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와 디자인의 관계는 된장과 청국장의 관계이다
아트와 디자인의 관계는 된장과 청국장의 관계이다
내게는 미술과 디자인의 관계가 된장과 청국장의 관계처럼 보인다.
둘 다 장인데 맛이 다른 장일 뿐이다.
디자이너들 가운데 디자인이 미술에서의 하위를 점한다는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술이 모태가 되어 19세기 후반쯤 영국에서 미술공예art and craft로 프랑스에서 아르 누보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거슬러올라가면 그리스인의 도자기에 나타난 그림과 문양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디자인이 아니겠는가?
그리스인은 미술을 테크네란 말로 '기술'이란 뜻으로 사용했는데 디자인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요하므로 디자인이 보다 그리스인이 말하는 미술에 가깝고 또한 원류가 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과 조각 그리고 리처드 세라의 드로잉과 조각을 디자인으로 보아야 한다.
미술의 개념은 팽창의 개념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술이라면 회화와 조각이었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 많은 새로운 장르들이 생겨났으므로 미술은 대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장르와 장르 사이의 구별이 사라졌다.
건축이 디자인으로 취급되고 있듯이 디자인 개념이 확장되었다.
따라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컴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고 미술과 같은 장인데 청국장의 맛을 낸다고 생각해야 한다.
디자인에 관해 생각해봤는데 고대 이집트인은 의도적으로 창의력을 피하고 전통을 좇아 반복되는 무늬와 패턴을 추구했다.
우리나라 무늬와 패턴에서도 이런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꼭 창의력이 드러나야만 하느냐 하는가 하고 물을 수 있다.
즉 창의력이란 늘 좋은 것이냐 하는 말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창의력을 무엇인가가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때로는 남의 작품을 약간 변형시키기도 하는데 다르기만 하면 가치가 있다든가 칭찬받을만 하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가치가 있고 칭찬받을 만한 창의력이 있고 그런 창의력 때문에 새로운 미의 질서가 생기므로 바람직하지만 오늘날 많은 디자인이 변형일 뿐이지 새로운 창조가 아니지 않는가?
반복의 미가 아쉽다
어렸을 때는 바흐와 헨델의 음악이 너무 단조로와 싫었는데 성장해서는 반복과 은근한 다양성이 편안하게 해준다는 걸 알았다.
텍스타일의 경우 이집트와 인도의 무늬와 패턴을 보면 현대의 거의 모든 무늬와 패턴이 고대 이집트인과 인도인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두 민족의 고대 문양을 보면 거기에 동그라미, 타원, 정사각형, 직사각형, 정삼각형, 직삼각형, 점, 아라베스크 선 등등 장식적 요소가 거의 다 있다.
색상을 말하라면 오늘날 사용되는 원색은 물론 파스텔 컬러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반복과 은근한 다양성으로 확장되었다.
반복의 미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지붕 처마에도 있고, 기둥에도 있으며, 문지방에도 있고, 담벼락에도 있으며,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이런 장식의 미는 실증나지 않는게 특징이다.
오늘날 디자이너들이 하는 짓을 보면 실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다르게만 하려고 안달이다.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 책 표지를 보면 시각적으로 피로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는데 여백을 남겨 놓는 데 앨러지라도 있는지 선을 그어대거나 색상을 여기저기 다르게 장식하고, 목차를 찾아내는 데만도 시간이 걸릴 지경이다.
디자인 이전에 책은 독자가 편하게 읽혀지도록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실용성을 왜 무시하는지 그러면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훌륭한 디자인은 누가 봐도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
누구라도 이내 모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 조작의 디자인에는 신물이 난다.
사람의 때가 묻은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
기계를 사용한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니다.
그건 기술일 따름이다.
이름 모를 디자이너가 칭찬받아야 한다
유명 디자이너의 쇼를 TV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소수를 위한 디자인이 왜 칭찬을 받는지 이해가 안 된다.
칼빈 클라인이나 그 외 디자이너들의 옷은 매우 비싸고 소수만이 즐긴다.
나는 GAP에서 주로 옷을 사입는데 싸고 편하며 디자인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든 것치고 디자인이 안 된 것이 거의 없지 않은가!
책상, 의자, 그릇, 연필, 컴퓨터, 된장, 고추장 등 모든 것들이 디자인된 것들이다.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그런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그 사람들의 디자인 개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도를 갖고 만든 건 모두 디자인인 것이다.
디자인이 바로 그런 뜻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의도에 있는데 소수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도보다는 다수를 충족시키는 의도가 더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따라서 대중적인 옷이나 그 밖의 용품들을 만든 이름 모를 디자이너들이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