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
강윤중 글.사진 / 서해문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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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현대인을 위협하는 무서운 무기다. 찍히면 죽는다. 과거에 원주민들이 카메라를 무서워했다. 원주민들은 카메라가 자신들의 영혼을 뺏어간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성능이 좋아지는 카메라는 현대인의 영혼을 뺏어가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행복을 빼앗는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유명 인사들을 성가시게 구는 파리 같은 존재다. 특종을 위해 유명 인사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요즘에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가 많아졌다. 이들은 어디선가 숨어서 우리들의 불법행위를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다. 파파리치의 과도한 행동은 상대방의 인생을 한 번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를 따돌리다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한 장 때문에 선량한 사람이 억울하게 피해를 본다. 사진이 하나의 프레임(frame)이 되면, 사람들은 그 사진 속에 있는 상황 그대로 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된다. 그 순간, 사람들의 생각은 한 장의 사진처럼 고정된다. 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 즉 편견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처럼 생생하게 남는다.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담스럽다. 이들의 태도가 위협적이다. 불편하고 복잡한 심경을 가진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뉴스에 올리게 될 사진을 구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기만 바쁘다. 특종만 보여주는 매정한 사진이다. 여기, 매정한 사진과 반대되는 또 하나의 사진이 있다. 이름이 ‘낯선 생각을 권하는 가장 따뜻한 사진’이다.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의 사진 기획물 <포토 다큐>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특종이 단 한 개도 없다. 그 대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의 진실이 담겨 있다. 원래 카메라는 위험한 편견을 양산하는 무기다. 그렇지만 강 기자의 카메라는 특별하다. 그는 카메라가 자신의 편견을 드러내어 동시에 깨뜨리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강 기자는 자신이 엮은 사진 기획물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부드러운 이름 속에 카메라가 만들어낸 편견에 도전하는 기자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책 87쪽 (사진출처: 경향신문 2015년 12월 17일, 링크 연결)

 

 

강 기자는 평소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세상 일부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어디든 찾아간다. 엄청난 열기로 가득한 지하 탄광 막장으로 내려가 보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철거 지역 현장 속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이 땅에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사람들도 만난다. 외국인 노동자,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무슬림, 게이 커플 등이 있다. 기자가 찾아가는 세상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우리는 평소 그들을 향해 이런 생각을 한다. 길에 지나가는 무슬림만 보면 테러분자로 의심하고, 이슬람교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최악의 종교로 생각한다. 동성애를 지구상에 사라져야 할 정신병으로 취급한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 낸 편견이다. 강 기자는 꾸밈없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었다. 그가 찍은 사진 중에는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도 있고, 흐뭇한 표정을 짓게 되는 기분 좋은 사진도 있다. 그 사진을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한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을 낯설게 대했고, 편견으로 바라봤다.

 

 

 

 

 

책 309쪽 (사진출처: 경향신문 2015년 12월 17일, 링크 연결)

 

 

 

강 기자가 사진을 찍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꼭 있다. 사진에 담으려는 대상에 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로 깨뜨리는 것. 강 기자는 자신의 눈에 착용하고 있었던 편견이라는 콘택트렌즈를 깨뜨린다. 이슬람 성원의 남성 전용 예배실을 방문한 기자는 성원 관계자에게 이슬람식 여성 차별이 아니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차별이 아니라 엄숙한 의식을 치르기 위한 구분이라고 대답했다. 여성 전용 예배실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이슬람 사원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기자는 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솔직하게 밝힌다. 그러면서 편견에 사로잡힌 자신의 모습에 반성한다. 이러한 기자의 어수룩한 면모 덕분에 ‘가장 따뜻한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젠체하면서 건방지게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매정한 사진기자들보다 훨씬 낫다. 강 기자의 인간적인 면은 사람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그의 카메라 앞에 모델이 되는 사람들은 처음에 강 기자를 경계하다가 나중에는 친한 친구와 혈육처럼 대한다. 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기자 앞에서 서슴없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모델들의 표정은 어색하지 않다. 의외로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 사진이 더 많다. 강 기자의 사진에 진짜 사람 냄새가 난다.

 

사실 우리는 사진기자가 아닌데도 카메라 한 대씩 가지고 있다. 이 카메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의 이름은 ‘편견’이다. 우리는 이 싸구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살아간다. 싸구려 카메라 필름에서 현상한 사진들은 거짓과 오해로 색칠된 싸구려 생각이다. 우리는 편견의 카메라로 본 것을 변함없는 진실이라고 믿는다. 어떤 사진기자는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오래되고 낡은 편견으로 만들어진 콘택트렌즈와 자신의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카메라 렌즈를 깨뜨리자. 언제까지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가지고 있을 텐가.

 

 

 

 

 

※ 딴죽걸기

 

 

책 303쪽에 ‘그룹 홈’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책 속에 있는 문장을 인용해본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시설로, 7인 이하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치료를 받는 소그룹 공동체를 말한다. 30여 년 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한국에는 1992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서울시는 1명의 생활 보조인을 지정해 혼자서는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운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복지 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에 모여 함께 생활하도록 했는데, 입주자와 아이들의 부모는 물론 그룹 홈이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 문장은 2014년에 출간된 《트렌드 지식여행 2》(인물과사상사)에 있는 것이다. 출처 없이 어떤 글의 일부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쓰는 것은 잘못되었다. 다음 쇄를 만들 때 문제가 되는 글을 삭제하거나 인용 출처를 밝혀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있는 '그룹 홈' 내용. 《트렌드 지식여행 2》에 있는 문장을 인용했다. (링크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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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4 17:39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찍는 분들의 말 못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레카님이나 강 기자님처럼 훌륭한 사진가들은 인물 사진을 찍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쁜 기자는 싸가지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담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특종에 눈이 멀어서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장소] 2016-01-24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배려가 담긴 사진을 보는 눈도 길러야 한다고 봐요.
cyrus 님 말에 동감 ㅡ일정부분 ㅡ진실을 전하기위한 기사 거리에 ㅡ과연 이면은 어떤게 있는지도 늘 봐야하고...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것..

cyrus 2016-01-25 15:16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단순한 사진 한 장을 너무 쉽게 보고, 보고 있는 것 그대로 판단하고 맙니다.

만병통치약 2016-01-2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좋은 카메라 들고 아이들 찍는 사람들 많지 않습니까? (저도 그 중 한명) 아이를 주인공처럼 대하는 사진찍기가 아이들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합니다. 자존감이 좋아질지 자뻑이 커질지- 누가 실험안하나 궁금하군요.

cyrus 2016-01-25 15:19   좋아요 0 | URL
주변에 꼭 그런 사람 한 명 있잖아요. 단체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중앙에서만 자리를 잡는 사람이요. 그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생각해요. 아마도 자신을 주인공처럼 대하는 부모님의 영향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면 특별한 자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

게으른독서가 2016-01-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사진 수업과장에 윤리 수업이 들어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예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사진작가 케빈 카터 사건이 생각나네요.

cyrus 2016-01-25 15:21   좋아요 0 | URL
강윤중 기자님의 글에 고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책 속에 세월 호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방을 찍은 사진과 관련 글이 있습니다. 기자님도 사진을 찍기 전에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2016-01-25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26 16:19   좋아요 0 | URL
“글이 재미있다”, “글 잘 쓴다”, 이런 말보다 더 좋은데요. 지금의 글 스타일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글의 분량이 많이 쓰면 ‘이달의 당선작’에 유리할 거라는 무식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A4 용지 2장 반 분량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불필요한 내용을 잔뜩 쓰는 제 모습이 한심스러웠습니다. 왠지 저 혼자만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읽고 싶은 것만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A1 용지 1장 반, 적으면 1장만으로 글을 채웁니다. 직접적으로 글이 짧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

yamoo 2016-01-2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다방면으로 열심히 읽으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사이러스님!^^

cyrus 2016-01-26 16:21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저보다 훌륭한 다독가, 애서가들이 많아서 제 독서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골라서 읽는 것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