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暗夜訪紅蓮

 

암야방홍련暗夜訪紅蓮(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探香狂蝶半夜行 百花深處摠無情탐향광접반야행 백화심처총무정; 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欲採紅蓮南浦去 洞庭秋波小舟驚욕채홍련남포거 동정추파소주경; 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를 말한다. 홍련紅蓮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秋波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諺文風月언문풍월

 

靑松듬성담성이요 청송듬성담성립이요; 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人間여기저기. 인간여기저기유라; 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所謂엇뚝삣뚝이 소위엇뚝삣뚝객이; 엇득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平生쓰나다나. 평생쓰나다나주라; 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언문풍월諺文風月이란 한시漢詩처럼 글자 수와 운을 맞추어 짓는 우리말 시를 말한다. 김삿갓의 일화 속에 끼어 전하는 사면 기둥 붉었타/석양 행객 시장타/네 절 인심 고약타와 같이 처음에는 한시에 빗대어 지은 희작시戱作詩였으나, 1900년대에 들어와 잡지의 문예란을 차지하면서 독자적인 시 형식으로 부상하였다. 내용도 진지해져서 과거의 단순한 말장난과는 달랐으며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개춘시회작開春詩會作(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 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醉眼朦朧 굶어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 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하니 언문진서섞어작하니; 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是耶非耶皆吾子라 시야비야개오자라; 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독가소제犢價訴題(송아지 값 고소장)

 

四兩七錢之犢放於靑山綠水하야 사양칠전지독을 방어청산녹수하야; 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養於靑山綠水러니 隣家飽太之牛가 양어청산녹수러니 인가포태지우가; 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用其角於此犢하니 如之何卽可乎리요 용기각어차독하니 여지하즉가호리요; 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어찌하면 좋으리까.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 값을 받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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