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본질에 관한 몇 가지 결론적 생각

이 장을 마치기에 앞서 지금까지 줄곧 독자들을 괴롭혀왔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 장 전반에 걸쳐 강조한 바 있는 공리주의의 이점 가운데 하나는 그 이론에 내포된 자연주의 논리다. 공리주의자들은 어떻게 우리가 한편으로는 도덕을 신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 세상엔 자연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 있으면서 매력적인 또 다른 이점은 공리주의 이론이, 다른 여러 경험적 의문에 답하듯이 도덕적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공리주의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들여다보며, 최대의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궁리한다. 공리주의자들에게 도덕적 의문이란 기술적인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룰 길을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공리주의자들의 견해는 도덕적 추론방법에서 큰 발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을 열던 첫 대목에서, 인간의 도덕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려는 도덕적 추론과 탐구 방식이 대체로 모호하여 다른 형태의 추론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행복은 측정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이것 역시 커다란 진보다. 행복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잴 수 있는 것이라면, 공리주의자들의 기획은 무척 희망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하나의 잠재적인 문제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행복이 정의하기 어렵다거나 도덕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제 나름의 판단에 따라 정의된다면, 공리주의 견해는 자연주의적으로 정리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세상에는 경험적 조사에 적합한 것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바로 저기에’ 있고, 그 본질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방 안에 식탁이 몇 개 있는지를 알려고 한다면, 방 안을 둘러보며 수를 세면 된다. 거기에는 독립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답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는 경험적 조사에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따로 있어서, 이들을 판단하려면 먼저 하나의 평가적 시각을 지녀야 한다. 예컨대, 방 안에 있는 식탁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지, 아니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하나의 평가적 시각을 지녀야 한다. 공리주의는 다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무엇이 최대의 행복을 가져오는가?”라는 공리주의의 기본적 의문이 “방 안에 식탁이 몇 개 있는가?”라는 경험적 의문에 가까운지, 아니
면 “방 안에 있는 식탁들이 정리되어 있는가, 아니면 흩어져 있는가?” 같은 경험적 의문에 가까운지를 결정해야 한다. 공리주의가 나타난 동기를 살펴볼 때 설명했듯이, 공리주의자들은 행복의 문제를 경험적인 것으로 보려는 경향을 띤다. 공리주의가 내세우는 강점 하나는 윤리를 애매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는 데 있다고 알려졌다. 행복의 문제를 평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 공리주의에 대한 고찰을 시작할 때 나온 의문들이 다시 나온다. 행복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떤 측면에서 그러할까? 행복이 경험적 사실이 아니라면, 어떤 종류의 사실이 행복에 관한 사실일까? 여기서 공리주의자들은 행복이 어떤 방법으로건 측정될 수 있다는 견해를 지지하는 경향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