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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 -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것, 우리가 시간으로 하는 일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김희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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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러시아의 곤충학자 알렉산드르 류비셰프는 5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 통계 노트를 작성했다. 그는 시간의 속성과 존재감을 정확히 인식했고, 자기에게 주어진 1분 1초까지도 지배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류비셰프는 철저한 시간 관리와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총 70권의 학술 총서와 단행본 100권 분량에 달하는 연구 논문을 남겼다. 류비셰프에게 시간은 곧 삶이다. 시간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버는 것임을, 부족한 시간은 없다는 것을 류비셰프에게서 배우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간 관리’는 영원한 숙제다. 시간은 화살처럼 휙 지나간다. 하지만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말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주관적인 표현이다.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기로 유명한 칸트는 시간을 “시간은 모든 경험의 주관적 형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시간은 외부의 어떤 것과도 관계없이 동등하게 흐르는 것이며 이를 시계로 확인할 수 있다. 삶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만들어진 시계가 때론 주어진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강박을 불러일으키는 감옥이 된다.

 

시간은 불가역적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며 시간에 거역할 수 없다. 시간이 왜 과거에서 미래로만 흘러가는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의 의미는 수 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독일의 철학자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에 관한 다양한 상념을 펼치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 철학적 작업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 어떻게 시간을 바라봤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의식이 다른 일에 몰두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즐거운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반면 최악의 시간은 분노 지수를 높인다. 친구를 기다리다 지치면 화가 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작정 기다리기에 고통스럽다. 이때의 지루함은 우리를 예민하게 한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것으로, 정해진 채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우리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다고 한다. ‘누구나 같은 시간을 가지고, 그것이 끝나면 죽는다’라고 생각하면, 주어진 시간을 이용하지 못한다. 자신의 인생 전체에 어떤 활동을 해야겠다는 전망이 뚜렷하지 않으면, 지루함과 불안이 동시에 나타난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새 출발에 두려움을 가진다. 죽음에 대한 이른 공포는 흘러가는 시간의 덧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어찌 보면 시간에 대한 의식은 과거와 미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회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보다 조금 뒤에 존재하며, 우리의 목표와 꿈이 미래에 투영하기 때문에 항상 자신보다 조금 앞서서 존재한다.

 

자프란스키의 책에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특별한 비결은 없다. 결국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저자의 결론이 너무 쉽고 평범한가. 저자의 표현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것이 딱 하나 있다.

 

망각은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새 출발을 도모하는 예술이다. (49쪽)

 

이 문장은 특별하다. 새 출발을 시도하는 연초 분위기를 '업(up)'하게 띄워주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시간 속에 살다가 시간 속에 죽는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 못하면 시간이 쏜살같이 가는 것을 안타깝게 느껴진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즈음이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좌절하게 마련이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막을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이 물을 어떻게 흘려보내느냐에 따라 시간의 의미가 달라진다. 과거의 부귀영화를 따질 때가 아니고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을 의미 있게 살려면 과거를 말끔히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어떤 시간을 사느냐 생각하는 문제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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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1-0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서 일전에 내 글에 그런 댓글을 달았구나.
그래서 답글로 내가 류비셰프 얘기했었잖아.
사실 그 책도 생각 보단 별로였어.
근데 어제 TV를 보니까 <프리한19>에 주제가 어떻게 하면
젊게 살 수 있느냔데 수위를 차지했던 게
친구와 함께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거였어.
그 시절의 말투를 쓰고 완전히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거지.
그랬더니 젊어졌다는 거야. 그러니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때론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 순 뻥인 셈이지.ㅋㅋ

cyrus 2017-01-09 17:08   좋아요 0 | URL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 과거를 추억하면서 그 때 그 시절처럼 대화를 나누면 기분은 좋은데, 문제는 만날 때마다 추억담이 반복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좋은 추억을 언급하려고 과거를 미화하거나 부풀릴 수도 있어요. 과거에 돌아갈 수 없으니, 과거를 좋게 보정하는 싶은 심리인거죠. ㅎㅎㅎ

2017-01-09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9 17:11   좋아요 1 | URL
역시 **님의 생각은 정말 진지하고, 깊습니다. 저는 **님이야말로 누구보다 삶을 알차게 보내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일찍 퇴근할 수 있으면 6시 이후에 시간이 빕니다. 조만간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연락이 될 때 만날 시간을 조율하고 싶습니다. ^^

해피북 2017-01-09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판란스키의 책에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방법은 없다‘와 ‘망각은 허허벌판에서 새 출발을 도모하는 예술이다‘ 라는 글귀는 정말 연초에 새겨두기 좋은 말씀이네요 ㅎㅎ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올 한해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지내보렵니다 ㅋ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7-01-09 21:48   좋아요 0 | URL
거창하고 막연한 새해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

붉은눈 2017-01-1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이 심해서 현재의 삶에도 종종 방해를 받는 제게 ‘망각‘에 대한 교훈은 꼭 필요한 한 마디 같습니다. 리뷰 잘 보았습니다.

cyrus 2017-01-11 18:3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좋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안 좋은 과거를 잊지 못하는 편입니다. 새 출발을 할 때 방해되는 것들입니다.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 상품 뒤에 가려진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
안미선.한국여성민우회 지음 / 그린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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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판매직 노동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에 속한다. 감정노동은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규제하는 노동이다. 소비자에게 무조건 친절을 보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은 통제돼야 한다. 그래서 감정노동자들은 직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고객 만족 사회가 될수록 백화점 판매직 여성의 감정노동은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백화점이 직원들에게 가르치는 서비스 정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한 판매가 가능한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고객이 잘못해도 고객이 옳다는 고객 제일주의를 표방한다.

 

백화점은 자본주의의 미니어처다. 온갖 물건들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고 그 행위가 화려하게 포장된 곳이기도 하다. 백화점은 영리하다. 백화점은 노동자들조차 상품 판매에 이용한다. 판매 여직원의 미소와 친절함이 곧 ‘상품’이다. 이들은 항상 친절하고 상냥한 응대와 부드러운 말투, 여성스러운 몸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온종일 한자리에 서서 고객을 기다리는 건 육체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지루함과 짜증을 참기 어렵게 만든다. 제일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는 고객한테서 유발된 분노와 짜증을 억누르면서 ‘상냥하고 친절하게 웃어야’ 하는 것이다.

 

백화점 판매직은 깨끗하고 별로 힘들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이다. 그 속으로 한 발짝만 들어가서 보면 쉬는 데도 마땅치 않고 쉬어도 쉬어지지 않는 힘든 육체노동이다. 산업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가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과 의자 등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직원들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호소한다. 8시간 이상 서서 근무하는 동안 화장실에 가는 횟수는 1, 2번에 그친다. 고객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여유가 나지 않고 화장실에 가기가 눈치 보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여성 근로자의 근로 여건 개선 여부는 사업주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권고 조치를 해도 사업주의 마음은 꿈쩍하지 않는다. 사업주가 근로 문제를 이해해주고, 태도가 변화하기를 기다릴 수만 없다. 백화점의 화려함 뒤에 가려있는 열악한 여성 근로자들의 노동 현실에 대해 연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한국여성민우회는 ‘우다다액션단’이라는 시민 모니터링 단체를 발족했다. 시민들이 직접 백화점의 열악한 실태를 파악하여 또 다른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한다.

 

백화점 내부가 활기 넘쳐 보여도 그곳은 ‘환상과 절망’이 이중적으로 교차하는 공간이다. 쇼핑하는 우리는 점점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 백화점 자본주의가 창출한 소비의 유혹은 고객들에게 강렬한 환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수록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공간은 좁아진다. 직원들은 마땅히 앉을 곳도 없고 마땅히 쉴 곳도 부족하다. 백화점의 번듯한 겉모양에 감쳐진 초라한 여성 근로자들의 모습은 ‘사람’이 아니라 감정이 말라버려 인간적인 면모마저 사라져버린 마네킹이다.

 

“직원들 간에 서로 위안을 주고받고, 거기서 힘을 받아서 일을 하는 것인데, 그런 위안조차 못 받으면 무슨 맛으로 일을 해요? 참 답답해요.” (백화점 잡화 매장 직원의 말, 54쪽)

 

백화점 내부의 빛이 밝을수록 마네킹의 그림자는 길고 어둡다. 문제는 우리는 그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을 버려야만 마네킹의 그림자를 볼 수 있고, 그 일하는 마네킹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욕설이나 하대를 하거나 심하면 뺨을 때리는 고객이 있다. 근로자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그들은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들이야말로 ‘사람’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사람에 대한 무례를 더 이상 용납하면 안 된다. 우리가 근로자들의 고충을 알고, 그들을 존중하는 말 한마디와 인사가 뻣뻣해진 그들의 다리를 한결 가볍게 해주는 최고의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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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06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소일 하시는 분들 쉴 곳도 규정으로 법제화했으면 합니다. 화장실에서 간식 먹고 겨울에도 시멘트 바닥에서.... 휴... 어느 곳을 둘러봐도 화나고 욕 나오고...
노동자의 권익 보면 한국은 대책없는 민주주의 후진국입니다.

cyrus 2017-01-07 16:11   좋아요 0 | URL
사실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에 아쉬운 평을 하자면, 백화점 근로자들이 머무는 휴게공간이 얼마나 심각한지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백화점 측이 시민들이 모니터링했을 때 사진 촬영은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글보다는 사진이 근로 실태의 심각성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Dora 2017-01-0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화점이라말로 자본주의 최상의 감옥...예전엔 모르고 참도 잘 다녔지요. 이전 셍각만해도 지끈...

cyrus 2017-01-07 16:14   좋아요 0 | URL
연말에 코스트코를 처음으로 갔습니다. 친구가 코스트코 회원이라서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할 겸 그곳에 갔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넓고, 사람들이 많은 쇼핑 공간은 처음 봤습니다. 왜 사람들이 코스트코를 찾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카트에 물품을 가득 채워 넣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니 숨 막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행복하자 2017-01-07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견직원으로 백화점 에서 일했던 지인이 생각나네요. 이것도 하면 안돼..안돼,.안돼.. 두다리가 퉁퉁 부어도 앉으면 안되고.. 정말 힘들었다고...
노동자를 사람취급하면 큰일 날 줄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쉽사리 바뀌지도 않고요..

cyrus 2017-01-07 16:16   좋아요 0 | URL
근로자, 노동자들을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나 기업에 있는 소위 높으신 분들은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투자하는 걸 아까워합니다.

2017-01-07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7 16:21   좋아요 1 | URL
백화점 판매직은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합니다. 그만큼 수익이 박하고, 육체적 · 정신적으로 힘듭니다.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백화점 근로자들을 힘들게 만든 건 백화점 사업주이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열악한 상황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저 같은 사람들도 잘못이 있습니다.

서니데이 2017-01-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날씨가 따뜻합니다.
cyrus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7-01-07 16:23   좋아요 1 | URL
주말 날씨가 좋을수록 집에서만 지내고 싶군요.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17-01-09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번 먼저 인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인사남깁니다.
행복한 월요일, 기분 좋은 한 주 되세요.^^

cyrus 2017-01-09 14:5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 - 가부장제, 젠더, 그리고 공감의 역설
김미덕 지음 / 현실문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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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페미니즘(liberal feminism)은 남녀 불평등의 원인을 가부장적 섹슈얼리티에서 찾는다. 가부장적 섹슈얼리티는 남성은 능동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저항할 능력이 없어 보이는 나약한 모습이 여성의 성적 매력이며, 지배적으로 보이는 것이 남성의 매력이라는 점. 그것은 섹슈얼리티가 바로 가부장적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된 것임을 말해준다. 사랑의 이름으로 낭만화하는 성적 실천이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된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섹슈얼리티를 분석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포착되지 않던 불의와 억압의 존재를 가시화(visibility)한다. 

페미니즘은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다. 초기의 페미니즘 운동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었다.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 제도라든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억압을 반대하고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오랫동안 주류 페미니즘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페미니즘 운동이 전개되면서 단순히 여성 지위 향상이란 수준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까지 ‘페미니즘’이란 이름은 서구 중심 시각의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의제일 뿐이다. 흑인 ·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들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인종적 · 계급적 평등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백인 · 중산계층 ·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 동질화한 페미니즘은 서구 밖으로 발전된 다양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은 작년 페미니즘 도서 출판 열풍에 맞춰 나왔음에도 독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책은 오늘날 지역 · 국가 · 인종 · 사회적 경계를 넘은 세계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소개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너무 늦게 수출한 것이다. 얼마나 늦었냐면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시기가 1960년대부터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부터 비서구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등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3세계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점차 소개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사상이다.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을 쓴 김미덕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관점의 틀은 제3세계 페미니즘이다. 

김미덕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그대로 수용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익이라는 다소 제한된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보니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겪는 피억압을 강조하기 위해 성차별 문제를 폭로하고, 이를 전제로 남성에게 호소한다. 사실 작년에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페미니즘 도서 대부분은 이러한 전략을 구사한다.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만화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악어 프로젝트》(푸른지식, 2016년)와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분석한 《맨 박스(Man Box》(한빛비즈, 2016년)가 있다. 《맨 박스》처럼 페미니즘 관점에서 남성을 비판하고, 남성의 반성을 유도하는 형식으로 쓴 책이 오찬호의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다. 《악어 프로젝트》같은 경우, 실제로 프랑스에 출간 당시 논란이 많았는데 남성을 여성의 삶을 침해하고, 공격하는 포식자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악어 프로젝트》의 저자는 남자를 악어로 묘사함으로써 여성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악어로 묘사된 어떤 남성은 그동안 살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 혐오와 성차별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순간, 악어가죽을 벗는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남성을 악어로 묘사한 궁극적인 목표가 성별 간 대립이 아닌 이해와 화합이다.

그런데 김미덕은 주류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한 폭로 및 공감 유도 전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남녀 학생들에게 여성학을 가르치면서 겪은 경험과 남녀 학생들이 솔직하게 밝힌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등을 소개하면서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설정에서 비롯된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설정으로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면, 일부 남성들이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여성 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페미니즘을 수용한다고 해도 단순한 공감에 그친다면 남성은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얽힌 자신의 삶을 성찰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일어난 현실적인 문제를 회피한다.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가 형성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조금씩 열렸다고 환영하기에는 이르다. 눈에 보이는 공감이 전부가 아니다. 페미니즘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신기루만 바라보면, 인종 · 민족 · 계급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힌 성 차별 및 성 불평등 문제를 보지 못한다. 김미덕은 페미니즘이 사회 정의 구현과 인권 문제에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공감과 역지사지(易地思之)보다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 작업을 제안한다. 탈동일시는 자신의 정체성에 깊은 영향을 주는 사회에 대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과 동일시된 감정이나 생각에서 분리되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은 젠더 문제만을 접근하는 현재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바라보고, 그 문제 해결을 모색하려고 시도한다.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들이 이 한계를 바라보지 못하면,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혼합성과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동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 독자들이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연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동참하려면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내부에 존재하는 억압의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 글 제목은 이정서의 소설 《당신들의 감동을 위험하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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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6 08:29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과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것을 혼동합니다.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고 전자의 입장을 후자의 입장으로 둔갑시켜서 왜곡합니다.

기억의집 2017-01-0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그렇게 페미니즘이 우리들 틈새속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게 박근혜가 정권을 쥐고 그녀를 조종한 사람이 최순실이었다는 것입니다. 박-최 게이트 사건 보면 남자들이 저 두 여자들에게 꼼짝 못할 정도로 벌벌 떨었다는 우리 모두는 알고 있잖아요. 남자도 아닌 여자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억압당하고 벌벌 떨었는지. 전 박근혜가 국회의원들이나 공직자들 모아 놓고 수 틀리면 째려보고 입 다문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 모습 보면서 남자들의 심리가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 모두 철저히 가부장제 사회속에서 그렇게 길들여진 남자들인데 왜 박에겐 저랗게 벌벌 떨까? 박이 진정 페미니즘의 구현인가? 하는 우습잖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제가 울 아들 가만히 관찰해보면 본인이 속한 작은 사회(학교)에서 자기 또래애들한테 배우더라구요. 울 아들은 제가 페미니즘을 말해도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닫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또래 친구들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가 아닌 고등학교때부터 끊임없이 어떤 사안 그게 페미니즘이든 아니면 정치적이든지간에 성찰하는 법을 배워야하는데 그런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인이 되다보니 가부장제에 대한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가 남아 있는 것 같더라구요.

cyrus 2017-01-06 08:56   좋아요 1 | URL
여자들만 구성된 사회조직도 가부장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조직 내에서 위계 질서, 차별이 생깁니다. 과거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근거로 남성을 비판했지만, 이제는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도 비판해야 합니다. 박근혜가 공직자들의 비판적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그녀도 가부장제 문화에 길들였기 때문입니다. 남자도 여자도 가부장제 문화에 길들여지면 권위적인 태도를 드러냅니다. 생각보다 일상 속에 가부장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문제점을 짚어줘야하는 일이 페미니즘의 역할인데 청소년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페미니즘을 배우지 못합니다.

블랑코 2017-01-06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역시 공부를 해야겠어요.

cyrus 2017-01-06 08:5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페미니즘을 너무 단순하게 공부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공부하면서 시야를 넓혀야겠습니다.

마립간 2017-01-06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이나 진리에는 인기있는 것이 있고, 인기 없는 것이 있는데, cyrus 님의 글만 읽어도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가 인기 없는 이유가 그냥 느껴지네요.

cyrus 2017-01-06 17: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 글이 전체적으로 무미건조해서 책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학술지에 실렸던 것입니다. ^^;;

2017-01-06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7-01-12 21:48   좋아요 0 | URL
170106 17:27 투명인간 님

제 댓글에 대한 댓글로 생각하여 말씀드리면 위 책이 《잘못된 길》의 인기 없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1953년부터 1994년까지 전국 영화관에 가면 무료로 보는 ‘그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대한늬우스’이다. 유신 시절 영화관에 가면 누구나 애국가를 들었다.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 삼천리금수강산의 영상이 펼쳐지면서 애국가가 울리면 관객들은 암흑 속에서 일어나 차렷 자세로 경의를 표했다. 그리곤 울며 겨자 먹기로 보아야 했던 영상이 ‘대한늬우스’였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세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중략)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내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동명 시집 37쪽)

 

 

황지우는 이 시를 통해 군사문화의 외면적 강압을 비판했다. 시에서 언급된 ‘이 세상’은 많은 문제를 내포한 사회였다. ‘대한늬우스’는 노골적인 국정 홍보물이었다. 정부의 시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중립성이나 객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정권유지를 위한 홍보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다 1994년 12월 31일 2040호를 끝으로 폐지됐다. 강압과 침해의 의미로 남게 된 추억이 2009년에 한 번 부활한 적이 있었다. 문체부가 제작한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 편’이였다. 비록 상영기간이 한 달에 불과했지만, 1970년대의 시계로 거꾸로 돌린 문체부의 행보는 유신 시대에 있을 법한 일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다. 개인의 일상에까지 권력에 의한 획일적인 강요가 침투해 있다면 문화는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쓴 시를 두 번 다시 보기 싫다. 혐오감이 난다."

 

황 시인은 자신의 처녀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의 출간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이 시집의 ‘자서(自序)’ 첫머리에 시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썼다. 사실 그의 시집을 읽으면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억압과 부패, 그리고 비(非) 윤리가 가득했던 시절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새들조차 세상을 뜨고 싶을’ 정도로 숨 막혔던 그때 그 시절의 아픔을 느껴본 시인과 독자들은 이 시집을 다시 들춰보기가 껄끄러울 것이다. 그런데 유신 시대가 종언을 고한 지금은 그때보다 더 미개해지고, 더 야만적이다. 지금의 세상이 황 시인의 시보다 더 혐오감이 난다.

 

행정자치부가 올해부터 새로운 국민의례 방식을 제정했다고 한다. 공식 행사에서 순국선열,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을 하도록 권고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은 국가가 지정한 묵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그뿐만 아니라 5.18 민주 항쟁 희생자, 제주 4.3 희생자들도 묵념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참고 기사 : [정부, 국민의례 때 ‘세월호, 5·18 묵념 금지’ 못 박아] 한겨레, 2017년 1월 5일 자) 국가가 국론 분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묵념과 추도를 통제하는 상황. 우리가 탄핵 결과 그리고 최순실, 정유라에 주목하고 있을 동안에 정부는 조용히 역사의 시곗바늘을 유신 시대로 돌리고 있다.

 

나는 유신 시대와 유사한 상황으로 되돌리려는 정부의 행보에 거부한다. 국민의 취향과 마음조차 통제하고, 하다 하다 이제 희생자를 애도할 자유마저 빼앗으려고 한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도 한참 돌았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이 없다는 교황의 말처럼 인간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행위에도 중립이 없다.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가 민망해지는 요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집을 두 번 다시 보기 싫더라도 84쪽은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거기에 묵념할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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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탕아 2017-01-0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유효한 시 맞네요. ^^

cyrus 2017-01-05 18:09   좋아요 0 | URL
오늘 한겨레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황지우 시집을 들춰봤습니다. ^^

yureka01 2017-01-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영화 한 편 보는데도 애국가가 흘러 나왔던 기억납니다.
독재적일수록 애국심은 강요되고.
민주적일수록 애국심이 우러나죠.

cyrus 2017-01-05 18:12   좋아요 0 | URL
제가 극장을 처음으로 갔던 해가 2001년입니다. 대한 늬우스가 나오던 극장 내부의 풍경이 어떤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암울했던 역사를 보게 되니까 그때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신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대한늬우스를 좋은 추억으로 생각할 겁니다.

나와같다면 2017-01-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권은 세월호 희생자. 5.18민주 항쟁 희생자. 제주 4.3 희생자들에 대해 추도할 염치가 없습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불렀던 MB정권의 천박함을 기억합니다

cyrus 2017-01-05 18:15   좋아요 0 | URL
정부는 순국선열들을 진심으로 애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애도할 자유를 제한할 자격이 없습니다.

캐모마일 2017-01-0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이 요근래 읽은 글 중에 제일 인상에 남네요.

cyrus 2017-01-05 18:17   좋아요 0 | URL
황지우 시집의 84쪽에 보면 묵념을 할 수 있습니다. 시 제목이 ‘묵념, 5분 27초‘입니다. 광주 항쟁 희생자들을 추모한 무언시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1-0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사짓는 땅이 지력을 다했으면 갈아엎어야 되는데 잡초만 뽑아대니 아무리 좋은 종자를 심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네요.
이제부터 시작인데 이 위기감도 곧 사그라들겠죠~
이나라 현대사는
˝유야무야˝ 이 한마디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7-01-05 18:18   좋아요 1 | URL
조봉암이 대선 후보에 나섰을 때 선거 구호가 ‘갈아 엎자‘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조봉암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민들 속 시원하게 해주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

보슬비 2017-01-05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묵념에서 뭉클했어요.. 국가는 대한국민 국민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었어요.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둠은 빛을 이길수 없다‘는것을 제대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7-01-05 21:13   좋아요 0 | URL
암울한 상황을 직시하고, 여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촛불 집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하면 트라우마가 조금씩 치유될거로 믿습니다!
 

 

 

송인서적 부도가 올해 출판 산업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1998년, IMF 외환 위기로 인해 나라 전체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도 출판 산업이 크게 휘청거렸다. 서적도매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자 출판사들이 큰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결국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면서 승승장구하던 출판사들이 경제적 대위기의 여파를 이기지 못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때나 지금과 상황이 유사하다. 98년 당시에 IMF라는 이름이 우리 삶에 너무나도 크고 버거웠던 이름이었기 때문에 서적도매업계의 부도 소식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7년 지금은 어떤가.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황에 정유라, 심지어 그녀가 입었다던 패딩까지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는 바람에 송인서적 부도 소식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98년에 총체적 위기를 맞은 출판 산업을 살리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5백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5백억 원 중에 문화관광부(현 문체부) 이름으로 마련된 문예진흥기금은 2백억 원이었다. 나머지 3백억 원은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와 관계은행 간 협의를 통해서 마련되었다. (관련 기사 : [정부지원 5백억 원 어떻게 운용될까] 연합뉴스, 1998년 3월 17일)

 

송인서적 부도 소식을 접한 문체부의 공식 입장이 어이없고, 황당하다. 문체부 측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98년에 김대중 정부가 출판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 자금은 국가적 차원의 긴급 지원이라고 말하면서 정부가 따로 자금 지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송인서적 부도에 “공적자금 투입하자” 목소리…정부 “전례없다” 난색] 동아일보, 2017년 1월 4일)

 

98년 공적 자금 지원 사례가 있었는데도 현 정부는 자금 지원을 한 적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논리인가.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는 ‘정부’라는 이름으로 소속된 통치 기구다. 문체부 스스로 자신들이 정부 소속의 관료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문체부가 정유라와 그녀의 애마 뒤치다꺼리하고,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문화계 인사들을 미워하는 반 관료기관이라는 것을. 문체부의 변명은 심각한 문제에 한 발 내빼려는 태도다. 안 그래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문체부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마당에 벌써 레임덕(lame-duck) 조짐을 보인다.

 

어떤 이들은 출판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십 년 전에도 출판계 위기 운운했을 때 들은 것 같다. 이러한 대안은 현실성과 동떨어진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책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도서정가제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출판업계와 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을 지켜보기만하고, 말로만 대책을 세우겠다고 반복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실망스럽다.

 

98년 정부의 출판계 공적 자금 지원이 결정되었을 때 서울출판인포럼 총무는 별도로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예산 1억 원을 마련해주기를 원했다. 만약에 문체부가 출판계 공적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예산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에 투입되는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편성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출판 산업 부흥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종이책 구매층 독자들이 줄어들었는데, 이들은 신간도서를 사는 대신에 도서관에 빌려 본다. 나는 이미 종이책 구매층에서 완전히 이탈되었다. 부끄럽게도 도서정가제가 정식 시행된 지 2년 동안 신간도서 구매 횟수가 중고매장에서 도서 구매 횟수보다 적다. 솔직히 말하자면 중고매장에서 책을 구매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게 책을 소비하는 독자가 생각보다 많아지면, 이건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있어도 책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작년부터 공공도서관 1곳에서 책을 10권 대출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거주 지역에 있는 모든 공공도서관을 통합 대출회원카드 한 장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20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 날 도서관은 책 20권을 빌릴 수 있는 ‘두 배로 데이’를 정했다. 책을 많이 빌릴 수 있다는 건 애서가에게는 크나큰 축복이다. 그런데 이 달콤한 정책에 너무 맛 들여서 도서관만 찾게 되면, 서점을 방문한 일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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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방법
    from 공음미문 2017-01-06 01:55 
    저는 평균 매달 십만원 정도 책을 구입합니다. 개인이 책을 사는 것이 출판시장에 가장 도움이 되겠지만 물리적(공간)으로도 현실적(비용)으로도 부담이 크죠.cyrus 님 글과 많은 알라디너 댓글을 보며,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 문제점에 공감했습니다. 베스트셀러의 다량 구입, 작은 출판사의 책 구입 부족현상 등. 그렇다면 우리가 작지만 흐름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다른 도서관은 모르겠는데 제가 사는 지역 도서관에서는 한달에 1인 3권으로 희망도서 신청을 받
 
 
yureka01 2017-01-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통계를 보니 평균적으로 한달에 약 10만원 정도 도서구입비에 지출했더군요...아무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도서 구입 비용이 줄어들거 같습니다...사진 책이 거의 출간 안되고 있으니...사고 싶어도 사진 관련 책이 안나옵니다..하기야 책 나와도 팔리지 않으니 누가 출간할 생각이나 하겠습니까요..

cyrus 2017-01-04 15:47   좋아요 1 | URL
직접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중고매장에 책을 구매할 때 썼던 비용이 신간도서를 구매한 비용보다 많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중고매장에 절판본을 사는 게 좋지만, 출판업계 전체를 생각하면 좋은 게 아니죠.

레삭매냐 2017-01-04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읽은 송인서적 부도 건에 관한 이택광 교수님의 글을
읽어 보니 공공도서관을 비롯해서 작은 도서관 등에 책을
공급하는 것도 출판사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보니 어느 출판사 사장님과의 자리에서 전국에 있는
도서관에서 2,000부만 받아 준다고 한다면 어떤 책을 찍고
싶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런 공공소비도 좋지만, 개인이 사는 것만 못하겠죠.
앞으로는 다품종 책보다 팔릴 만한 책들만 만나게 되는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중고서점을 애용하지만, 출판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새책을 사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cyrus 2017-01-05 11:39   좋아요 0 | URL
저는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려면 작은도서관이 많이 확충되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는 대구만 해도 작은도서관 수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세워놓고 유지 및 관리비 그리고 구입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운영할까봐 염려스럽습니다.

북깨비 2017-01-04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월 평균 책 구매 금액 15만원 찍었어요. 그 중에 중고매장에서 구입한게 한 30프로쯤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월 평균 10만원은 적어도 새 책을 사는데 소비한 것인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 생각해요. 개개인이 이 정도를 써도 출판사는 계속 망하는군요. 출판업계를 생각하면 새책이 팔려야 하고, 친환경 하려면 ebook이나 헌책이 더 잘 팔려야 할 것 같고..

cyrus 2017-01-05 11:4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한 달에 쓰는 도서 구입비 10만 원이면 적지 않은 돈이죠. 출판사들은 북깨비님처럼 지속적으로 책을 사는 독자들의 존재를 잊으면 안 됩니다.

잠자냥 2017-01-04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중고서점에서 책 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알라딘은 계속 이용하긴 하는데,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이나 동네 책방 찾는 일도 줄었고요. 온라인 서점만 살찌우는 도서정가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암튼 이 뉴스 전 충격이었는데 ㅠㅠ 모든 게 최순실블랙홀에 빠진 느낌입니다.

cyrus 2017-01-05 11:45   좋아요 0 | URL
정말 심각한 문제가 동네서점의 쇠퇴입니다. 아무리 온라인 서점, 교보문고에 책을 많이 사도 출판시장이 살아나는데 큰 효과를 주지 못해요. 개선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출판업도 최순실 블랙홀을 피하지 못하는군요.. ㅠㅠ

박람강기 2017-01-04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고 말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재독,삼독이상 할 책들만 골라서 되도록이면 중고로 구입하려고 합니다.
전에는 그저 새책의 물성이 좋아서 새책으로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책 자체에 대한 열정이 식었나 봅니다. 다른 지출을 줄이고 새책위주로 구입하려고 더 노력해야 겠습니다.

cyrus 2017-01-05 11:46   좋아요 0 | URL
요즘 출판시장에 관련된 안 좋은 소식을 접해서 그런지 책을 사려는 열정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도서관 책을 많이 보게 됐어요. 저 역시 올해에 새 책을 많이 사야겠습니다.

캐모마일 2017-01-04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도서정가제는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네요.
결국 독자가 책을 찾지 않으면 책시장이 무너질 텐데요...

그리고 책유통시장에 문외해서 이번 사태로 송인서적을 처음 들었는데,
전국 2위의 도매유통기업이 이렇게 부도가 나서 쓰러지게 된 것도 문제고,
국가는 도서시장에 관심도 없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됩니다..ㅜ.ㅜ

cyrus 2017-01-05 11:49   좋아요 1 | URL
저는 올해 대선에 나설 후보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한 마디 언급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문화적 손실이 우려되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재는재로 2017-01-04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해가갈수록책구매가부담스럽네요 사는책은사지만 예전같으면살책도 이제는망설이게되는데요 더이상책이선물로부담되지않는가격으로 선물할수있는 제품이아니게되었네요

cyrus 2017-01-05 11:5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더라도 책을 많이 사면 나름 풍족하게 사는 것처럼 느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더군요. ^^;;

:Dora 2017-01-04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값이ㅜ싸다는데 책 사는 이가 없는 건 뭔가 문제있단 뜻...인데 출판계나 서점은 또 어렵다고 난리고

cyrus 2017-01-05 11:51   좋아요 0 | URL
진퇴양난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했습니다.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ㅠㅠ

자강 2017-01-04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값때문에 중고를 사긴했지만 이제 중고책은 안사려고합니다. 중고책을 사고팜은 출판사나 저자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요

cyrus 2017-01-05 11:53   좋아요 1 | URL
자강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중고매장을 애용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접하면서 올해는 중고매장에서 책 사는 횟수를 줄이려고 합니다.

돌아온탕아 2017-01-0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가 엉망이네요 여러가지로. 걱정입니다. 나중에 책 읽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책이 얼마 없으면 어떻게 하지요.

cyrus 2017-01-05 11:55   좋아요 0 | URL
2017년이 된 지 고작 5일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암울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

AgalmA 2017-01-05 17: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굿즈 같이 기념품이다 사은품이다 해서 온라인서점들이 구매를 촉진시키려 하지만 그것도 한두 해죠. 늘 신간 이벤트 상품을 끼워 넣어야 하잖아요.책만큼 쌓여가는 컵, 노트 이젠 그리 달갑지 않아요^^; 매번 5만원 이상의 금액 채워 사기도 힘들고, 따박따박 매달 책값 투자할만큼 여유있는 사람 많이 없을 겁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열성과 관심이 큰 부분 차지한다고 봐요.
최근 알라딘이 직배송 중고도서 포함해서 5만원 이상 구매에도 알라딘 굿즈 받도록 바꾼 거 보고 신간 판매 가지고는 어려운가 싶더군요.
수요가 줄어드니 출판시장은 엉망이죠. 이젠 5~6년도 안 되어서 절판되기 일쑤고 책 살짝 바꿔서 개정판 내서 사람 혼동주고ㅎ;;
송인서적 부도도 도서정가제 영향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적자금이 마땅히 투입되어야죠. 먹거리도 허리띠 졸라매는데 하물며 책이야....도서정가제에 대한 실효 보고를 국회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통계가 과연 믿을 만 한가도 의심스럽지만.

cyrus 2017-01-05 11:59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반값할인 제도, 알사탕(적립금) 제도가 있었을 땐, 책 사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반값할인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출판인들이 있었지만,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독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혜택이었어요. 이게 사라지니까 알라딘 굿즈가 독자들을 유혹했습니다. 저는 알라딘 굿즈가 남발하는 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

해피북 2017-01-05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답답했던 마음이었는데 올려주신 글 읽고 속시원했어요ㅎ 부도소식 접하고네이버 책 사이트에 들어가 혹시 소식 올라왔나 검색해도 없고요 네이버 메인 뉴스에도 없어서 놀랐습니다. 아무리 책이 소외되는 분야라고해도 그렇지 단 한줄 보도되지 않은 이 현실이 참 슬프더라고요. 검색을 해야지만 기사가 보이고요. 이럴때 지도자의 빛이 발하는 법인데 위가 시끄러우니 나라가 어려운것도 사람들이 힘든것도 보이지 않는가봅니다. ㅜㅜ 말만 바꾸기 좋아하는 윗사람들 덕에 2017년도 우울한 해가 될까 걱정이네요

cyrus 2017-01-05 12:03   좋아요 0 | URL
정치인들이 도서정가제나 출판업계의 현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들 홍보용 책을 펴낼 때만 출판사들을 찾습니다. 현재 출판사들이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아는 정치인들이 많이 없을 겁니다.

감은빛 2017-01-05 1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도서관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책을 구비하고, 찾기 쉬운 곳에 배치하고,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취향에 맞는 책을 권하는 등의 일이 중요하죠.
하지만 현실은 베스트셀러만 여러권 구매하고,
의미있는 좋은 책들은 정작 존재도 모르는 사서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도서관에 책을 제공하는 도매상에서
책목록을 넣고 얼마나 가격을 다운해 줄 것인지 협의합니다.
그러면 도매상은 출판사에 몇몇 책을 도서관 구매 목록에 넣을테니,
공급률을 조금만 낮춰달라고 요청하죠.

최근 몇 년 사이 회원 신청도서를 도서관에서 구비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도 유명한 책, 베스트셀러 위주로 가는 경향이 많아서
전적으로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소식입니다.

어쨌거나 말씀하신대로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정말 올해 큰 일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1-06 16:4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가 작년에 대구 공공도서관 몇 군데를 이용하면서 느낀 게 인지도가 낮은 중소출판사의 책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이 그 책들을 희망도서로 신청하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날 기회도 없습니다.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06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정가제 이후로 도서구입비, 신간구입비가 모두 줄었습니다. 도서관과 중고책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심함 저의 복수이자 합리적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출판시장 위축으로 돌아오네요.

TV, 영화, 특히 스마트폰, 웹툰과 책이 경쟁하다보니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정부에서 정책적으로도 장려했으면 좋겠습니다. 현 정부는 대중들이 책을 읽고 똑똑해지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겠지만요. 새로운 정부, 민중을 위한 정부가 들어섰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7-01-06 16:42   좋아요 1 | URL
TV, 스마트폰, 인터넷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는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게 심해져서 출판 산업이 심각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번 심각한 현상에 대해 독자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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