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바다표범을 무서워한다. 바닷물 속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그만 자신이 바다표범의 먹잇감이 된다. 펭귄들이 살아남으려면 바다표범이 살지 않는 안전한 바다를 찾아야 한다. 이럴 때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겁이 많은 펭귄들을 대신하여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본 펭귄들은 퍼스트 펭귄을 따라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를 헤엄치며 이동해야 할 때도 퍼스트 펭귄이 가장 먼저 앞장선다. 펭귄 무리는 그의 행동을 믿고 의지한다. 

 

그러나 퍼스트 펭귄이 바다표범에 잡혀 죽는 불상사가 생겼다. 살아남은 펭귄 무리는 퍼스트 펭귄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또다시 다른 육지로 이동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펭귄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여기 한곳에 오래 있으면 북극곰에게 발각될 수 있다. 이번에도 퍼스트 펭귄이 나서야 할 때다. 그런데 펭귄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퍼스트 펭귄이 되면 집단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그걸 잘 알기에 아무나 퍼스트 펭귄이 나오기만 기다린다. 그러자 한 펭귄이 침묵을 깨고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퍼스트 펭귄이 되기로 했다. 새로운 퍼스트 펭귄은 물속 주위를 확인하고 바다표범이 없다는 사실을 육지의 펭귄들에게 알렸다.

 

“얘들아, 지금은 안전하니까 얼른 물속으로 내려와!”

 

그러나 육지의 펭귄들은 우두커니 서서 퍼스트 펭귄을 쳐다봤다. 이들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래? 안 갈 거야?” 퍼스트 펭귄이 재촉하자 펭귄 무리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안전하다고 말해도 물속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3)와 《공부 중독》(위고, 2015)은 삶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적 공포에 지배당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책이다. 오찬호, 엄기호, 하지현. 이 세 사람은 성과에 집착하도록 유도하는 현 교육 체제의 문제점을 공유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춘 ‘퍼스트 펭귄’들이다.

 

오찬호는 지금의 20대들에게 자기계발의 환상적 주문에서 빠져나오라고 당부한다. 자기계발 시대 속에 살아가는 20대들은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만 있다면 ‘열정 페이’를 해서라도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기업이 원하는 ‘뜨거운 열정’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도 의심할 겨를 없이 자신들의 하나뿐인 청춘을 끊임없이 담금질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전국의 젊은이들이 ‘열정’을 보여주려고 난린데, 취업이 무난하게 될 리 없다. 취업이 안 된 친구들은 점점 입이 바짝 타기 시작한다. 이제 서른이 코앞인데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하면 왠지 사회에서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 수차례 낙방하면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 주변 어른들은 그들에게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한다.

 

“젊은이, 좌절하지 말고 더 노오오오력해보시게나.”

 

젊은이들은 자신이 무능력해서 연거푸 실패의 쓴잔을 들이켜 마신다고 생각한다. ‘취업 준비 중’인 젊은이들은 비좁은 고시원 방에 갇힌 채 두꺼운 자격증 문제집을 끼적거린다. 그들의 방문 앞에 ‘지금도 노력 중’이라는 푯말이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20대들은 이렇게 침잠한 잉여 상태로 청춘의 끝자락을 보낸다.

 

 

 

 

 

‘지금도 노력 중’ 상태로 맞춰 살아가는 20대들은 엄청난 양의 공부에 중독되어 있다. 어른들은 공부가 재미없어도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명문대에 입학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죽을 때까지 넉넉하게 돈을 만지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누구나 다 공부하는 시대가 된 지금, ‘공부 성공론’의 신화가 산산이 부서졌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 밑에 자란 아이들은 공부가 자신들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착각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초라한 성적에 실망한다. 어른들이나 학교 또한 마찬가지.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려고 고민한다. 그런 와중에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이다. 학교 성적이 형편없어도 학교 밖에서 하는 자기계발을 잘하면 중졸이든 고졸이든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20대들은 자기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지가 무수히 많다. 그런데도 먼 곳에 있는 선택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선택지는 공부와 자기계발이다. 이 둘 중 하나만 잘하면 성공하는 인생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할 결정적인 시기가 찾아오면 부모들은 벌써 자식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리고 자식이 공부하라고 주문한다. 성공을 위한 왕도(王道)가 공부임을 철석같이 믿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끼여든다.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욕망이 지나칠수록 아이들은 머리만 좋을 뿐, 사회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현은 과열된 교육열로 너무 뜨거워진 우리 사회에 투덜대려고 대담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점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러면 다수의 사람을 한쪽 길에만 움직이게 하는 ‘공부’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현뿐만 아니라 오찬호, 엄기호도 공부 에너지만 내는 ‘Made in Korea’ 교육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걸 지켜보는 독자들도 자신들과 함께 브레이크를 걸자고 제안한다. 설마, 자신들과 문제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기만 기다려보자는 건 아니겠지. 사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깨달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공부’ 드라이브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공부에 중독되었다. ‘공부가 전부’라는 인식을 쉽게 버리지 못했을뿐더러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의 시작을 어디부터 잡아야할지 함께 공유해본 기회가 적었다. 그러니까 문제점은 누구나 다 알면서도 변화할 의지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오찬호, 하지현, 엄기호 같은 퍼스트 펭귄들이 계속 등장하여 사회에 태클을 여러 차례 걸어봤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여 겁이 많은 펭귄들처럼 그냥 그들의 행동을 바라만 봤다. “아, 맞아! 그들이 지적하는 말은 맞아, 그런데 지금까지 해온 걸 막상 포기하자니 두려워.” 기존 사회 체제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통을 꾹 참고 지내왔다. 오로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누리려고 말이다. 지금의 20대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의 말에 경청하고 따르면서 자랐으니까. 그렇게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 못하는 구경꾼, 잉여가 된다. 앞으로 이런 교육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각자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보자. 과연 나는 사회를 개선할 마음이 있는 퍼스트 펭귄인가, 아니면 문제점이 뭔지 알면서도 고치려는 일에 자신 없어하는 겁 많은 펭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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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하게 위대해지는 길은 없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처음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다만, 퍼스트펭귄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cyrus 2016-02-18 14:05   좋아요 0 | URL
집단 속에 퍼스트펭귄 역할을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로 정해서 분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니데이 2016-02-1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18 14:06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나비종 2016-02-1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아직까지 저는 겁 많은 펭귄인 것 같습니다ㅡㅡ;

cyrus 2016-02-18 14:1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공부 중독>의 엄기호 씨의 지적에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시민들은 어떠한 사회 문제 앞에서 의견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 문제를 구경하면서 말할 뿐이지, 참여자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죠. 그냥 사회 문제를 품평하는 언어만 남을 뿐이다. 사람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 마치 참여자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오래된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판을 갈아 엎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어도 막상 실현되기 시작하면 불안해요. 기존 체제에 너무 익숙해졌으니까요.

프레이야 2016-02-1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하게 살아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cyrus 2016-02-18 14: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이 하신 말이 오늘 처음 본거라서 무슨 뜻인지 알아보려고 검색해봤습니다. 니체가 한 말이었군요.

북다이제스터 2016-02-17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퍼스트는 기성 세대가 되어야 하는데, 겁 많은 펭귄이 되어 버렸죠. 그중 대표는 이 책에서 소극적 대책을 제시하는 저자 오찬호와 젊은 세대에게 모든걸 떠 넘기려는 장하성 교수라고 생각됩니다.
분석이 잘 되었지만, 젊은 세대가 분명 비분강개할 책입니다. 억울합니다.

cyrus 2016-02-18 14:24   좋아요 1 | URL
<공부 중독>의 평점을 저는 별 세 개를 줬습니다. 솔직히 별 네 개, 다섯 개 평점 수준은 아니었어요. 하지현 씨 같은 경우도 소극적인 대책을 제시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엄기호 씨가 조금이라고 태클을 걸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두 사람이 서로 치고받고 의견 차가 나는 대담이 재미있는데, <공부 중독>은 그런 재미가 없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7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에세이`라면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하지만 사회학 서적이라면 단점이 많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작은 채집군(자신의 행동 반경인 대학 속 자신이가르치는 강의 속 학생들)을 가지고 20대 젊은이 전체를 분석한다는 측면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라면 인정하지만 사회학이라고 했을 때는그리 좋은 책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인데요. 뭐.. 그렇습니다. 횡성수설하네요.. ㅎㅎㅎㅎ

cyrus 2016-02-18 14:27   좋아요 0 | URL
횡설수설이라뇨? 맞는 말씀하셨는데요. ㅎㅎㅎ

곰발님이 지적한 점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내용은 독창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 전에 그런 주장을 한 책이 있었고, 오찬호 씨는 그 책의 내용을 참고했더군요.

만병통치약 2016-02-17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에는 첫번째 펭귄이 뛰어들면 나머지들도 같이 뛰어들어서 집단이 도하에 성공했고, 첫번째 펭귄은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 살아서 영웅이 되었죠(국회의원도 되고요) 하지만 요즘은 뛰어드는 펭귄만 뛰어들고 나머지는 구경만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추첨에 뽑힐 날만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만 어떻게 살아 나갈 궁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느 책을 읽으니 펭귄들이 자발적으로 뛰어 들기도 하지만 밀기도 한다는데요? ㅋㅋ)

cyrus 2016-02-18 14:34   좋아요 0 | URL
펭귄들이 자기가 나서기 싫어서 만만한 놈을 골라서 미는 거 아닐까요? ㅎㅎㅎ

위에 나와같다님 댓글을 보면서 방금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퍼스트 펭귄이 무조건 한 사람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이러니까 이 한 사람만 너무 억울해요. 호기롭게 퍼스트 펭귄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는데, 실패를 해보십시오. 비난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눈치를 살살 보면서 슬그머니 빠지는 거죠.

고양이라디오 2016-02-17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금 다르게 비유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과연 오찬호교수가 퍼스트 펭귄일까요? 그는 이미 다른 안전한 육지로 건너간 펭귄은 아닐까요? 그곳(다른 육지)에서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는 소극적인 펭귄들에게 바다로 뛰어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육지보다 바다가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입니다. 자기계발과 공부(육지)를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소극적인 펭귄들에게는 바다에서 바다표범을 몰아내주거나 그들이 살고있는 육지를 더 넓혀주는 일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요? 현실을 바꾸지하고 펭귄들에게 먼저 변하라고 하는 것은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펭귄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6-02-18 14:44   좋아요 1 | URL
남극의 상황을 비유해서 말하자면 고양이라디오님의 말씀은 얼음으로 된 육지(교육제도)를 사라지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겠죠? 그러면 펭귄들이 육지를 떠날 일이 없으니까요. 어제 작성한 글 후반부에도 언급했듯이 <공부 중독>의 하지현 씨의 해결책에 실망했습니다. <공부 중독> 3부 제목이 ‘중독에서 해독으로’입니다. 저는 이들의 해결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도 뭔가는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깨달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정신 차린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야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봤습니다. 결국 고양이라디오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하지현 씨의 발언은 공부에 중독된 시민들이 얼른 정신 차리고 변화하라고 요구하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변화를 주저하는 시민들(펭귄들)은 사태를 심각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에 변화를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해봤는데, 제가 라디오님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고양이라디오 2016-02-18 15:05   좋아요 1 | URL
제 이상한 비유를 알아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현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저는 당장에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조금 현실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현교육제도는 입시와 취업위주로 되어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입장에서는 학업성적과 연봉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여유가 있어야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데 그 `여유`가 우리사회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안전장치, 기회의 부족, 심각한 임금과 고용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 마냥 자기계발과 공부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말그대로 생계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근원과 본질을 치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우리사회는 감기에 걸려있습니다. 기침, 콧물, 두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기침을 못하게 막는다고 콧물을 못 흘리게 막는다고 감기가 낫지는 않습니다. 면역력을 키워주고 바이러스를 잡아줘야 감기가 낫는 것입니다. 공부중독은 증상입니다. 그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면 공부중독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cyrus 2016-02-18 15:13   좋아요 1 | URL
이상한 비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유를 들면서 의견을 밝히는 댓글 내용이 좋았습니다. 학업이 성적 그 다음에 취직에 직결되기 때문에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걸 한꺼번에 포기하고 바꾸자는 지식인들의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yamoo 2016-02-20 22:15   좋아요 2 | URL
고양이라디오님..

저는 당장에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조금 현실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현교육제도는 입시와 취업위주로 되어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입장에서는 학업성적과 연봉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체제를 인정하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고양이라디오 님이 말씀하시고 계신 논점의 핵심은 오찬호 교수를 비판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바뀌려면 김예슬 같은 학생이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할 것 없이 계속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바뀔 낌새라도 있지요. 헌데 그런 시도를 한 김예슬 양은 운이 좋아 시민단체에서 근무하지 백수로 낙인찍힐 위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우리사회에서 내부고발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면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뀌는 게 없는 거죠. 체제를 인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말씀하신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게 어떻게 가능한지요. 체제를 인정하는 순간..저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비슷한 양상의 비판서만 줄창 나오는 거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2-20 23:06   좋아요 1 | URL
야무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죠. 하지만 제 의견은 체제를 인정하고 옹호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 체제에서는 그 체제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 것이 개개인에게 위험부담이 큰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개개인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원인을 찾아서 치료한다.` 는 것은 현 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해결책은 북유럽국가들의 복지모델입니다. 우리나라의 불평등지수는 OECD국가 중 4위라고 합니다. 임금과 고용불평등이 심하기때문에 다들 대기업취업이나 공무원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현 체제의 문제점이 아닐까요?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개개인에게 다른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개개인이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yamoo 2016-02-18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중요한 건 저런 문제 진단 뿐이라는 거...교육 실상은 전혀 바뀌지 않는데, 이런 책에서 계속 말해 봤자, 대안 없는 비판만 있는 듯해서 좀 거시기 합니다. 교육 관료와 정치인을 바꿔야 하는데, 정작 소리를 내야하는 주체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체제를 따르고만 있습니다. 김예슬 같은 학생이 고교에서 무더기로 나와야 정치적 쟁점이 되는데, 학자들이 맨날 대안없는 비판만하면 어쩌라는 건지...계속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교육 시스템 자체가 바뀔 생각을 않는데....퍼스트 퓅귄을 떠나 이런 비판이 대안 없는 메아리 같아 식상합니다. 김예슬 선언이 훨씬 강도가 높았다고 생각됩니다만...개인적으로 퍼스트 펭귄은 김예슬 같습니다만..

cyrus 2016-02-18 14:5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매년 이런 책을 내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커져만 가는데, 정작 이걸 들어야 할 사람은 안 듣게 되니 거시기하죠. 그래서 살기 위해서 사회 체제에 적응하는 시민들만 어중간한 위치에 있죠. 지식인들은 “시민들아, 정신 차리자!”라고 외치는데, 정부는 “시민들아, 우리가 교육제도를 다시 손 봤으니 이번에 믿어 달라”고 말하고 있으니 답답하죠. 그래도 시민들이 제도에 불만족스러우면 지식인들은 마치 시민들의 불만사항을 대변하듯이 투덜거리죠. 정부랑 말이 안 통하니까 시민들을 향해 간접적으로 비판을 하죠.

김예슬 씨는 요즘 뭐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녀의 주체적인 행동은 정말 대단했죠. 제가 잠시 김예슬 씨를 잊고 있었어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퍼스트 펭귄으로 비유하면 김예슬 씨가 어울립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2-20 23:05   좋아요 0 | URL
야무님이 이 글에서 말씀하신데로 교육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김예슬같은 학생이 몇몇 나와도 단발성으로 끝나고 말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단체로 합의해서 무더기로 현 교육체제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질리도 없을 것 같고요.

마녀고양이 2016-02-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은 제 직업으로 인해 굉장히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떤 길로 갈 수 있나에 대해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거기다 사회가 워낙 취업이 어렵고, 양극화가 심하니 불안할 수 밖에 없구요. ㅠㅠ

우리 기성 세대는 사이러스님같은 20대에게 미안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지 오래 되어서, 아직 20대가 맞나요?)

cyrus 2016-02-19 14:53   좋아요 0 | URL
거짓말 안 하고 올해가 마지막 20대입니다. ㅎㅎㅎㅎ

정작 교육 사업으로 수익만 챙기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하는데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하는 평범한 시민들만 반성하는 상황은 잘못됐다고 봐요. 위에 북다이제스터님과 고양이라디오님이 댓글로 이 점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월경의 정치학 - 아주 평범한 몸의 일을 금기로 만든 인류의 역사
박이은실 지음 / 동녘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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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 Bleed’ 이벤트에 동참한 아디티 굽타 (사진출처: 허핑턴포스트)

 

 

 

작년 11월에 인도 페이스북에 공유된 문구가 화제가 되었다. Happy to Bleed.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피 흘려서 행복해요. 인도 여성들은 ‘Happy to Bleed’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들은 왜 피 흘리는 일을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유가 있다. 그녀들은 힌두교 신자들이다. 힌두교의 원칙에 맞서기 위해 항의 시위를 한 것이다. 힌두교에서는 월경하는 여성을 불결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월경 중인 여성은 신성한 종교 행사에 참석할 수 없고, 사원에 들어올 수 없다. 인도 서남부에 있는 사바리말라 사원은 월경 여성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까지 서원 출입을 거부했다. 사바리말라 사원의 지도자는 여성이 사원에 출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발언을 하여 힌두교 여성 신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월경을 불경하게 보는 인식에 저항하기 위해 인도 여성들은 ‘Happy to Bleed’ 플래카드를 들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 들으면 인도 여성들의 분노가 이해된다. 인도 여성들은 월경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원 지도자의 발언은 경솔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인식이 내재한 발언이다. 가부장적인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Happy to Bleed’ 열풍을 보도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시선은 달랐다. 사원 지도자의 발언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원래는 월경하는 여성 신자들은 휴식을 취하려고 자발적으로 종교의식 참석을 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전통이 왜곡되어 차별로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원 출입을 하지 못한 월경 중인 여성은 차별적인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받는 셈이다. 페미니스트들은 텔레그래프의 입장에 반박할 것이다. 텔레그래프가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남성 중심의 종교 이데올로기를 미화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둘 중 누가 잘못한 것일까? 차별이 아닌 구별이라고 일축하는 종교 지도자일까, 아니면 전통을 잘못 이해한 여성 신자일까? 이와 같은 월경을 이해하는 남녀 인식의 차이를 논할 때 누가 잘못했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여기에 얽매이는 토론 진행자들은 한순간에 전투력이 급상승한다. 여성 신자를 옹호하는 페미니스트나 종교적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여성이라고 비난하는 남성이나 둘 다 맞는 소리를 했다고 볼 수 없다. 내 입장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당신은 이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려고 어정쩡한 견해를 밝힌 건 아니냐고. 내가 둘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분명히 손을 들지 못하는 이유라고 썼다. ‘손을 들지 않는 이유라고 썼으면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회피하는 발언으로 보일 수 있다. 월경을 문화적, 종교적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당신들도 나처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월경, 쉽게 바라보고 지나칠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다.

 

박이은실의 월경의 정치학을 읽어보면, 그동안 우리가 월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페미니스트도 마찬가지다. 인류학이나 비교문화 같은 분야를 공부한 적 없는 페미니스트들은 월경하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나머지 월경 문제에 밀접하게 연결된 전체적인 상황을 놓치는 오류를 범한다. 오류를 저지르는 페미니스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인류(남성)가 만들어 낸 종교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그리고 중요한 종교적 행사에 월경하는 여성의 출입을 막는다. 그들이 만들어 낸 월경 터부(‘월경하는 여성들은 특정한 일을 해선 안 된다’)로 여성의 활동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남녀평등 인식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과거에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대적 변화에 맞춰 여성 평등 인식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여성을 억압하는 월경 터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월경 기간의 무슬림 여성(여성 이슬람 신자를 무슬리마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총칭인 무슬림으로 썼다)들은 종교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휴식이라고 여긴다. 오히려 무슬림 여성들은 월경 터부를 긍정적으로 이해한다. 과연 이런 반응을 여성을 차별하는 문제로 볼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일부 학자들은 월경 터부가 단순히 여성들을 억압하기 위해서만 형성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월경 터부가 여성을 해방해주는 긍정적인 작용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주장이 여성을 억압하는 월경 터부를 미화하려는 의도로 나온 것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월경 터부의 부정적 측면을 반박하고 있어도 애초에 그런 현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월경 터부에 대한 인식이 사회 또는 문화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주장일 뿐이다. 텔레그래프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Happy to Bleed’ 열풍을 바라봤다.

 

사바리말라 사원 지도자의 발언은 문제가 많다. 그 발언 속에 월경을 혐오하는 공포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온 잘못된 선입견이다. 그는 여자를 남자에게 규제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 월경을 확인하는 기계라는 괴상한 발상이 튀어나왔다. 힌두교만 그런가.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마리아의 월경에 통해서 태어났다는 주장을 이단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 사회에도 여성의 월경을 꼭꼭 숨겨야 할 나쁜 현상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 ‘월경자를 꺼내는 것조차 불편해한다. 월경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 및 감정 변화를 의학으로 고쳐야 할 병리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이럴수록 여성 월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점차 좁혀지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작년 영국에서는 월경 없는 삶을 선택한 여성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녀들은 직업에 대한 열정을 쏟아 붓기 위해 호르몬 주사를 맞아가면서 월경을 인위적으로 중단했다. 그러나 약물에 의존하는 월경 중단이 지속하면 건강상 문제가 따른다. 영구 불임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활동을 제약하는 월경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어 월경 없는 삶을 선택한 그녀들의 행보가 심히 걱정된다. 사회가 만들어 낸 월경에 대한 잘못된 불편이 오히려 여성들의 삶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월경의 정치학월경 있는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다만, 이 책의 한계는 여성들의 증언이 다종교 사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단점을 보충하는 책이 있다. 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2011)월경에 대처하는 서양 여성들의 솔직한 심정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 월경 현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와 닿지 못한 남성 독자라면 이 두 권의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러면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월경 있는 삶이 어떤 건지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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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16-02-05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리휴가,가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cyrus 2016-02-05 10:45   좋아요 0 | URL
생리휴가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일부 남성들은 직업을 가진 여성이 생리휴가를 받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생리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남성들은 여성이 생리 때문에 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월경 있는 삶’에 근접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stella.K 2016-02-0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빨간책은 내가 너한테 선물한 거지?ㅋ
근데 저거 절판됐더라구.
나는 월경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문제지만 폐경에 대해서도
사회적 인식이 안 좋은 것 같더라구.
물론 폐경을 힘겹게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폐경이 돼서 해방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거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안 다루고 힘든 점만 다룬다는 게 좀 기분이 안 좋더라구.
그래서 얼마 전 글 하나를 썼는데 네 글 본 김에 올려 볼까...?ㅋ

cyrus 2016-02-05 15: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이 절판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읽은 <월경의 정치학>에 폐경을 고쳐야 할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시선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폐경뿐만 아니라 월경전증후군도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용어입니다. 누님의 생각이 담긴 글이 궁금합니다. 올려주십시오. ^^

서니데이 2016-02-05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게으른독서가 2016-02-06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사실 영어권에서도 PMS 관련 농담이 많은데...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니라 그냥 여성을 비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슬람국가들 중에서는 종교를 내세워 여성 할례(FGM)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로 인해 월경때마다 고통받는 여성들의 고통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는게 현실이예요.

cyrus 2016-02-06 15:01   좋아요 1 | URL
급진적인 성격이 강한 이슬람 내 여성 신자들도 월경하는 여성의 종교의식 출입 거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종교 신자의 구성에 남성이 많은 편이라서 논의 진행이 어렵습니다. 《월경의 정치학》에 각 문화마다 월경을 바라보는 인식과 사레들이 많이 나옵니다. ^^

서니데이 2016-02-06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연휴 첫날 잘 보내셨나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07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cyrus 2016-02-07 22:07   좋아요 2 | URL
네. 고맙습니다. ^^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
강윤중 글.사진 / 서해문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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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현대인을 위협하는 무서운 무기다. 찍히면 죽는다. 과거에 원주민들이 카메라를 무서워했다. 원주민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의 영혼을 뺏어간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성능이 좋아지는 카메라는 현대인의 영혼을 뺏어가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행복을 빼앗는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유명 인사들을 성가시게 구는 파리 같은 존재다. 특종을 위해 유명 인사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요즘에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가 많아졌다. 이들은 어디선가 숨어서 우리들의 불법행위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다. 파파리치의 과도한 행동은 상대방의 인생을 한 번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를 따돌리다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선량한 사람이 억울하게 피해를 본다. 사진이 하나의 프레임(frame)이 되면, 사람들은 그 사진 속에 있는 상황 그대로 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된다. 그 순간, 사람들의 생각은 한 장의 사진처럼 고정된다. 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 즉 편견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처럼 생생하게 남는다.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담스럽다. 이들의 태도가 위협적이다. 불편하고 복잡한 심경을 가진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뉴스에 올리게 될 사진을 구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기만 바쁘다. 특종만 보여주는 매정한 사진이다. 여기, 매정한 사진과 반대되는 또 하나의 사진이 있다. 이름이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이다.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의 사진 기획물 <포토 다큐>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특종이 단 한 개도 없다. 그 대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의 진실이 담겨 있다. 원래 카메라는 위험한 편견을 양산하는 무기다. 그렇지만 강 기자의 카메라는 특별하다. 그는 카메라가 자신의 편견을 드러내어 동시에 깨뜨리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강 기자는 자신이 엮은 사진 기획물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부드러운 이름 속에 카메라가 만들어낸 편견에 도전하는 기자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책 87쪽 (사진출처: 경향신문 2015년 12월 17일, 링크 연결)

 

 

강 기자는 평소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세상 일부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어디든 찾아간다. 엄청난 열기로 가득한 지하 탄광 막장으로 내려가 보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철거 지역 현장 속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이 땅에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사람들도 만난다. 외국인 노동자,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무슬림, 게이 커플 등이 있다. 기자가 찾아가는 세상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우리는 평소 그들을 향해 이런 생각을 한다. 길에 지나가는 무슬림만 보면 테러분자로 의심하고, 이슬람교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최악의 종교로 생각한다. 동성애를 지구상에 사라져야 할 정신병으로 취급한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 낸 편견이다. 강 기자는 꾸밈없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었다. 그가 찍은 사진 중에는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도 있고, 흐뭇한 표정을 짓게 되는 기분 좋은 사진도 있다. 그 사진을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한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을 낯설게 대했고, 편견으로 바라봤다.

 

 

 

 

 

책 309쪽 (사진출처: 경향신문 2015년 12월 17일, 링크 연결)

 

 

 

강 기자가 사진을 찍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꼭 있다. 사진에 담으려는 대상에 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 강 기자는 자신의 눈에 착용하고 있었던 편견이라는 콘택트렌즈를 깨뜨린다. 이슬람 성원의 남성 전용 예배실을 방문한 기자는 성원 관계자에게 이슬람식 여성 차별이 아니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차별이 아니라 엄숙한 의식을 치르기 위한 구분이라고 대답했다. 여성 전용 예배실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이슬람 사원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기자는 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솔직하게 밝힌다. 그러면서 편견에 사로잡힌 자신의 모습에 반성한다. 이러한 기자의 어수룩한 면모 덕분에 ‘가장 따뜻한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젠체하면서 건방지게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매정한 사진기자들보다 훨씬 낫다. 강 기자의 인간적인 면은 사람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그의 카메라 앞에 모델이 되는 사람들은 처음에 강 기자를 경계하다가 나중에는 친한 친구와 혈육처럼 대한다. 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기자 앞에서 서슴없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모델들의 표정은 어색하지 않다. 의외로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 사진이 더 많다. 강 기자의 사진에 진짜 사람 냄새가 난다.

 

사실 우리는 사진기자가 아닌데도 카메라 한 대씩 가지고 있다. 이 카메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의 이름은 ‘편견’이다. 우리는 이 싸구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살아간다. 싸구려 카메라 필름에서 현상한 사진들은 거짓과 오해로 색칠된 싸구려 생각이다. 우리는 편견의 카메라로 본 것을 변함없는 진실이라고 믿는다. 어떤 사진기자는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오래되고 낡은 편견으로 만들어진 콘택트렌즈와 자신의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자. 언제까지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가지고 있을 텐가.

 

 

 

 

 

※ 딴죽걸기

 

 

책 303쪽에 ‘그룹 홈’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책 속에 있는 문장을 인용해본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시설로, 7인 이하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 소그룹 공동체를 말한다. 30여 년 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한국에는 1992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서울시는 1명의 생활 보조인을 지정해 혼자서는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운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복지 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에 모여 함께 생활하도록 했는데, 입주자와 아이들의 부모는 물론 그룹 홈이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 문장은 2014년에 출간된 《트렌드 지식여행 2》(인물과사상사)에 있는 것이다. 출처 없이 어떤 글의 일부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쓰는 것은 잘못되었다. 다음 쇄를 만들 때 문제가 되는 글을 삭제하거나 인용 출처를 밝혀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있는 '그룹 홈' 내용. 《트렌드 지식여행 2》에 있는 문장을 인용했다. (링크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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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4 17:39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찍는 분들의 말 못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레카님이나 강 기자님처럼 훌륭한 사진가들은 인물 사진을 찍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쁜 기자는 싸가지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담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특종에 눈이 멀어서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장소] 2016-01-24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배려가 담긴 사진을 보는 눈도 길러야 한다고 봐요.
cyrus 님 말에 동감 ㅡ일정부분 ㅡ진실을 전하기위한 기사 거리에 ㅡ과연 이면은 어떤게 있는지도 늘 봐야하고...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것..

cyrus 2016-01-25 15:16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단순한 사진 한 장을 너무 쉽게 보고, 보고 있는 것 그대로 판단하고 맙니다.

만병통치약 2016-01-2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좋은 카메라 들고 아이들 찍는 사람들 많지 않습니까? (저도 그 중 한명) 아이를 주인공처럼 대하는 사진찍기가 아이들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합니다. 자존감이 좋아질지 자뻑이 커질지- 누가 실험안하나 궁금하군요.

cyrus 2016-01-25 15:19   좋아요 0 | URL
주변에 꼭 그런 사람 한 명 있잖아요. 단체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중앙에서만 자리를 잡는 사람이요. 그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생각해요. 아마도 자신을 주인공처럼 대하는 부모님의 영향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면 특별한 자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

게으른독서가 2016-01-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사진 수업과장에 윤리 수업이 들어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예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사진작가 케빈 카터 사건이 생각나네요.

cyrus 2016-01-25 15:21   좋아요 0 | URL
강윤중 기자님의 글에 고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책 속에 세월 호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방을 찍은 사진과 관련 글이 있습니다. 기자님도 사진을 찍기 전에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2016-01-25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6 16:19   좋아요 0 | URL
“글이 재미있다”, “글 잘 쓴다”, 이런 말보다 더 좋은데요. 지금의 글 스타일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글의 분량이 많이 쓰면 ‘이달의 당선작’에 유리할 거라는 무식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A4 용지 2장 반 분량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불필요한 내용을 잔뜩 쓰는 제 모습이 한심스러웠습니다. 왠지 저 혼자만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읽고 싶은 것만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A1 용지 1장 반, 적으면 1장만으로 글을 채웁니다. 직접적으로 글이 짧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

yamoo 2016-01-2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다방면으로 열심히 읽으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사이러스님!^^

cyrus 2016-01-26 16:21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저보다 훌륭한 다독가, 애서가들이 많아서 제 독서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골라서 읽는 것뿐입니다. ^^
 
출판, 노동, 목소리 -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11인의 출판노동 이야기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1
고아영 외 10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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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출판단체나 언론 매체, 평론가들이 올해 출간된 책 가운데 중요한 책들을 고른다. 그들은 ‘놓치기 아까운 책’이라며 ‘올해의 책’을 선정해 목록을 소개한다. 내가 알지 못한 좋은 책들이 있는지 목록을 확인한다. 잠깐, 이상하다. 아무도 이 책을 선정하지 않은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이야말로 정말 놓치기 아깝다. 아니, 그냥 잊히기에 너무 아깝다고 보면 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연말 맞이 추천도서에 ‘이 책’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놓치기 아까운 책, 아니다. 이런 표현은 언론 매체나 평론가들이 많이 써먹어서 지겹다. 잊히기에 아까운 올해의 책을 소개해보련다. 숨쉬는책공장 출판사가 펴낸 《출판, 노동, 목소리》라는 책이다. 책 제목의 쉼표를 떼어내면 이 책의 메시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출판 노동 목소리. 그렇다. 이 책은 출판 노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소중한 기록이다. 책의 글쓴이들 모두 책을 만드는 노동자다. 이들은 출판사의 영업, 디자인, 편집 분야로 활동했거나 현재도 활동 중이다. 책 앞표지를 한 번 보시라. 책 속에 있어야 할 판권 정보를 앞표지에 넣었다. 정말 과감한 시도다. 자신의 이름을 ‘지은이’에 올린 열한 명 노동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출판, 노동, 목소리》를 판권 정보가 앞표지에 있는 특이한 책으로 여기지 마시라. 독자들에게 튀고 싶어서 시도한 것이 아니다. 출판노동 현실에 눈감은 출판사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으려는 확고한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출판, 노동, 목소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출판노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출판사들은 연말 분위기에 취해서 ‘놓치기 아까운 책’을 고를 때가 아니다. 당신들, 올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벌써 잊으셨는가.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직원 부당 발령,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에 대한 창비 출판사의 태도. 올해 출판업계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작년에 쌤앤파커스 출판사는 사내 성폭력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가족 같은 회사’를 꿈꾸다가 그만 ‘족 같은 회사’로 이미지 한 방에 ‘가’ 버렸다. 이쯤 되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법한데 출판노동 현실을 되돌아보는 출판사가 보이지 않는다. 반성하는 척하는 출판사도 없다. 골치 아픈 문제 앞에서 입을 닫고, 눈을 감아서 모른 척 넘어가겠다는 자세일까. 심각한 문제를 외면한 채 무슨 기쁜 일인처럼 연말 맞이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일부 출판사 대표들이 안쓰럽다. 어떻게든 책을 더 팔아보려고 안간힘을 쏟는 느낌이다. 책이 너무 안 팔려서 힘든 거 다 안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힘든 사람들 걱정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출판사 대표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 책 한 권 만드는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해본 적이 있었을까. 출판노동자들은 윗선의 눈치에 못 이겨 부당한 일은 침묵해야만 했고, 노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겪은 부당한 경험은 대략 이렇다. 연차가 보장된다는 회사 측의 말을 믿고 연차를 사용하면 연장 근무가 늘어난다. 합당한 근거 없이 직원들을 해고하는 회사에 근근이 버틴 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노동조합을 설립하자고 제안을 하면 배부른 아이들이 투정하는 소리로 여긴다. 결국, 노동조합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 말라는 핀잔이다. 이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면 어디 하소연할 때가 없다. 사실 출판노동자들의 근로 실태는 책에 나오는 내용보다 더 심각하다. 노동권의 기본인 근로계약서 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연한 권리를 누리려고 하면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 등의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 연장근로 수당을 한 푼도 못 받는 직원들이 많다.

 

앞에서 출판노동 문제에 침묵하는 출판사들을 비판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전문가(혹은 지식인) 그리고 우리 독자들도 문제의 책임에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전문가와 독자들은 일단 커다란 관심을 보인다. 서로 입을 모아 문제를 개선하라고 성토한다. 하지만 이런 열띤 반응은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전문가와 독자 들은 회사와 직원 간의 분쟁을 부각해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만 한다. 출판사, 출판 평론가 그리고 독자가 함께 모여 진지한 논의를 시도해보지 못한 채 사건이 잊힌다. 독자는 그 후로 이 분쟁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잘 모른다. 나 또한 그런 독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쪽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까 흘깃 쳐다만 보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기나긴 침묵은 그 문제를 은연중에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즉,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면서 해결점을 찾는 일을 피하는 꼴이다. 인문사회비평지 《말과 활》 기획위원 김신식은 출판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데 그치는 전문가와 독자의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출판노동자의 목소리가 수면에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알라딘 MD 박태근은 ‘책’이라는 결과물에 치중하는 출판환경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이 나오면 부당한 상황들은 잊게 된다. 그냥 불편한 추억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가 버린다. 지금도 연말을 맞아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출판사들은 직원들의 불편한 추억을 잊어버리려고 애쓴다. 어쩌면 직원들에게 ‘너희가 고생해서 만든 책, 열심히 홍보해줄 테니 내년에도 열심히 일하자’라는 무언의 신년 각오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독자로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해서 송구스럽다. 그렇지만 출판노동자들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독자들과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항의 목소리가 잃지 않기를 응원한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노래 밖에 없다. 그들을 위해 김보경의 노래 '혼자라고 생각 말기'를 들려주고 싶다.

 

 

지치지 않기. 포기하지 않기, 어떤 힘든 일에도 늘 이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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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5-12-2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책 안에 들어있는, 책 제작에 관여한 분들의 이름을 읽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님의 글을 읽으니, 잘 들인 습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 꼭 한 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5-12-28 20:28   좋아요 0 | URL
제가 읽는 책은 다른 분들의 독서 취향과 거리가 먼 것이라서 추천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만큼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죽을 때까지 추천하고 싶어요. ^^

살리미 2015-12-2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네요~ 제가 가끔 듣는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에서 저도 처음 출판 노동자의 현실을 알았어요. 그 팟캐스트를 운영하시는 분 성함도 보이네요. 사실 저도 팟캐스트 듣기 전까지는 `책` 만드는 일이 막연하게 멋진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이런 글로 힘 보태주시는 cyrus님... 멋지십니다^^

cyrus 2015-12-28 20:3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라질년` 정유민님의 글이 수록되의 있어요. 박태근님은 `바갈라딘`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유명하죠. ^^

표맥(漂麥) 2015-12-2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옆대나무숲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군요... 한번읽어보고 싶어집니다...^^

cyrus 2015-12-28 20:32   좋아요 0 | URL
제가 트위터를 하지 않아서 `대숲`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요. 이름은 많이 들어봤습니다. 저는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 를 들으면서 출판 노동 사정을 알게 되었어요.

yureka01 2015-12-2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구..출판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니...그들의 노동 또한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텐데,
그래도 출판업이라서..책으로 내다니...숙연해지기까지 하네요.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출판업에 종사하면 최고의 직업,.아니 출판이란 사명감을
가질수 있을지 숙연해지네요....

cyrus 2015-12-28 20:39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 도입 때문인지 출판업계 사람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좋지 않아요. 힘든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도서정가제를 찬성한 출판사들을 수익에 눈이 먼 회사쯤으로 생각해요. 여전히 도서정가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배경을 모르면서 나쁘게 매도하는 태도는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출판업계 사람들의 기를 죽이는 일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보다 실제의 사정이 더 좋지 않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cyrus 2015-12-29 22:20   좋아요 1 | URL
책 속에 나오는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정말 별 희한한 사건들이 출판사 내부에 일어납니다.
 

 

 

 

             

 

 

Digital Masta (Feat. Masta Woo) - 망가진 청색 호랑이

 

 

 

 

생물학 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동물 크립티드(Cryptid)’라고 한다. 이러한 생명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미확인동물학(Cryptozoology)’이다. 신비 동물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비 동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전설상의 괴생물체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생물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생물이 대왕오징어다. 대왕오징어는 옛날부터 뱃사람들에게 배를 집어삼키는 전설상의 괴물로 알려졌다. 오리너구리는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학자들은 오리너구리의 실체를 부정했다. 크립티드가 실제 동물로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 세계에 네시의 존재를 알리게 해준 유명한 사진.

그러나 사진 촬영자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크립티드로 알려진 미확인 동물들은 소문으로만 전해져 있을 뿐이다. 히말라야의 설인 예티, 빅풋, 백두산 천지의 괴물 등이 크립티드에 포함된다. 영국 네스 호의 괴물 네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크립티드다. 하지만 크립티드 대부분은 허구에 가깝다. 네시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다. 네시가 찍힌 사진과 동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네시의 실체가 거짓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네시의 존재를 믿고 있으나 네시의 실체를 확실하게 밝혀줄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크립티드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추론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확연한 증거는 없지만 카더라식의 막연한 소문과 밑도 끝도 없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단서로 삼아 크립티드를 찾으려고 한다. 과학은 정확한 자연현상이 증명되어야 한다. 신비동물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보기보다는 오컬트 분야에 더 어울린다. 사실 크립티드 목록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렇다 보니 과학 칼럼니스트 이인식은 신비동물을 소개한 자신의 책에 페가수스, 바실리스크, 스킬라 등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미확인 동물들의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백두산 천지의 괴물, 장산 범, 청호(청색 호랑이) 등이 있다. 청호는 원래 중국에서 서식한 전설의 동물로 알려졌다.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대에 미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청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목격담은 영국 런던동물학회 및 세계신비동물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동물학자 P.N. 슈커가 처음 공개했다. (P.N. 슈커는 특이한 동물을 소개한 책을 몇 권 남겼는데, 동물들의 예지 능력을 다룬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출간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비무장지대에 사람 때를 타지 않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당 부분 맞는 사실이긴 하지만,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의 철책선으로 차단된 곳은 동물들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비무장지대 동물들은 다른 지역의 생태계와의 교배할 수 없다. 그래서 비무장지대 동물들이 근친교배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은 학계에서 알려진 동물의 형태와 큰 차이가 있다. 가끔 기괴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들이 가지는 치명적 단점이다. 생전 처음 보는 야생 동물의 등장에 비무장지대 주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괴물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에 비무장지대에 미지의 생물체가 목격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일단 괴물의 정체에 의심해야 한다.

 

청호는 볼 수 없어도, 서울에 있는 환상의 나라○○랜드에 가면 백호(白虎)’를 만날 수 있다. 백호는 동양권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백호는 벵골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의 돌연변이다. 하얀 색깔을 발현시키는 열성 유전자에 의하여 백호가 태어난다. 야생에서 열성 인자를 가진 암컷 호랑이와 수컷 호랑이를 교접하여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상당히 낮다. 그래서 백호는 일반 호랑이보다 상품 가치가 높다.

 

 

 

 

 

 

기형 백호 케니 (사진출처: 뉴스원)

 

 

 

한국에서는 백호가 상서로운 동물로 추앙받고 있으나, 백호의 입장에서는 태어나선 안 될 저주받은 존재다. 백호의 흰털은 위장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사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근친교배 동물의 특성상 유전병을 평생 안고 자라야 한다. 빅 캣 레스큐(Big Cat Rescue)’는 동물원의 백호 사육을 반대하는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다. 이들은 백호를 얻으려고 교배를 시도하는 동물원의 실체를 고발했다. 어제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형 백호케니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케니는 납작하게 눌러진 얼굴에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고 태어났다. 일반적인 호랑이의 모습과 다르다. 빅 캣 레스큐 관계자들은 동물원이 기형 백호를 도살 처분하고, 멀쩡하게 태어난 백호를 사육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동물원 측은 반박한다. 기형 동물들도 사육하며 관람객들 앞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동물원 관계자의 반박을 실은 기사)

 

일부 동물원에서는 기형 동물들이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 관리해 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근친교배는 동물원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얼굴이 눌린 시츄와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는 인간들을 만족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품종이다. 우리는 시츄와 스핑크스 고양이를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심각한 병에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만큼 수명도 짧아진다. 유전병을 가진 채 태어나거나 기형으로 태어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려동물 판매업자들에게는 허약한 기형 반려동물은 상품 가치가 없다. 이들을 돌봐 줄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 케니 이야기를 처음 소개한 언론 매체의 기자는 헤드라인에 흉물 괴수 케니라고 썼다. 기자의 언어 선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특이한 모습의 동물을 만나면 위험한 괴물로 취급했다. 인간에게 위협한 적이 없음에도 이들은 괴물이라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다. 그들의 가죽은 인간들 앞에 전시되었다. 인간의 선택으로 태어난 근친교배 동물들은 버림받다가 인간의 선택에 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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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상영하는 `하트 오브 더 씨-모비딕`과 앞으로 상영할 `대호`를 보고 싶어집니다.

cyrus 2015-12-10 18:32   좋아요 0 | URL
저는 다이제스터님의 댓글을 처음 봤을 때, ‘대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설 ‘대호’인 줄 알았어요. ‘하트 오브 더 씨’를 보고 나서야 영화 ‘대호’가 생각났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5-12-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사진 보았는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소한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태어난 거니까요.
cyrus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cyrus 2015-12-10 18:34   좋아요 0 | URL
아직도 백호를 호랑이의 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백호를 신기한 동물로 여깁니다.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감은빛 2015-12-0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참 좋은데요.
`미확인동물학`이란 학문이 실제로 있군요.
사진의 저 백호는 참 딱하네요.
반려동물에 대한 말씀에도 완전 공감합니다!

cyrus 2015-12-10 18:36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자란 백호는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 전시한다고 하더군요.

살리미 2015-12-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뚤어진 동물 사랑이 많죠 ㅠㅠ 새끼만 낳다가 죽는 개들 보면 너무 끔찍하잖아요. 저도 고슴도치를 키웠었는데 그 귀여운 모습도 품종 개량으로 만들어낸 거라 하더라고요. 야생 고슴도치는 정말 못생겼대요.제가 데려온 아이도 아마 근친교배로 태어난 무녀리같은 아이였는지 자라지도 않고 오래 못살고 세상을 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후론 애들이 아무리 성화를 해도 생명을 키우는 일은 함부로 못하겠더라고요.

cyrus 2015-12-10 18:38   좋아요 0 | URL
고슴도치의 경우는 처음 알았습니다. 고슴도치까지 근친교배 대상 동물일 줄 생각도 못했어요. 귀여운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동물농장>을 챙겨봤는데,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알게 되니까 씁쓸합니다. <동물농장> 제작진이 이런 심각한 문제를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15-12-0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반려견입니다. 보통 순종을 고집하는 편이고, 실제로 진돗개의 경우 참 똑똑하고 여러 가지로 좋은데요, 순종의 경우 소위 말하는 섞인 애들보다 훨씬 유전병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진돗개를 네 마리를 키우다고 이제 다 가고 한 마리만 남았는데, 한 동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다시 데려오게 되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friendly한 녀석을 찾을 생각이에요.

cyrus 2015-12-10 18:39   좋아요 0 | URL
프렌들리한 반려견을 만나게 되면 사진 공개해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산책 시키는데 누가 오더니 자기도 같은 종을 키운다며 족보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족보가 뭐냐 했더니 자기는 개를 120만 원 주고 샀다고, 족보를 얻기 위해서....
굉장히 웃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족보까지 사면서 그렇게 순종을 원할까 ? 그런 생각...
그 사람은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족보가 있다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yrus 2015-12-10 18:43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은 자신의 개를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요. 품종 좋은 개를 키우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 앞에 보여줘야 제법 잘 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착각하네요. 그런 사람은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을 겁니다.

카스피 2015-12-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이사진 봤는데 호랑이가 호랑이 답지 못한 모습이라 넘 가슴이 아프더군요.

cyrus 2015-12-10 18:46   좋아요 0 | URL
원래 뉴스 기사에 보면 일반 호랑이와 같이 앉은 사진이 있습니다. 외형이 너무 차이가 나서 백호가 집단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간서치 2015-12-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은 자연의 일하게 두고 사람이 할일을 해야하는데..인간의 욕심이 생명을 자유로이 하려한다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cyrus 2015-12-10 20:25   좋아요 0 | URL
인간의 편견이 만든 우생학이 동물마저 희생하게 만들어요. 건강하고 멋진 동물은 전시용으로 만들고, 천성적으로 몸이 허약한 동물은 야박하게 대하는 태도가 우생학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건강한 것만 살아남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