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피하기 어려운 꽃難避花, 기생과 함께 짓다妓生合作

 

난피화難避花(피하기 어려운 꽃)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기생합작妓生合作(기생과 함께 짓다)

 

金笠. 平壤妓生何所能김립. 평양기생하소능;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妓生. 能歌能舞又詩能기생. 능가능무우시능;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金笠. 能能其中別無能김립. 능능기중별무능;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妓生. 月夜三更呼夫能기생. 월야삼경호부능;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옥구김진사沃溝金進士

 

沃溝金進士 與我二分錢옥구김진사 여아이분전; 옥구 김 진사가 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一死都無事 平生恨有身일사도무사 평생한유신; 한 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김삿갓이 옥구 김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돈 두 푼을 주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 김진사가 이 시를 보고 그를 자기 집에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十字相連口字橫 間間棧道峽如巴십자상연구자횡 간간잔도협여파; 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자가 빗겼는데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隣翁順熟低首入 稚子難開擧手爬인옹순숙저수입 치자난개거수파;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

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와 긁을 파를 운으로 불렀다.

 

양반론兩班論

 

彼兩班此兩班 班不知班何班피양반차양반 반부지반하반;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朝鮮三姓其中班 駕洛一邦在上班조선삼성기중반 가락일방재상반; 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來千里此月客班 好八字今時富班내천리차월객반 호팔자금시부반; 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觀其爾班厭眞班 客班可知主人班관기이반염진반 객반가지주인반; 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김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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