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이론은 도덕이 인류 복지를 증진하는 일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바로 여기서 스마트는 규칙 공리주의보다는 행위 공리주의를 개선하여 발전시켜 나아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대안적 공리주의를 더 자세히 검토하기 위해 먼저 공리주의를 두 가지로 구별해야 한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본 공리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행위의 지침을 마련해주는 결정의 절차로 본 공리주의다. 이 장에서는 행위 혹은 규칙 공리주의를 설명하면서 공리주의 행위자는 공리주의 이론을 액면대로 받아들여 어떻게 행위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이론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지시하는 동시에 우리의 행위를 인도할 것이며, 이 두 가지 작용은 결국 하나의 같은 작용으로 합쳐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론에 비추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가 옳은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충실한 공리주의자는 이 이론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려고 노력할 것이다.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려던 노력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때에는 어떤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설명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규칙 공리주의로 견해를 바꾸었다. 그렇지만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규칙 공리주의마저 때에 따라서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무엇으로 가리는가에 대한 공리주의의 기본 이해는 두 가지 중 어느 것에 따라서도 바뀔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행위의 결과에 비추어 가려질 문제일 뿐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도덕적 사안이지만, 하나의 행위자가 예컨대,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좋은 공리주의자로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위해야 하는지는 시행착오를 거쳐 검증될 수 있는 하나의 경험적 문제다.

지금까지 검토에서 드러난 점은 좋은 공리주의자는 모름지기 행위 공리주의자나 규칙 공리주의자로 행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둘 가운데 어떤 쪽으로 행위하더라도 이익을 최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제시하려는 대안은 공리주의자라면 마땅히 옳고 그름에 대한 일정한 인식을 지녀야 하겠지만, 규칙을 따를 것인지, 그리고 어느 범위에서 따를 것인지, 우정을 쌓을 것인지, 자기 발전에 매진할 것인지, 권리를 존중할 것인지 같은 문제를 놓고 어떻게 행위할지를 정하는 것은 열린 문제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열어둔다고 해서 옳거나 그른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경험적 문제들의 경우처럼, 우리는 단순히 그 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 답은 추후의 실험과 조사를 거쳐 얻어질 일이다.
지금까지 도덕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공리주의 이론이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공리주의 이론은 도덕이 인류 복지를 증진하는 일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도덕적 기준이 중요한 것도 인류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리주의 이론은 어떤 행위는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라는 식의 모호한 사고를 거부하는 한편, 일종의 자연주의를 선호하면서 인류의 복지를 중시하는 일반 경향과의 조화를 모색한다. 또한, 일반 상식에서 동떨어진 도덕적 결과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자연주의 논리가 공리주의 이론을 정당화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공리주의는 도덕적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문이나 노예화, 그리고 거짓말 같은 행위조차 상황에 따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리주의에 대한 비평에 맞서 공리주의자들이, 그 대안은 무엇이냐고 다음과 같이 물을 법하다. 그렇다면 도덕적 상식은 ‘……해서는 안 되느니라’에 해당하는 영역을 따로 마련해두었을까? 우리가 이 점을 추궁할 때 대답할 말이 있는가? 급진적 공리주의는 그에 반대하는 논자들의 도덕적 추궁 앞에서 반직관적 결론을 고수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이들은
반대론자들의 가정, 즉 자신들이 내세우는 도덕적 기준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가정을 뒤엎는 길을 찾으려 할 것이다. 복지의 성과만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길잡이 삼아, 지금까지 공리주의가 매력적이면서도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이론으로 발전해나갈 길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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