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서당 욕설시辱說某書堂, 오랑캐 땅의 화초胡地花草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서당 욕설시)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 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이다. 소리나는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파격시破格詩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천장거무집 화로접불래;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菊樹寒沙發 枝影半從池국수한사발 지영반종지;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강정빈사과 대취복송하;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月利山影改 通市求利來월이산영개 통시구이래;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이 시는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한다. 천장에 거미(무)집/화로에 겻(접)불 내/국수 한 사발/지렁(간장) 반 종지/강정 빈 사과/대추 복숭아/월리(워리) 사냥개/통시(변소) 구린내
욕공씨가辱孔氏家(공씨네 집에서)
臨門老尨吠孔孔 知是主人姓曰孔임문노방폐공공 지시주인성왈공;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黃昏逐客緣何事 恐失夫人脚下孔황혼축객연하사 공실부인각하공;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허언시虛言詩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夕陽歸僧紒三尺 樓上織女囊一斗석양귀승계삼척 누상직녀낭일두;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겠는가.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헛된 말 장난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호지화초胡地花草(오랑캐 땅의 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호胡자에는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낙민루樂民樓
宣化堂上宣火黨 樂民樓下落民淚선화당상선화당 낙민루하낙민루; 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咸鏡道民咸驚逃 趙岐泳家兆豈永함경도민함경도 조기영가조기영; 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낙민루는 누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유명했다. 앞에는 드넓은 성천강城川江이 보이고, 멀리 상류에는 높은 산들이 보이며, 하류 쪽은 바다와 접해 있어 아득한 물길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넓은 성천강을 가로지르는 만세교까지 있다. 관찰사가 집무 보는 관아를 선화당宣化堂이라 하였다. 구절마다 동음이의어를 써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했다. 선정을 베푸는 집이란 뜻의 선화당宣化堂을 화적 같은 도둑떼라는 뜻으로 선화당宣火黨이라 했다. 백성들이 즐거운 집이란 뜻의 낙민루樂民樓를 백성들이 눈물 흘린다는 뜻의 낙민루落民淚라 했다. 그리고 함경도咸鏡道를 모두 놀라 달아난다는 뜻의 함경도咸驚逃로, 조기영趙岐泳을 어찌 오래 가겠는가라는 뜻으로 조기영兆豈永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