쓰고 있다고 하네요.
아마도 독일어 원어 발음대로 하면 '짜' 가 되지 않을까요. ^^

마녀고양이 2011-03-1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리뷰예요... ^^

니체가 몸이 약했지요? 천재성이 번뜩이고?
사이러스님의 리뷰가 좋은 부분을 제대로 찌른거 같은데요.. 아마, 초인은
니체가 간절히 원하던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철학가든 심리학자든
자신에게 가장 모자란 부분, 절실한 부분을 체계로 세우는 면이 있대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요....)

거울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김에 거울의 상징에 대한 책을 뒤졌는데
못 찾았어요.. 예전부터 거울 상징을 한번 알아보고 싶었는데... 엄청 다양하더라구요.

cyrus 2011-03-16 00: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댓글이 저의 생각을 제대로 간결하게 표현하셨네요.
사실 백설공주 이야기는 그냥 그전부터 개인적으로 생각했던거에요.
거울의 상징에 대한 이야기,, 너무 궁금하네요. 시간만 된다면
이와 관련된 글이라도,,,^^;;

양철나무꾼 2011-03-16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하면 되게 웃기지만, 전 니체의 저 책을 중3 겨울방학때처음 읽었어요.
그 후에 몇번 더 읽었는데...완독의 경험이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해두고라도, 뜻도 아직 제대로 이해 못했었는데...님의 리뷰를 읽으니 그나마 윤곽이 뚜렷해지는걸요.

참 좋아요, 백개쯤 추천을 날리고 싶어요~^^

cyrus 2011-03-17 11:01   좋아요 0 | URL
니체의 저작을 읽을 때는 꼭 개론서랑 같이 읽으면 좋아요.
원전 그대로 읽으면 좋긴 좋지만,, 니체의 생각을 왜곡되어 받아들일수
있거든요,, 니체의 글이 운문 형식이라서 시적인 문장이 많아서
여러번 읽으면 읽을수록 감명 깊은 구절이 많은거 같습니다.
 

 

  

"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

- 버나드 쇼의 묘비명 -

 

 

 

  

 


 

 

 

 

 

 

버나드 쇼의 저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독서모임 발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은 나머지 자진해서 발제자로 나섰건만 복학 기간이 맞물리는 동시에 급격하게 바빠지게 되면서 발제 준비에 소홀히 하고 말았던 것이다.  

비록 나에게 주어진 3주라는 기간을 통해 한 번 읽는데도 쉽지 않은 니체의 책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여 발제를 준비한다는게 적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아포리즘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통일성이 떨어진 니체의 글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 이 책 한 권만으로 니체의 사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을 담은 이 책이 얼마나 읽기에 어려웠으면 니체도 <차라투스트라>는 수백년 뒤에서야 자신의 책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독서의 어려움은 비단 나뿐만 아니었다. 모임에 참여하신 조원분들도 니체의 책을 읽는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지만 다른 날보다 참석하신 분들이 많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이 참석하였다)  

개론서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니체가 말하고 있는 위버맨쉬,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등과 같은 사상적 주제들은 <차라투스트라> 이전에 썼던 책들에서부터 언급되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동안 자신이 축적하고 있었던 사상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나름 발제문이라고 니체의 생애를 간략하게 정리를 했는데 내가 읽었던 개론서에서 참고한 것이다. 

 

 

 

   

 

 

 

 

원래는 고병권의 책과 웅진에서 나온 <How to Read 니체>를 참고하려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고병권의 책은  대출중이었고 나머지 한 권은 도서관에서 소장하지 않았다.  다행히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하고 있는 인문교양 시리즈인 ' 테이크아웃 클래식 '  의 <니체>를 읽게 되었다.  비록 발제 준비를 위해서 중요한 내용만 발췌하여 읽었지만 ' 테이크아웃 클래식 ' 시리즈에 나온 니체 개론서도 읽어볼만 했다. 

<30분에 읽는 니체>는 니체의 방대한 사상을 압축하여 정리하였다.  제목처럼 30분은 아니더라도 한 두시간만 읽으면 니체의 주요 사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고병권의 책이 니체 개론서로 인지도가 높아서 그런지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 중에서 두 세 분 이상은 이 책을 읽어보셨다.    

 

모임을 위해서 쓴 발제문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모임 전날에 급하게 쓴 것이라 내용이 부실한 면이 있다.  부족한 내용의 발제문 때문에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내용이 제대로 전달했을지 모르겠다.   미흡한 준비 부족에다가 원활하지 못한 스피치 실력 때문에 발제 내용이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제대로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우면서도 손발이 오글거린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해서 가까이 다가서기가 어려웠던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으며 개인적으로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지적 욕구도 생기게 되었다. 어려움도 많았고 아쉬움이 많았던 [차라투스트라] 모임은 지나갔지만 니체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발제문 - 니체의 생애  

 출생 그리고 유년시절

니체는 1844년 10월 15일 프로이센의 뢰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프로이센의 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에게서 따온 것인데 재미있게도 빌헬름 4세의 생일과 같다. 
 
니체가 태어난지 2년 뒤에 니체의 여동생인 엘리자베스가 태어났고, 뒤를 이어 남동생인 루트비히가 태어났다. 그러나 니체가 5살 때 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유일한 남동생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후 가족은 할머니와 두 이모들이 살고 있는 나움부르크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 때부터 니체는 니체 가문 중에서 유일한 남성이었는데 아버지의 부재의 영향 탓인지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니체를 숭배하다시피 하였다.  

 
니체의 유년시절 중에서 독특한 점은 아버지에 대한 어린 니체의 생각이다. 니체의 아버지는 루퍼파의 교리를 따르는 경건하고 엄격한 성격의 목사였는데 니체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 완벽한 아버지의 상!  아버지는 혼과 감수성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덕으로 치장하고 평안 속에 살았다.그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사랑받았다. "

- 13살 때 니체가 쓴 글 중에서 -

 

" 아버지의 모습은 내 영혼 속에서 아직도 살아있다.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는 높은 동경의 대상, 행복하고 친절한 모습, 어디서나 사랑받고 환영받는 사람, 가정에서는 자상한 가장, 자비로운 아버지, 그는 이 땅 위의 성인으로서의 완벽한 모델이다. "

 - 16살 때 니체가 쓴 글 중에서 - 

 


대체적으로 니체 연구가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어린 니체에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니체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부장적인 모습을 동경하였으며 자신의 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그리고 젋은 나이에 교수가 되다  

14세 때 프포르타 공립학교에서 엄격한 고전 교육을 받고 1864년 20세 때 본 대학에 입학하여 리츨 교수 밑에서 고전문헌학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그가 고전문헌학에만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아들인 니체 역시 목사가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바람 때문에 신학도 동시에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때부터 니체는 이미 신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심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신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고 고전문헌학 공부에만 몰입하게 되는데 평소부터 학교에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서 알려지게 되면서 니체는 24살이라는 나이로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젋은 교수 니체는 바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수로서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문헌학이 아닌 철학 공부에 대한 열망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니체가 만난 사람들

특히 본격적으로 철학의 세계를 접하게 된 커다란 계기가 쇼펜하우어의 만남이었다.  

 

 

 

 

 

 

   

 * 지만지에서 나온 판본은 축약본임.




우연히 헌책방에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이 때부터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하게 된다.    

 

 

 

 

 

 

  

 

이 시기 때 쇼펜하우어 이외에도 니체의 정신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사람을 연이어 만나게 되는데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미술사가 야콥 부르크하르트이다.  그 중에서도 바그너와의 관계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당시 인기 있던 작곡가였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감상한 이후 그의 음악에 대해서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공교롭게도 바그너도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관심이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한 몫을 하게 되어 두 사람 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니체는 바그너의 열렬한 신봉자로서 자신의 처녀작인 <비극의 탄생>에서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바로 바그너의 음악이라고 바라보았다.  이 책의 출간으로 인해서 책에 대한 평가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게 되었는데 바그너주의자들은 극찬했지만 반대로 자신의 동료 문헌학자들과 그의 스승인 리츨은 니체의 주장에 대해서 강한 반발을 하고 나섰다.


이후로 니체는 고전문헌학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으며 여전히 바그너의 신봉자로서 활동을 하였는데  바그너의 음악들을 공연하는 바이로이트 축제에 니체는 자주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우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바그너는 니체를 정신적인 교감으로 연결된 동료가 아닌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2인자로 여겼다. 그리고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자 성향이 니체에게는 바그너로부터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바그너와 니체는 결별을 하기에 이르렀다. 

 

 

 

 루 살로메와의 만남  


 


왼쪽부터 루 살로메, 파울 레 그리고 니체
 



유년시절부터 달고 살았던 두통과 그 밖의 병들 때문에 니체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지게 되면서 바젤 대학 교수직을 물러나게 되었다.  그 후로 니체는 건강 요양할 겸해서 10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방랑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로 자신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본격적으로 몰두하기도 했다. 

이 때 루 살로메라는 러시아 출신의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니체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절을 겪게 된다. 철학자이며 자시신의 친구인 파울 레의 소개로 루 살로메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그 전에 파울 레는 살로메에게 두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했던 일이 있었다.  루의 지적인 품성에 빠져들게 된 니체도 루에게 두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역시 거절당하고 말았다.  
 
두 남자의 네 번의 청혼을 거절한 루는 플라토닉한 삼각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랬을 뿐 사랑을 나누는 애인이 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였다.  결국 루의 제안으로 인해서 니체와 파울 레와의 관계도 어긋나게 되었고 니체는 마음 속으로 루에 대한 사랑앓이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불행한 말년  

 
루 살로메와의 사랑 실패 이후인 1882년부터 세상을 떠난 1900년까지 니체는 또 한 번 외톨이 삶을 살게 되었고 건강 역시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신질환까지 시달리기까지하면서 그의 삶을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그의 정신적인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때부터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자화자찬했던 <차라투스트라>에서부터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디오니소스 찬가> <안티 크리스트> 등이 발표되었다.

 
무엇보다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든 병보다 니체의 삶을 괴롭혔던 것은 바로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스였다. 니체를 절대적으로 믿었던 엘리자베스는 반대로 반유대주의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고 심지어 니체와 루 살로메와의 관계를 깨뜨리기 위해서 이간질시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니체가 죽은 이후 오빠의 명성을 이용하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 앞에서 홍보를 펼쳤다.  엘리자베스는 니체가 남긴 유고를 제멋대로 정리, 해석하여 니체에 대한 부정적이면서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원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니체는 한순간에 ' 나치주의자 ' 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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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실'이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아버지와는
너무 일찍 아버지를,

루 살로메와는
사랑을 얻기도 전에 사랑을,

여동생과는
그나마 펼쳤던 자신의 사상을,

,,,


cyrus 2011-03-14 23:56   좋아요 0 | URL
어떻게 보면 니체의 삶이 불행했어요, 불행하고 어두운 삶을 산
사람들은 생각이나 사상도 어둡기 마련인데 반면에 니체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삶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는거죠.

세실 2011-03-1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읽으니 니체를 어느 정도 알겠어요. 이해하기 쉽게 발제를 하셨네요^*^
루 살로메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도 염문을 뿌렸죠. 수수하긴 했지만 여럿 남자를 울린 팜므파탈의 전형이기도....

cyrus 2011-03-14 23: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세실님 ^^
니체의 생애를 급하게 압축해서 적은거라 많이 부족해요.
평전 같은 거 보면 니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도 많이 있답니다.

반딧불이 2011-03-1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의 삶을 간략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이런 이력이 그의 작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못내 궁금해지는데요. 짜라투스트라에 대해서도 기대하겠습니다.

cyrus 2011-03-14 23:59   좋아요 0 | URL
발제문을 너무 급하게 정리하다보니 사상적 맥락에 대한 내요을
많이 놓쳤습니다. 그만큼 니체의 사상이 좀 방대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차라투스트라> 독서를 계기로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근황  

복학한지 이제 9일 밖에 안 지났다.  아직은 개강 첫 날이라 두꺼운 전공과목 책을 1페이지부터 열심히 볼 시기는 아니라서 현재로써는 여유롭다.  거기에다가 이번 1학기 때 들어야할 수업 모두 야간에 편성되어서 오전에는 시간이 널널하다.    

요즘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다보니 오전동안에는 가정주부가 된다. 오전에는 집 안에 혼자 있다보니 집 안 청소, 설거지를 한다거나 혹은 압력밥솥에 있는 밥이 모자란다 싶으면 미리 밥을 해놓고 학교로 간다.  가끔 빨래도 하게 된다.  군대에서 손 빨래, 발 빨래, 세탁기 빨래 등 온갖 빨래 경험이 있어서그런지 지금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다만 빨래할 시간 때문에 책 읽고 알라딘 블로그할 시간이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가 탄다. 

그리고 독서모임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 슬슬 발제 준비를 마무리 해야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이번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을 위해 페이퍼 형식으로 프린트도 해야한다.   수업 강의 때문에 프린트할 자료도 많은데,,,   올해에는 A4 용지 사는데 은근히 돈이 새어나갈거 같다.  

 

 

  페이퍼 작성의 목적    

올해에는 읽었던 책에 대한 리뷰나 페이퍼 작성 횟수가 작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시간 나는대로 간간이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 대신에 전공 과목 강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페이퍼강의 관련 레포트와 연관된 글을 올릴 예정이다.  대부분 전문적인 내용이 많을수도 있지만 왠만하면 우리 실생활에 관련되며 사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 위주로 쓰고 싶다.   

행정학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어려운 과목 혹은 공무원을 되기 위한 외워야 할 암기식의 과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꼭 그렇지만 않다.   단지 행정학을 배우지 않았다거나 행정 실무에 대해서 자세히 모를 뿐이지 행정학에도 분명히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다.  

1학년 때 전공기초과목으로 [행정학원론] 이라는 과목을 들었을 때 지금도 기억이 남는 내용이 있다.  

주민등록등본을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발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까지만해도 동사무소에 찾아가서 돈을 내고 발급했었다.  행정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다거나 동사무소 직원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때 당시 행정 실무에 대해서 전무했으며 이제 막 사회에 걸음마를 하기 시작했던 20살의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이후로 전공 자체를 단순히 등록금을 타기 위한 억지로 알아야하는 과목이 아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알기 위한 과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전공을 배우고 있는 학부생 신분이라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으며 한창 많이 배워야 할 때라서 자칫 잘못된 내용을 기록할 우려도 있다.   대학원생이나 교수 신분이라면 나름 정리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쓰게 될 행정학과 관련된 글이 그동안 행정학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자세히 몰랐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도록 노력을 하겠다.     

 

 

 

  행정통계론

통계 수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 통계학 ' 이라는 이름의 학문은 많이 들어봤을 터이다. 그런데 ' 행정 ' 이라는 단어가 붙인 통계론은 생소할 것이다. 

행정통계론에 대한 과목 소개를 수업계획서를 인용하여 소개하자면 , , , 

행정통계론은 행정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는 행정현상과 관련된 현재 및 과거의 정보 뿐만 아니라 미래 발생 가능한 현상을 예측가능하게 한다. 즉,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현대 행정에서 행정통계론은 매우 중요하며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교과목이다. 

이름은 행정학과 접목된 통계학과 관련된 학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통계학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냥 통계학 과목이라고 보면 된다.  

인용된 수업계획서에서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통계는 우리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대입수험생은 학교별 예년 경쟁률을 참고해서 대입원서를 작성하며, 점포를 내려는 사업가는 그 지역의 유동인구와 제품 선호도 및 유사점포의 이익률 같은 것들을 참고해서 결정한다. 그리고 강수확률을 정한 기상 예보는 다음 날에 우산을 챙겨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블루슈머 (Bluesumer)   

 

 

 

 

 

 

 

  

 

기업은 시시때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여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오늘날과 같은 수많은 경쟁 기업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서 하나의 기업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경쟁자도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2000년대에 들어서 나온 새로운 경영전략이 바로 ‘ 블루오션 전략 ’ 이다. 2005년 2월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이 출간되자마자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으며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였다.  레드오션으로 표현되는 예전의 경쟁의 원리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객이 모르던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개척의 새로운 시장 즉 경쟁자가 없거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블루오션 전략이 기업의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부터 블루슈머(Bluesumer)를 찾아내는 일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블루슈머란  ‘ 블루오션 ’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블루오션에 존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몇 분은 블루슈머랑 통계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청이 선정한 2009년 블루슈머 10 

 

사실은 블루슈머라는 용어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통계청은 한국의 사회지표, 경제활동인구, 생활시간조사 등 주요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200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올해 주목해야 할 블루슈머를 선정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블루슈머 관련 지표를 통해서 기업은 시장 창출 계획을 세운다.  주요 통계 분석을 통해서 시장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통계 자료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인 것이다.  

 

  

  통계의 허와 실

하지만 통계도 어떻게 사용하는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혹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통계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어 새롭고 다양한 통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통계청은 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지표들을 개발 중이다. 그래서 특정한 사회 현상에 적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 분석들도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무조건 하나의 통계 분석 방식이 모든 사회 현상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에 각기 다른 분석 방식을 하나의 사회 현상에 적용하면 서로 다른 통계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걸맞는 통계 분석 방식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통계 분석 방식을 적용한다고해도 그 결과는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통계 집계에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되는 것인 표본 집단 설정이다. 표본 집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통계 수치 결과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통계학에 능통한 전문가라도 표본 집단 또는 분석 방식을 잘못 설정하여 집계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통계 수치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교수님의 설명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통계에는 95%의 정확성과 5%의 오차가 있기 마련인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통계는 95%의 정확성만 보고 있다고 하였다.  즉, 통계의 5%의 오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통계 자료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계 자료에 나온 수치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이 통계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집계를 했으며 이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지 분석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만 안다고 해서 통계 자료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통계는 미래의 삶을 위한 지표로써 더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정확한 판단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결과가 산출할 수 있도록 통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통계에 대해서 국민들이 우호적인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는 단순히 정책 반영, 시장 창출에 의의를 두는 정부와 기업에 사용하는 어려운 수치가 아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삶의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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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1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에 각종 증명서를 뗄 일이 있었어요.
졸업증명서,성적증명서, 국시원 합격증명서, 뭐 이딴 거였는데...
제가 대학원을 원주로 다녀서 아주 난감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다 한번에 해주더군요.

그런데,,,동사무소까지 갈 것도 없더라구요.
다 인터넷으로 해결되더라구요~

복학생의 근황, 참 재밌어요.
저보다 더 바쁘신 듯도~^^
저랑 다른 점은 저는 빨래,청소보다...먹는 음식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암튼, 건강이 최우선이에요, 홧팅~!!!

cyrus 2011-03-11 18: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모르면 손해를 보게 된다니까요 ^^;;
사실 이번 전공 수업 들으면서 행정 실무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이론 공부에만 치중하는 수업은 별로인거 같아요.

요즘 나름 운동을 하고 있는데 건강이 최우선이죠,
나무꾼님도 건강하세요 ^^

카스피 2011-03-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통계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해석도 중요합니다.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란 통계가 나왔다고 청와대가 좋아하던데 대낮에 전화 통화를 걸어 지지율을 조사했으니(대강 40대 이상 주부층이나 장년층이겠죠),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수 밖에 없죠.만일 대학가 입구엥서 조사했다고 그런 통계가 나왔을까요^^

cyrus 2011-03-11 18:42   좋아요 0 | URL
통계론 강의 시간 때 교수님도 그 사례를 언급하셨어요,
대통령 지지율 측정에 대해서요 ^^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방법
역시 중요한거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3-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 년 전부터 등본 인터넷 발급을 수없이 했는데요. 세상 참 편해지긴 했죠. 시루스님 학교생활 잘하고 계신 거예요? 방학 지나고 개강해서 학교가면 두세시간 앉아있는 게 진짜 고통스럽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제법 있지만 저는 정말로 학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1-03-12 09:30   좋아요 0 | URL
네, 지금은 학교 생활 할만해요. 3년만에 학교를 다니게 되니
복학생 티를 낼 때도 있지만요,, ^^;; 새로 지은 건물들이
생기고나니깐 가끔 강의실 찾는데 애먹기도 합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3-1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전국의 6개 광역시를 쓰라고 하니 한 팀도 모르더라구요.그것도 전부 광주만 뺐어요.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정도의 지방행정 지식은 필요한데 말이죠.광주를 전남 광주시라고 잘못 알면 당연히 광주가 광역시인줄 모르겠죠.

cyrus 2011-03-13 14:11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은 전공은 행정학이면서도 실무 내용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거
많습니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전공과목 중에 <지방행정론>이 있는데
지방행정 지식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13 15:08   좋아요 0 | URL
지방자치단체들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있어서 자세히 읽다 보니 전문적인 용어도 알게 되더라구요.지방교부세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있어요.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
박창석 지음 / 한길아트 / 200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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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는 자신의 시를 악의 꽃이라 불렀다. 나는 너의 그림을 죄의 꽃이라 부를 것이다.  

-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에 대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 -

  

  

 

  세기말의 일러스트레이션, 비어즐리 

   

 


[클라이막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일러스트, 1894년

    

어느 여인이 목이 잘린 얼굴을 든 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여인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머리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다. 잘린 머리 앞에서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인데 이 여인은 무섭지 않은가 보다.  오히려 잘려 나간 머리를 든 채 공중부양을 하면서 그윽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 더 무섭고 기괴하게 느껴진다.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션 오브리 비어즐리는 성서 속의 인물을 퇴폐적인 팜 파탈(femme fatal)로 묘사하고 있다. 헤롯 왕의 딸인 살로메가 자신이 사랑했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유하게 되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는 장면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비어즐리의 파격적인 묘사는 희곡 출판 판매 처분까지 내릴 정도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흑백의 강렬한 대조와 섬세한 선묘와의 조화가 이루고 있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형태묘사는 퇴폐적 분위기로 가득 찬 환상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당시 사회를 주름 잡고 있던 부르주아와 보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단지 사회를 문란하게 만드는 퇴폐적인 그림이라고 낙인이 찍히게 된다.   

비어즐리의 <살로메>는 인간의 이성과 상반되는 광기 어린 치명적인 사랑을 잔혹하게 그려냄으로써 비어즐리라는 이름을 널리 알려지게 한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그 단지 이 작품 때문에 비어즐리가 기성 사회로부터 비난의 뭇매를 맞아야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비어즐리는 <살로메> 일러스트보다 좀 더 퇴폐적이면서도 더 야한 그림들을 그려냈다. 일러스트 묘사의 선정성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기에는 그렇지만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라시스트라타>에 수록된 일러스트들은 현대 성인만화를 보는듯한 노골적이고 거침 없는 성적 묘사로 가득하다.  원작 속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과 반전(反戰)을 주장하고 있는 의로운 여주인공인 라시스트라타는 비어즐리는 한순간에 음탕한 여인으로 바꿔 놓았다. <라시스트라타> 일러스트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은 가슴은 물론 음부까지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으며 남성들의 성기 역시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다.   

만약에 비어즐리의 일러스트가 우리나라에 나오게 된다면 선정성 시비 때문에 ' 제 2의 이현세 ' 논란이 재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퇴폐적인 일러스트를 수록하고 있었던 문학잡지 <옐로 북>은 세상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채 폐간될 정도로 비어즐리과 그의 일러스트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주범으로 낙인 찍혀야 했다. 반면에 유미주의 예술가들은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에게는 에로틱하고 퇴폐적인 비어즐리의 일러스트가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으로 보였을 것이다.   비어즐리의 예술성을 ' 죄의 꽃 ' 이라고 비유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와 비어즐리, 세기말의 두 예술가의 얕궂은 운명   

 

 


     오스카 와일드 (1854~1900)     오브리 비어즐리 (1872~1898)    

   

국내에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와 그의 생애를 볼 수 있는 책은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이 유일한 텍스트이다.  비어즐리의 파격적인 일러스트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시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지만 오스카 와일드와의 관계 역시 비어즐리의 생애를 논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지향하고 있는 심미주의적 가치라는 하나의 끈을 통해서 예술적인 교류 차원의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비어즐리 덕분에 오스카 와일드는 오늘날에도 유미주의적 문학의 대명사로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비어즐리가 본격적으로 잡지 <옐로북>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성을 담아낸 일러스트를 창작하는데 몰두를 하게 되면서부터 와일드와의 관계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와일드의 동성애적 스캔들로 인해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비어즐리마저 동성애 혐의가 짙은 의혹을 받게 된다.      

 


 

비어즐리가 그린 오스카 와일드의 캐리커처, 1893년 

박창석,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 p 26 

 

오스카 와일드가 비어즐리를 동성애적인 감정을 느꼈는지 오늘날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와일드와 비어즐리가 결정적으로 불화를 초래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동성애자인 와일드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자신에 대한 비어즐리의 사랑이 식어버렸음을 알게 된 후부터 생긴 질투 때문에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그의 독창적인 유미주의적 예술성을 동경하는 나머지 질투로 바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옐로북>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와일드와 비어즐리의 관계를 한순간에 갈라질 수 있었던 것일까?  

 


 

<옐로북> 창간호 표지(1894년 4월),  p 38 



비어즐리의 <옐로 북>에서의 활동은 <살로메> 일러스트보다 더 대중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옐로 북>에 수록된 일러스트가 더 예술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문학가 E.F. 벤슨은  " 비어즐리가 없는 <옐로 북>은 무미건조하다 " 라고 평가내릴 정도로 <옐로 북>은 비어즐리 단 한 사람 덕분에 세기말 퇴폐문학의 산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토록 비어즐리에게 <옐로 북>은 자신의 퇴폐적인 예술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로메>와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에도 비어즐리가 없었다면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어즐리의 생애 역시 무미건조한 삶이 아닌 파격적인 삶을 살다 간 세기말이 낳은 기인이었다.  

비어즐리는 자신의 일러스트에 벌거벗은 누이를 그릴 정도로 누이에 대한 깊은 애착심을 느꼈는데 결국에는 누이와 근친상간이라는 극단적인 관계까기 맺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스캔들만큼 비어즐리의 근친상간 스캔들도 영국 사회에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비어즐리는 기성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되었으며 ' 패륜적 댄디 ' 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비어즐리와 와일드의 삶에서 무척 흥미로운 사실은 두 명 다 기성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아웃사이더였으며 동성애와 근친상간이라는 일탈의 사랑으로 인해 스캔들을 겪었다는 점에서 서로 닯은 점이 있다.   

그리고 더 신기로운 사실이 또 있다. 와일드는 동성애 스캔들로 인해서 프랑스 남부지방에 위치하는 망통이라는 곳으로 추방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어즐리는 결핵 때문에 요양 차 망통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 두 사람은 같은 지역에 있었지만 이미 앙숙이 된 사이였으니 서로 왕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죽기 전에 가톨릭에 심취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두 사람의 운명에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예술성으로 가득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   

비어즐리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였지만 당시 활동하고 있었던 라파엘 전파에드워드 번 존스 그리고 유럽으로 전해내려 온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의 영향으로 자신만의 섬세하고 장식적인 양식을 확립하였다. 

비어즐리가 활동하던 세기말 유럽에는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적인 취향을 즐기고 선호하는 자포니즘(Japonism)이 유행하였는데 많은 화가들 가운데 일본 미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 영향은 매우 컸다. 비어즐리 역시 자포니즘 유행을 지나칠 수 없었다.   

 

 


호소다 <A beauty in the snow>, 일본 우키요에 
 

 


 

[공작무늬 치마] 중 일부, <살로메> 일러스트, 1894년 

p 84 

  

<살로메> 일러스트 중의 하나인 [공작무늬 치마]에서 살로메가 입고 있는 화려한 옷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연상시키고 있다. 게다가 그녀의 머리에는 장식된 휘황찬란한 공작 깃털은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일러스트가 독창적인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이미지가 아닌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서 새로운 성격과 예술 양식이 부합된 캐릭터로 재창조한다는 점이다.  비어즐리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작품의 일러스트에 참여할 정도로 나름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문학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성경 속에서 단 몇 줄도 언급 안 되는 헤롯 왕의 의붓딸을 비어즐리는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화려한 요부 살로메로 탈바꿈하였다.   

  


 

[숲 속의 알리바바]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일러스트, 1897년 

p 188

 

이뿐만 아니라 비어즐리는 유명한 문학 작품의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했는데 요절함으로써 미완성으로 남게 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일러스트에서 또 한 번 그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 알리바바는 우리가 알고 있던 슬기롭고 의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뚱뚱한데다가 얼굴의 미소에는 간사함이 흘러 넘친다.  그리고 그의 모은 화려한 옷과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비어즐리는 <아라비안 나이트> 속의 알리바바가 아닌 탐욕으로 가득찬 세기말 풍조에 걸맞는 19세기 말의 알리바바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검은 고양이], 1894년 

p 173

 

비어즐리가 사용하는 흑백 대조는 에드거 앨런 포의 공포소설 <검은 고양이>을 위한 그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애꾸눈 검은 고양이와 흰 색으로 처리된 여자의 대조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크프리트] ,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일러스트, 1892~93년 

p 180

 

이 일러스트는 비어즐리가 자신의 모든 예술 양식을 최대한 발휘한 작품이라고 강한 애착을 보였을 정도로 뚜렷한 흑백 대조 묘사뿐만 아니라 섬세한 선묘 그리고 자포니즘적인 영향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형태가 구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알려져 있는 퇴폐적이고 음란한 일러스트가 아닌 온전히 예술성이 갖춰진 비어즐리의 몇 안 되는 작품이다. 

 

  

 

  고단한 삶, 잠시라도 잊게 해다오     

 

 


에두아르 마네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 1859년

  

비어즐리가 요절하기 전에 남은 생의 에너지를 쏟아부어가면서 완성한 일러스트가 음란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라시스트라타>인데 벌거벗은 나체의 여자들이 즐비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만 보게 된다면 비어즐리를 ' 변태 일러스트 '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유럽 세기말에 활동한 악명 높은 성인 만화가로 평가한다는 것은 세기말을 대표하는 유행 사조인 유미주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에로티시즘은 세기말 사회의 화려한 이면만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기말 유럽의 부르주아 계급의 이면에 숨겨진 퇴폐성과 변태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퇴폐성은 결국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냉혹한 자본주의로 가득찬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동경이 만들어낸 쾌락주의적 욕구인 것이다.  세기말을 살다간 수많은 예술가들은 매음굴을 들락날락거렸으며 독하기로 유명한 압생트(absinthe)를 즐겨 마시면서 삶의 고뇌를 감각적인 쾌락을 통해 잠시나마 잊으려고 하였다.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압생트를 ' 창조력에 도움이 되는 술 ' 로 알려지게 되면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마시게 되면 환각 상태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독특한 일러스트를 만들어낸 비어즐리는 한 때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기도 했었는데 퇴폐적인 미에 대한 지나친 탐닉이 정신착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한 때 동지였던 오스카 와일드는 그의 일러스트를 압생트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비어즐리에게 퇴폐적이면서도 음란한 일러스트는 기성 사회로부터 멸시를 받아야만했던 세상에 대한 고단함을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현실도피, 또는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압생트였다.    

이토록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비어즐리의 일러스트 속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열광했던 이유가 세기말이라는 이름 아래 암울한 사회에 잠시나마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그들만의 우울과 고독 때문인 것이다.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먼저 보기 전에 비어즐리의 생애와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이해하고나서 그의 퇴폐적인 일러스트를 접하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세기말적 우울과 고독이 묻어나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S  

오스카 와일드나 아르누보 양식 혹은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며 국내에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예술 관련 도서는 이 책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책의 옥의 티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 작품에 대한 정보에 대해 살짝 미흡한 점이다. 저자가 만화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오스카 와일드와 비어즐리와의 관계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공은 칭찬해줄만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텍스트를 직접 읽어보지는 못한 거 같다. 


[춤의 대가] , <살로메> 일러스트, 1894년 

p 104
 

[춤의 대가]라는 <살로메>의 일러스트를 소개한 저자의 내용을 인용하면 , , ,  

쟁반 받침대를 일본판화의 실루엣 효가를 차용해 남근 모양의 실루엣으로 표현하였다.  (p 105) 

라는 문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 쟁반 받침대 ' 는 텍스트를 읽지 않아서 생긴 오류의 내용이다.   즉, 일러스트에 있는 검고 기다란 형체는 쟁반 받침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정영목 역)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크고 검은 팔, 사형 집행인의 팔이 우물에서 나온다. 손에 쥔 은 방패 위에 요카난(요한)의 머리가 있다.  (p 206) 

결국에는 일러스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자면 쟁반 받침대가 아니라 요한의 머리를 자른 사형 집행인이 내민 팔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면 먼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먼저 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 훨씬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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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3-0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안 할 수 없는 포스트군요. 흥미롭게, 누군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비어즐리라는 이름 처음 들었는데, 많이 흥미가 생겼어요.^^

cyrus 2011-03-09 09:37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이랑 이 책을 같이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겁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0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누보 양식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비어즐리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들여다 본적은 없는것 같네요^^ 저에게 아주 유용한 포스트라 마음으로는 추천 열 번 했어요 ㅎㅎ

cyrus 2011-03-09 09:40   좋아요 0 | URL
아르누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국내에 비어즐리의 예술에 대해서 이 책만큼 상세하게 소개한 책은
없을거에요 ^^

아이리시스 2011-03-0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핑크핑크핑크.................... 핑크표지예요, 제가 좋아하는.
근데 이건 좀 미친 핑크네요.
아르누보, 비어즐리........ 저도 배우고 갑니다.
살로메는 볼 때마다 후덜덜, 흑.

cyrus 2011-03-09 09:41   좋아요 0 | URL
지금은 저런 잔혹한 일러스트는 약과이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놀랬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1-03-08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월터크레인이 그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그림책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게, 일본풍의 그림투성이어서 였어요.
여기서 '자포니즘'을 또 보게 되다니 반가운걸요~^^

cyrus 2011-03-09 09:43   좋아요 0 | URL
비어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직업도 나오지
않았을거 같아요. 그만큼 비어즈리가 일러스트의 선구자로서 평가받기도
하죠. ^^

굿바이 2011-03-0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즐리를 열심히 연구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페이퍼를 보니 그 그림들이 생각납니다.
우키요에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해주었는데 가물가물 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cyrus 2011-03-09 09:44   좋아요 0 | URL
비어즐리에 대해서 열심히 연구하신 분이라면,, 전공이 예술 혹은
만화 분야쪽이겠네요. ^^

잘잘라 2011-03-0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왕 볼 때 느낌하고 똑같아요.
알리바바 일러스트요.
위 아래 머리 잘린 그림보다 훠얼씬 징그럽단 느낌.. ㅡㅡ;;

cyrus 2011-03-09 09:45   좋아요 0 | URL
비어즐리의 일러스르를 보면 약간 과장되게 표현한게 많아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하게 되니 그의 일러스트를 한 번 보게 되면
잘 잊혀지지 않은거 같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1-03-0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즐리의 그림은 어쩐지 처절한데요.. 굉장히 처절해요.
압생트는 환각 물질이 강하게 있어서, 지금은 판매 금지 술이죠.
고흐와 같은 동시대 예술인의 애호술이었다 하죠. 비어즐리의 그림은
딱 그런 느낌이네요........ 슬퍼요.

야하다 하니 생각나는데,
데카메론을 고전이라 읽었을 때 당혹감과
'SXE,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에 담긴 그림을 숨어서 읽던
기억이 납니다.

cyrus 2011-03-09 09:48   좋아요 0 | URL
어떻게 보면 비어즐리도 와일드 못지 않게 불우하게 살다갔죠.
생전에 자신의 작품들은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했고요,,
비어즐리와 같이 당시 사회로부터도 무시당한 세기말의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이 압생트나 매음굴에 집착하는 이유가
불우한 삶을 어떻게든 잊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되네요.

카스피 2011-03-0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기는 리뷰입니당^^

cyrus 2011-03-09 09:50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제가 포스팅한거 이외에도
다양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좀 야한게
많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3-0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살로메도 군인들의 방패에 눌려 죽지요...요카난의 피맛을 본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