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헨조다로에서 놀라운 점은 획일적인 주택 디자인이다

모헨조다로에서 눈에 띄는 대형 건축물들 중 세 번째는 목욕탕과 곡물창고 남쪽에 있는 집회장이다. 북쪽 성벽 중앙에 입구가 있고, 직사각형 기둥들이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구조의 이 집회장의 면적은 약 27m2에 달한다. 이 회합의 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교하게 포장된 방과 벽으로 둘러싸인 안뜰의 잔해가 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이 잔해는 고위 공무원의 사유지였을지도 모른다. 이후 인도 문명의 알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이 기둥이 세워져 있는 집회장은 시민들의 토론의 장이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곳에서는 주요 거주지의 운영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고지대’ 동쪽의 ‘저지대’에 사는 일반 시민대표들이 이곳에 모여들었을 것이다. 이 ‘저지대’에 건설된 시가지는 인더스 계곡 촌락과 도시 시가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세심하게 설계된 도로들이 건물 사이 사이를 바둑판 형태로 가로지른다. 이 바둑판 형태의 도로에서 벗어난 오솔길이나 간선도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도시 형태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도시의 도로는 정신없이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서아시아의 이슬람 도시들에도 이러한 도로 형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모헨조다로에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놀라울 정도로 획일적인 주택 디자인이다. 안뜰과 벽・창문・욕실 등의 형태가 균일하다. 당시에 엄격한 건축규제 법령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인더스 계곡 도시들의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종교적 목적의 건축물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목욕탕이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더스 계곡에는 아직 종교가 생겨나지 않았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1000년쯤 뒤에 갠지스 계곡 최초의 도시들에서도 종교용 건축물의 고고학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도시들의 성벽 외곽지역에서 최초의 불교 유물이 다수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도시 외곽에 종교적인 시설을 건축한 것은 불교사원을 묘지 근처에 짓고 싶어 한 사람들의 바람 때문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승려의 강력한 신통력이 불교를 믿지 않는 이들을 홀릴 수도 있을 만큼 망자에 깃든 악령을 물리쳐줄 것이라고 믿었다. 또 다른 이유는 승려의 삶은 속세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관념 때문이었다. 모든 승려에게는 속세와 거리를 유지하고 금욕을 통해 영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인들의 기호를 귀신같이 알아맞혀 금전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갠지스 계곡의 도시들에는 불교신앙을 구전하는 전통이 확실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니 꼭 불교가 아니더라도 인더스 계곡에도 문자로 기록되지 않았을 뿐 구전으로 전해진 그들만의 신앙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유물 중에서 명백하게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을 찾아서 연구하는 것뿐이다.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는 유물로는 소형 조상과 인더스 인장이 있다. 이 중에서도 꽤나 명확하게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유물은 여신을 빚은 테라코타이다. 이 테라코타는 이난나나 이슈타르 여신에 대응하는 인더스 문명의 여신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테라코타가 여러 지역들에서 아주 많이 출토되었다. 대부분 허리에 띠를 두르거나 로인클로스를 입은 여인이 부채 모양의 머리 장식과 목걸이를 착용하고 서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특별히 세심하게 공들여 예술적으로 빚어낸 테라코타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이 테라코타 여인상은 가정용 종교의례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인더스 문명의 문자를 해독할 수 없기 때문에, 인더스 계곡의 여신숭배문화를 설명해줄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여신은 다산과 풍요의 여신이었으리라고 추론해볼 따름이다. 이 인더스 문명의 여신이 오늘날 힌두교에서 모시는 여신 데비의 원형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데비는 물소 모습을 한 악마 마히사를 죽인 것으로 유명한 힌두교 최고 여신이다. 힌두교에서 이 여신의 위상은 그녀와 대적할 만한 남성 신 비슈누와 시바를 압도
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