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바다표범을 무서워한다. 바닷물 속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그만 자신이 바다표범의 먹잇감이 된다. 펭귄들이 살아남으려면 바다표범이 살지 않는 안전한 바다를 찾아야 한다. 이럴 때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겁이 많은 펭귄들을 대신하여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본 펭귄들은 퍼스트 펭귄을 따라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를 헤엄치며 이동해야 할 때도 퍼스트 펭귄이 가장 먼저 앞장선다. 펭귄 무리는 그의 행동을 믿고 의지한다. 

 

그러나 퍼스트 펭귄이 바다표범에 잡혀 죽는 불상사가 생겼다. 살아남은 펭귄 무리는 퍼스트 펭귄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또다시 다른 육지로 이동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펭귄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여기 한곳에 오래 있으면 북극곰에게 발각될 수 있다. 이번에도 퍼스트 펭귄이 나서야 할 때다. 그런데 펭귄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퍼스트 펭귄이 되면 집단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그걸 잘 알기에 아무나 퍼스트 펭귄이 나오기만 기다린다. 그러자 한 펭귄이 침묵을 깨고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퍼스트 펭귄이 되기로 했다. 새로운 퍼스트 펭귄은 물속 주위를 확인하고 바다표범이 없다는 사실을 육지의 펭귄들에게 알렸다.

 

“얘들아, 지금은 안전하니까 얼른 물속으로 내려와!”

 

그러나 육지의 펭귄들은 우두커니 서서 퍼스트 펭귄을 쳐다봤다. 이들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래? 안 갈 거야?” 퍼스트 펭귄이 재촉하자 펭귄 무리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안전하다고 말해도 물속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3)와 《공부 중독》(위고, 2015)은 삶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적 공포에 지배당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책이다. 오찬호, 엄기호, 하지현. 이 세 사람은 성과에 집착하도록 유도하는 현 교육 체제의 문제점을 공유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춘 ‘퍼스트 펭귄’들이다.

 

오찬호는 지금의 20대들에게 자기계발의 환상적 주문에서 빠져나오라고 당부한다. 자기계발 시대 속에 살아가는 20대들은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만 있다면 ‘열정 페이’를 해서라도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기업이 원하는 ‘뜨거운 열정’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도 의심할 겨를 없이 자신들의 하나뿐인 청춘을 끊임없이 담금질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전국의 젊은이들이 ‘열정’을 보여주려고 난린데, 취업이 무난하게 될 리 없다. 취업이 안 된 친구들은 점점 입이 바짝 타기 시작한다. 이제 서른이 코앞인데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하면 왠지 사회에서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 수차례 낙방하면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 주변 어른들은 그들에게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한다.

 

“젊은이, 좌절하지 말고 더 노오오오력해보시게나.”

 

젊은이들은 자신이 무능력해서 연거푸 실패의 쓴잔을 들이켜 마신다고 생각한다. ‘취업 준비 중’인 젊은이들은 비좁은 고시원 방에 갇힌 채 두꺼운 자격증 문제집을 끼적거린다. 그들의 방문 앞에 ‘지금도 노력 중’이라는 푯말이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20대들은 이렇게 침잠한 잉여 상태로 청춘의 끝자락을 보낸다.

 

 

 

 

 

‘지금도 노력 중’ 상태로 맞춰 살아가는 20대들은 엄청난 양의 공부에 중독되어 있다. 어른들은 공부가 재미없어도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명문대에 입학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죽을 때까지 넉넉하게 돈을 만지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누구나 다 공부하는 시대가 된 지금, ‘공부 성공론’의 신화가 산산이 부서졌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 밑에 자란 아이들은 공부가 자신들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착각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초라한 성적에 실망한다. 어른들이나 학교 또한 마찬가지.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한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려고 고민한다. 그런 와중에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이다. 학교 성적이 형편없어도 학교 밖에서 하는 자기계발을 잘하면 중졸이든 고졸이든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20대들은 자기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지가 무수히 많다. 그런데도 먼 곳에 있는 선택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선택지는 공부와 자기계발이다. 이 둘 중 하나만 잘하면 성공하는 인생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할 결정적인 시기가 찾아오면 부모들은 벌써 자식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리고 자식이 공부하라고 주문한다. 성공을 위한 왕도(王道)가 공부임을 철석같이 믿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끼여든다.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욕망이 지나칠수록 아이들은 머리만 좋을 뿐, 사회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현은 과열된 교육열로 너무 뜨거워진 우리 사회에 투덜대려고 대담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점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러면 다수의 사람을 한쪽 길에만 움직이게 하는 ‘공부’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현뿐만 아니라 오찬호, 엄기호도 공부 에너지만 내는 ‘Made in Korea’ 교육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걸 지켜보는 독자들도 자신들과 함께 브레이크를 걸자고 제안한다. 설마, 자신들과 문제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기만 기다려보자는 건 아니겠지. 사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깨달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공부’ 드라이브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공부에 중독되었다. ‘공부가 전부’라는 인식을 쉽게 버리지 못했을뿐더러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의 시작을 어디부터 잡아야할지 함께 공유해본 기회가 적었다. 그러니까 문제점은 누구나 다 알면서도 변화할 의지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오찬호, 하지현, 엄기호 같은 퍼스트 펭귄들이 계속 등장하여 사회에 태클을 여러 차례 걸어봤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여 겁이 많은 펭귄들처럼 그냥 그들의 행동을 바라만 봤다. “아, 맞아! 그들이 지적하는 말은 맞아, 그런데 지금까지 해온 걸 막상 포기하자니 두려워.” 기존 사회 체제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통을 꾹 참고 지내왔다. 오로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누리려고 말이다. 지금의 20대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의 말에 경청하고 따르면서 자랐으니까. 그렇게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 못하는 구경꾼, 잉여가 된다. 앞으로 이런 교육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각자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보자. 과연 나는 사회를 개선할 마음이 있는 퍼스트 펭귄인가, 아니면 문제점이 뭔지 알면서도 고치려는 일에 자신 없어하는 겁 많은 펭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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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하게 위대해지는 길은 없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처음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다만, 퍼스트펭귄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cyrus 2016-02-18 14:05   좋아요 0 | URL
집단 속에 퍼스트펭귄 역할을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로 정해서 분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니데이 2016-02-1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18 14:06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나비종 2016-02-1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아직까지 저는 겁 많은 펭귄인 것 같습니다ㅡㅡ;

cyrus 2016-02-18 14:1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공부 중독>의 엄기호 씨의 지적에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시민들은 어떠한 사회 문제 앞에서 의견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 문제를 구경하면서 말할 뿐이지, 참여자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죠. 그냥 사회 문제를 품평하는 언어만 남을 뿐이다. 사람들은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 마치 참여자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오래된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판을 갈아 엎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어도 막상 실현되기 시작하면 불안해요. 기존 체제에 너무 익숙해졌으니까요.

프레이야 2016-02-1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하게 살아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cyrus 2016-02-18 14: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이 하신 말이 오늘 처음 본거라서 무슨 뜻인지 알아보려고 검색해봤습니다. 니체가 한 말이었군요.

북다이제스터 2016-02-17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퍼스트는 기성 세대가 되어야 하는데, 겁 많은 펭귄이 되어 버렸죠. 그중 대표는 이 책에서 소극적 대책을 제시하는 저자 오찬호와 젊은 세대에게 모든걸 떠 넘기려는 장하성 교수라고 생각됩니다.
분석이 잘 되었지만, 젊은 세대가 분명 비분강개할 책입니다. 억울합니다.

cyrus 2016-02-18 14:24   좋아요 1 | URL
<공부 중독>의 평점을 저는 별 세 개를 줬습니다. 솔직히 별 네 개, 다섯 개 평점 수준은 아니었어요. 하지현 씨 같은 경우도 소극적인 대책을 제시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엄기호 씨가 조금이라고 태클을 걸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두 사람이 서로 치고받고 의견 차가 나는 대담이 재미있는데, <공부 중독>은 그런 재미가 없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7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에세이`라면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하지만 사회학 서적이라면 단점이 많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작은 채집군(자신의 행동 반경인 대학 속 자신이가르치는 강의 속 학생들)을 가지고 20대 젊은이 전체를 분석한다는 측면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라면 인정하지만 사회학이라고 했을 때는그리 좋은 책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인데요. 뭐.. 그렇습니다. 횡성수설하네요.. ㅎㅎㅎㅎ

cyrus 2016-02-18 14:27   좋아요 0 | URL
횡설수설이라뇨? 맞는 말씀하셨는데요. ㅎㅎㅎ

곰발님이 지적한 점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내용은 독창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 전에 그런 주장을 한 책이 있었고, 오찬호 씨는 그 책의 내용을 참고했더군요.

만병통치약 2016-02-17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에는 첫번째 펭귄이 뛰어들면 나머지들도 같이 뛰어들어서 집단이 도하에 성공했고, 첫번째 펭귄은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 살아서 영웅이 되었죠(국회의원도 되고요) 하지만 요즘은 뛰어드는 펭귄만 뛰어들고 나머지는 구경만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추첨에 뽑힐 날만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만 어떻게 살아 나갈 궁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느 책을 읽으니 펭귄들이 자발적으로 뛰어 들기도 하지만 밀기도 한다는데요? ㅋㅋ)

cyrus 2016-02-18 14:34   좋아요 0 | URL
펭귄들이 자기가 나서기 싫어서 만만한 놈을 골라서 미는 거 아닐까요? ㅎㅎㅎ

위에 나와같다님 댓글을 보면서 방금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퍼스트 펭귄이 무조건 한 사람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이러니까 이 한 사람만 너무 억울해요. 호기롭게 퍼스트 펭귄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는데, 실패를 해보십시오. 비난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눈치를 살살 보면서 슬그머니 빠지는 거죠.

고양이라디오 2016-02-17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금 다르게 비유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과연 오찬호교수가 퍼스트 펭귄일까요? 그는 이미 다른 안전한 육지로 건너간 펭귄은 아닐까요? 그곳(다른 육지)에서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는 소극적인 펭귄들에게 바다로 뛰어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육지보다 바다가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입니다. 자기계발과 공부(육지)를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소극적인 펭귄들에게는 바다에서 바다표범을 몰아내주거나 그들이 살고있는 육지를 더 넓혀주는 일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요? 현실을 바꾸지하고 펭귄들에게 먼저 변하라고 하는 것은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펭귄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6-02-18 14:44   좋아요 1 | URL
남극의 상황을 비유해서 말하자면 고양이라디오님의 말씀은 얼음으로 된 육지(교육제도)를 사라지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겠죠? 그러면 펭귄들이 육지를 떠날 일이 없으니까요. 어제 작성한 글 후반부에도 언급했듯이 <공부 중독>의 하지현 씨의 해결책에 실망했습니다. <공부 중독> 3부 제목이 ‘중독에서 해독으로’입니다. 저는 이들의 해결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도 뭔가는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깨달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정신 차린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야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봤습니다. 결국 고양이라디오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하지현 씨의 발언은 공부에 중독된 시민들이 얼른 정신 차리고 변화하라고 요구하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변화를 주저하는 시민들(펭귄들)은 사태를 심각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에 변화를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해봤는데, 제가 라디오님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안 되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고양이라디오 2016-02-18 15:05   좋아요 1 | URL
제 이상한 비유를 알아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현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저는 당장에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조금 현실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현교육제도는 입시와 취업위주로 되어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입장에서는 학업성적과 연봉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여유가 있어야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데 그 `여유`가 우리사회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안전장치, 기회의 부족, 심각한 임금과 고용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 마냥 자기계발과 공부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말그대로 생계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근원과 본질을 치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우리사회는 감기에 걸려있습니다. 기침, 콧물, 두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기침을 못하게 막는다고 콧물을 못 흘리게 막는다고 감기가 낫지는 않습니다. 면역력을 키워주고 바이러스를 잡아줘야 감기가 낫는 것입니다. 공부중독은 증상입니다. 그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면 공부중독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cyrus 2016-02-18 15:13   좋아요 1 | URL
이상한 비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유를 들면서 의견을 밝히는 댓글 내용이 좋았습니다. 학업이 성적 그 다음에 취직에 직결되기 때문에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걸 한꺼번에 포기하고 바꾸자는 지식인들의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yamoo 2016-02-20 22:15   좋아요 2 | URL
고양이라디오님..

저는 당장에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내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조금 현실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현교육제도는 입시와 취업위주로 되어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입장에서는 학업성적과 연봉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체제를 인정하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고양이라디오 님이 말씀하시고 계신 논점의 핵심은 오찬호 교수를 비판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바뀌려면 김예슬 같은 학생이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할 것 없이 계속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바뀔 낌새라도 있지요. 헌데 그런 시도를 한 김예슬 양은 운이 좋아 시민단체에서 근무하지 백수로 낙인찍힐 위험이 매우 높았습니다. 우리사회에서 내부고발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면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뀌는 게 없는 거죠. 체제를 인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말씀하신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게 어떻게 가능한지요. 체제를 인정하는 순간..저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비슷한 양상의 비판서만 줄창 나오는 거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2-20 23:06   좋아요 1 | URL
야무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죠. 하지만 제 의견은 체제를 인정하고 옹호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 체제에서는 그 체제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 것이 개개인에게 위험부담이 큰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개개인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원인을 찾아서 치료한다.` 는 것은 현 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해결책은 북유럽국가들의 복지모델입니다. 우리나라의 불평등지수는 OECD국가 중 4위라고 합니다. 임금과 고용불평등이 심하기때문에 다들 대기업취업이나 공무원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현 체제의 문제점이 아닐까요?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개개인에게 다른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개개인이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yamoo 2016-02-18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중요한 건 저런 문제 진단 뿐이라는 거...교육 실상은 전혀 바뀌지 않는데, 이런 책에서 계속 말해 봤자, 대안 없는 비판만 있는 듯해서 좀 거시기 합니다. 교육 관료와 정치인을 바꿔야 하는데, 정작 소리를 내야하는 주체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체제를 따르고만 있습니다. 김예슬 같은 학생이 고교에서 무더기로 나와야 정치적 쟁점이 되는데, 학자들이 맨날 대안없는 비판만하면 어쩌라는 건지...계속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교육 시스템 자체가 바뀔 생각을 않는데....퍼스트 퓅귄을 떠나 이런 비판이 대안 없는 메아리 같아 식상합니다. 김예슬 선언이 훨씬 강도가 높았다고 생각됩니다만...개인적으로 퍼스트 펭귄은 김예슬 같습니다만..

cyrus 2016-02-18 14:5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매년 이런 책을 내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커져만 가는데, 정작 이걸 들어야 할 사람은 안 듣게 되니 거시기하죠. 그래서 살기 위해서 사회 체제에 적응하는 시민들만 어중간한 위치에 있죠. 지식인들은 “시민들아, 정신 차리자!”라고 외치는데, 정부는 “시민들아, 우리가 교육제도를 다시 손 봤으니 이번에 믿어 달라”고 말하고 있으니 답답하죠. 그래도 시민들이 제도에 불만족스러우면 지식인들은 마치 시민들의 불만사항을 대변하듯이 투덜거리죠. 정부랑 말이 안 통하니까 시민들을 향해 간접적으로 비판을 하죠.

김예슬 씨는 요즘 뭐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녀의 주체적인 행동은 정말 대단했죠. 제가 잠시 김예슬 씨를 잊고 있었어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퍼스트 펭귄으로 비유하면 김예슬 씨가 어울립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2-20 23:05   좋아요 0 | URL
야무님이 이 글에서 말씀하신데로 교육시스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김예슬같은 학생이 몇몇 나와도 단발성으로 끝나고 말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단체로 합의해서 무더기로 현 교육체제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질리도 없을 것 같고요.

마녀고양이 2016-02-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분은 제 직업으로 인해 굉장히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떤 길로 갈 수 있나에 대해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거기다 사회가 워낙 취업이 어렵고, 양극화가 심하니 불안할 수 밖에 없구요. ㅠㅠ

우리 기성 세대는 사이러스님같은 20대에게 미안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지 오래 되어서, 아직 20대가 맞나요?)

cyrus 2016-02-19 14:53   좋아요 0 | URL
거짓말 안 하고 올해가 마지막 20대입니다. ㅎㅎㅎㅎ

정작 교육 사업으로 수익만 챙기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하는데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하는 평범한 시민들만 반성하는 상황은 잘못됐다고 봐요. 위에 북다이제스터님과 고양이라디오님이 댓글로 이 점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