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인이 인도 북서부를 점령했다

 

 

 

 

 

 

 

인더스 문명의 종말을 고한 것은 먼지를 흩날리며 달려온 아리아인의 전차부대였다. 가공할 공격력을 지닌 이 부대에 대응할 이렇다 할 전력이 없었던 인더스 계곡의 주인들이 내세운 건 보병이었다. 물론 승패는 자명했다. 아리아인이 인도 북서부를 점령했고, 아리아 군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전차는 이후 1000년 동안 아리아인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다. 전차가 전장에서 더 이상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때에도 인도 군대에는 전차부대가 편성되어 있었을 정도였다. 전차는 심지어 신성한 들것으로 받들어지기까지 했다. 신전에서 이 거대한 운송수단을 애용했던 것이다. 힌두교의 여러 신들을 실은 전차가 도시 곳곳을 행진하는 행사가 종종 열렸다. 이 전차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자간나타Jagannatha에서 영어 저거너트Juggernaut가 유래했다. 저거너트는 대형 트럭이나 버스를 의미한다. 힌두교 행사에 쓰인 전차는 매우 거대했다. 전차를 지탱하는 여섯 개의 바퀴 지름이 사람 키의 두 배가 넘는 것도 있었다.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이 아리아 전차부대 전사들의 무용담이 담겨 있다. 음유시인들은 전차부대의 전사로 전투에 나서는 주인을 따라 전장에 나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시인들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전차부대의 박진감 넘치는 혈투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후대에 전해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갠지스 강 상류를 배경으로 하는 『마하바라타』는 쿠루족의 수도로 갠지스 강의 상류, 델리의 동북 약 95km 지점으로 추정되는 하스티나푸라에서 벌어진 왕위를 둘러싼 골육상잔의 전투를 다루고 있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이 대서사시는 오랫동안 구전되면서 수정・증보를 거쳐 4세기경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권선징악의 내용이 다수 추가된 탓에 『마하바라타』는 전형적인 서사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스티나푸라에서 벌어진 판두족(판두족에는 5명의 왕자가 있었다)과 쿠루족(쿠루족에는 100명의 왕자가 있었다) 간의 왕위 다툼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친족임에도 오랜 기간의 왕위계승 문제로 견원지간이 된 두 왕족은 마침내 쿠루크셰트라Kurukshetra 평원에서 대접전을 벌인다.
『마하바라타』에는 뛰어난 궁술을 지닌 아르주나 왕자가 등장한다. 쿠루크셰트라 평원의 결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차에 오른 아르주나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족상잔의 비극에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탄 전차를 모는 전차병 크리슈나에게 가혹한 운명을 한탄했다. 크리슈나는 비슈누의 제8화신이다.
그는 아르주나에게 판두족의 왕자이자 전사로서의 소명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그의 참전을 독려한다. 아르주나를 향한 크리슈나의 설교를 담은 문헌이 바로 『바가바드 기타Bhagavad-Gita』이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크리슈나는 이렇게 말한다.

 

죽은 자나 산 자를 위해 비탄에 잠기는 건 현명치 못한 일이니라. 나 자신이나, 네가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고, 우리의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은 결코 다가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르주나는 인간의 영혼은 ‘영원불변’하기에 파괴할 수 없다는 크리슈나의 가르침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번민에 휩싸여 있는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일깨워준다.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노라.”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다른 이의 의무를 행하는 것보다 자신의 의무를 성심으로 완수하는 것이 더 훌륭한 일이니라.”
『바가바드 기타』에 담긴 윤회사상과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윤리관은 후대 인도 신앙의 근간을 형성했다. 『바가바드 기타』가 『마하바라타』로 편입될 즈음에 구전되던 이 대서사시의 기록이 완결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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