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지하드

 

 

 

 

 

 

지하드의 역사는 610년 이슬람 혁명의 발단이 되는 메카가 아니라, 622년 메디나에 확립된 새로운 이슬람 조직체— 현대 이슬람주의자들은 꾸며낸 전통에서 이 조직을 “이슬람국가” 로 승화시켰다— 에서 출발한다. 이슬람 절기상, 무함마드가 이주한 헤지라(무함마드가 메카로 이주함)가 원년이다. 622년과 632년— 무함마드 타계의 여파로— 이후 평화적인 포교활동과 무역 및 성전이 결합된 신흥 종교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동에 본거지를 둔 여러 이슬람 제국들이 북아프리카와 인도 아대륙, 이베리아 반도 및 발칸반도를 장악하자 무슬림은 지하드에 굴복한 이교도에 비해 자신이 우월하다
는 확신을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제국은 성전을 통해 7~17세기까지 확산되었다.
중세의 이슬람 율법사들(파키)이 비무슬림을 상대하는 경우는 비무슬림의 문화가 위협이 될 것으로 여겨질 때뿐이었다.15 예컨대 개종하거나 유일신을 믿는 소수집단(딤미)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전쟁의 집” 으로 규정되었다. 율법사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종교적 권위를 겸비한 지식인이기도 했으므로 이슬람교에서 유력한 여론 주도자로 추앙받았다. 권위를 인정받은 율법사들은 이슬람교가 쇠퇴할 경우에만 대립을 잠시 중단했다. 신도들에게 이슬람교는 대개 전 인류를 위한 종교적 사명으로 비쳐졌다.즉 무슬림은 종교적으로 이슬람교 신앙을 세계에 전파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코란 34장 38절에도 “우리는 너희를 모든 민족에게 파송했다” 는 대목이 나온다. 무슬림은 이슬람교 신앙을 전파하는 것을 물리적 투쟁이 아니라 코란의 명령을 준행하는 것으로 믿는다. 폭력은 이를 저항하는 자를 굴복시킬 때에만 사용하나, 이 또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원수에 대한 방어로 간주한다. 비무슬림이 순순히 복종하지 않을 경우 그들은 불신자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해야 하며, 비무슬림이 개종이나 복종을 통해 교화(다와)의 부름에 순응한다면, 어디까지나 이교도의 잘못으로 비롯된 폭력은 없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러니까 평화롭게 살려면 비무슬림이 유일신을 믿는 소수집단을 인정하여 세금을 바쳐야만 한다는 말이다. 결국, 교화의 최종 단계인 세계평화는 전 인류가 이슬람교로 개종하거나 그에 복종해야 실현될 수 있으므로 교화의 사전적 뜻을 “초대” 로 옮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하드를 기꺼이 감내할 수 있어야만 초대에 불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슬람교 신앙에서 이슬람교를 전파하는 데 의존하는 것은 전쟁harb(하릅)— 비무슬림이 무력을 쓸 때에만 언급되는 용어— 이 아니라 지하드다. 즉 이슬람교의 정복 전쟁은 하릅이 아니라 개방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그들은 세계에 이슬람교의 입구를 개방한 것이며, 지하드는 개방을 넓히려는 수단인 셈이다. 독트린과 역사를 감안해볼 때, 평화의 집(다르 알이슬람)과 전쟁의 집(다르 알하릅)의 관계는 전시상황에서 규정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슬림은 종교적 의무이자 이슬람교의 사명에 저항하는 세력을 끊는 방어 전쟁으로 지하드를 이해하고 있다. 이처럼 수긍할 수 없는 데다 비논리적인 신념을 개혁하려는 용기를 가진 무슬림은 여태 본 적이 없다. 비무슬림에 평화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슬람교의 독트린과 더불어 불신자에게는 일시적인 평화hudna(후드나)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도 일러둔다. 일시적인 평화는 전쟁과 평화의 중간 상태로 무슬림과 비무슬림의 관계를 일컫는 조건이기도 하다. 즉 무슬림과 비무슬림 열강의 조약은 “일시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일시적인 평화에 대한 이슬람 율법사들의 시간 개념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 권위자의 논평에 따르면, 일시적인 평화의 기간은 평균 10년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슬람세계를 연구하는 유대인들은 1979년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체결된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이 만료되는 시기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유럽의 정당한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이슬람의 법률학 독트린과는 동떨어진 개념)의 차이를 이슬람교의 전통에 적용하자면, 무슬림이 이슬람교의 전파를 위해 감행하는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 되고, 비무슬림이 무슬림을 공격하거나 지하드에 저항한다면 이는 부정한 전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전쟁 개념을 지하드에 적용하는 것은 무슬림의 시각이라기보다는 서방세계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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