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한 1913년에 시작되었다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 업적을 남긴 카를 융이 겪은 개인적이며 정신적인 진화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모든 일은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한 1913년에 시작되었다. 융은 내면의 경험을 통해 지성에만 의지하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꿈들을 꾸었고 그 꿈들에서 반복적이며 극적인 신호를 받았다. 꿈에서는 대낮에 끔찍한 홍수로 유럽 전체가 휩쓸려가고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장면이 펼쳐졌으며 내면의 목소리는 “이것이 현실이 되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융은 “나는 내가 미쳐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자기심리진단을 해보았으나 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내면의 실체에 다가서기 위해 “보링 공법boring method”을 개발했는데 이는 후에 환상에 접근하고 침투하는 수단인 “적극적 상상active imagination”으로 발전하여 그의 심리학의 핵심기반이 되었다. 1913년 후반부터 1914년 중반까지 그는 “가장 어려운 실험”을 위한 재료가 될 내면의 세계, 이미지, 대화를 끊임없이 기록했다.
그런 실험들은 환자 상담이나 가족과의 식사를 마친 밤 시간, 그의 서재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는 때때로 요가 형태의 훈련을 하여 감정적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그의 의식을 비웠다. 그 후 연극을 시작하듯 자연스럽게 환상에 빠져들고 그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을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계속해서 느꼈다.
“마침내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그가 말했다. 초기에 겪은 그의 상징적 예지는 무서운 형태로 나타났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게 된 융은 용기를 내어 손으로 그의 “새로운 책”의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블랙 북』의 내용을 그 책에 옮겨 쓰며 각 에피소드를 더 자세히 해석하고 운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의 면면을 보면 전체 내용의 기본 틀을 파악할 수 있다. 내면의 전쟁이 일어난다. 예언서와 같은 도입부에서 “심연의 영혼”이 그 안의 “시간의 영혼”과 싸운다. 시간의 현대적이며 가변적인 개념은 점차 심연이 지니고 있는 태곳적의, 형성 중인 미래에 자리를 내어 준다.
여기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영적 메시지가 나타난다. 융은 그 메시지를 해석하고 간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내용은 바로 새로운 신의 형상, 즉 크고도 작고 어둡고도 밝은 모든 것 안에 편재하는 신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 “궁극의 진리와 어리석음은 동일한 하나이다”라는 역설이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이성과 비이성이 하나로 녹아들면서 최고의 의미를 만들고” “질서와 혼돈이 결혼을 하면 신성한 아이가 태어난다.”
이 임무는 대극들opposites을 함께 묶는 것으로 “목적은 높은 곳이 아니라 중심”이며 그 중심은 “우리 안의 신”으로 말할 수 있는 자아Self다. 융은 “우리는 … 기독교인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래하는 신에게 우리는 아무 소용없게 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는 신의 영혼과 동물인 인간을 함께 결속시켜 자신 안의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융의 개인적 여정에서 그의 여성적 영혼의 목소리는 대극들을 인식하고 대극들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와 전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불신, 조롱, 판단, 자만심, 저항심, 의심, 혼란, 분노, 공포가 벗겨져 나간다. 이제 그는 내면의 여성성(또는 아니마anima)을 통해 기다리고 견디고 받아들이는 인내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는 사고와 감정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융은 “나에게 인간적이지 않은 어떤 것도 이질적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가 가장 원하지 않는 사막, 지옥, 살인 등으로 상징되는 것들을 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대극은 형제와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반대쪽도 우리 안에 있다.” 영혼은 고독, 지식으로 인한 내면의 외로움, 길 또는 목표의 불확실성, 광기의 공포와 가능성을 그의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나는 … 영혼이 자신의 길을 안다고 믿었다 … 아마 나의 연구로 통찰력을 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영혼은 그런 성취를 요구한다 … 나는 희망도 없이 나만을 위해, 신을 위해 이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