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금강산에 들어가다

 

노우老牛(늙은 소)

 

瘦骨稜稜滿禿毛 傍隨老馬兩分槽수골릉릉만독모 방수노마양분조;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늙은 말 따라서 마구간을 함께 쓰네.

役車荒野前功遠 牧竪靑山舊夢高역거황야전공원 목수청산구몽고; 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 공은 멀어지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같아라.

健 耦常疎閑臥圃 苦鞭長閱倦登皐건우상소한와포 고편장열권등고; 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可憐明月深深夜 回憶平生謾積勞가련명월심심야 회억평생만적노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데 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세월의 무상함은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은 소를 보고서도 세월이 앗아간 전날의 혈기 넘쳤던 때를 생각할 수 있다.

 

송병松餠(송편)

 

手裡廻廻成鳥卵 指頭個個合蚌脣수리회회성조란 지두개개합방순; 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 玉箸懸燈月半輪금반삭립봉천첩 옥저현등월반륜; 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새알을 만들고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고 반달 같은 송편을 먹는 묘사에서 시인의 관찰력과 재치를 볼 수 있다.

 

백구시白鷗時(갈매기)

 

沙白鷗白兩白白 不辨白沙與白鷗사백구백양백백 불변백사여백구;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모래와 갈매기를 분간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 然後沙沙復鷗鷗어가일성홀비거 연후사사부구구; 어부가漁夫歌 한 곡조에 홀연히 날아오르니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입금강入金剛(금강산에 들어가다)

 

緣靑碧路入雲中 樓使能詩客住笻연청벽로입운중 누사능시객주공;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龍造化含飛雪瀑 劒精神削揷天峰용조화함비설폭 검정신삭삽천봉; 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仙禽白幾千年鶴 澗樹靑三百丈松선금백기수년학 간수청삼백장송; 속세 떠난 흰 학은 몇 천 년이나 살았는지 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길이나 되어 보이네.

僧不知吾春睡腦 忽無心打日邊鐘승부지오춘수뇌 홀무심타일변종; 스님은 내가 봄잠 즐기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무심하게 낮종을 치고 있구나.

 

봄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답승금강산시答僧金剛山詩(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百尺丹岩桂樹下 柴門久不向人開백척단암계수하 시문구불향인개;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사립문 굳게 닫고 열어 본지 오래건만

今朝忽遇詩仙過 喚鶴看庵乞句來 -금조홀우시선과 환학간암걸구래 -;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학 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 스님

矗矗尖尖怪怪奇 人仙神佛共堪凝촉촉첨첨괴괴기 인선신불공감응;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平生詩爲金剛惜 詩到金剛不敢詩 -평생시위금강석 시도금강불감시 -; 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삿갓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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