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의 연전연승의 비밀은 바로 세계 최고의 무적군단에 있었다

알렉산드로스의 연전연승의 비밀은 바로 세계 최고의 무적군단에 있었다. 그 중심에는 엄청나게 긴 창을 들고 밀집 대형으로 적을 섬멸하는 창병이 있었다. 기존의 창기병들이 2.4m 길이의 창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알렉산드로스의 창병들은 무려 5m에 달하는 창을 휘둘렀다. 기원전 334년 이 야심만만한 청년 대왕은 32,000명의 보병과 5,100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소아시아를 가로질렀다. 주변의 페르시아 소부대를 모두 무찌르고 소아시아를 손에 넣은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창을 땅속 깊숙이 박아 넣고는 이렇게 외쳤다. “신으로부터 아시아를 선물로 받았노라!” 완전히 새로운 그의 정치관을 드러내는 말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점령지 아시아인을 마케도니아에 복속된 식민국의 백성이라거나 그리스의 노예쯤으로 여기는 법이 없었다. 이런 행보는 이상에 대한 그의 굳건한 믿음에 기반을 둔 정치적 선전의 일환이었다. 그의 선전은 주효했다.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이 매력적인 영웅에게 마음을 빼앗겼으니 말이다.
서아시아와 최초로 대적한 그리스의 국가 트로이를 방문해 아킬레우스의 묘소에 참배하며 그리스의 정기를 받은 이 마케도니아의 왕은 내륙으로 진격하여 페르시아 원정에 오른다. 그리고 총 세 번에 걸친 공격 끝에 페르시아 제국을 패퇴시킨다. 처음에 그는 마케도니아 병사와 그리스의 기병 약간 명으로 구성된 간소한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선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전투에서는 그리스군・발칸군・마케도니아군이 연합한 대군을 이끌게 된다. 물론 모든 전투에서 선봉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건 마케도니아군이었고, 이들을 이끈 건 당연히 알렉산드로스였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계획은 연합군 병사들의 도움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페르시아를 점령한 후 그는 병력 증강을 위해 서아시아에서도 병사들을 모집했다. 기원전 326년 그가 인도 땅에 발을 디뎠을 즈음 그의 군대는 무려 120,000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아시아 출신이 병사들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진격의 가부를 결정한 건 마케도니아인이었다. 마케도니아인은 왕의 결정을 비준하는 마케도니아인으로 구성된 의회를 조직했다. 동남아시아의 계절풍에 시달리며 행군을 계속했지만 알렉산드로스가 호언장담했던 아시아 대륙의 끝은 보이지 않았던 탓에 그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들은 알렉산드로스의 결정을 의
심하기 시작했다. 인도란 나라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당황하긴 알렉산드로스도 매한가지였다. 그는 내심 갠지스 밸리에 있는 마그다Magdha까지 진격하길 바랐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회군을 결심한다. 영원할 것 같던 승리의 나날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알렉산드로스가 고대에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방대한 영토를 손에 넣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페르시아 제국의 광활한 영토보다 훨씬 더 넓은 전무후무한 제국의 지배자였다. 그의 특별함은 비단 정복자로서의 탁월한 능력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이제껏 어떤 군주도 선보인 적 없는 이상을 추구했으며 다민족이 한데 어울려 사는 왕국을 꿈꿨다. 알렉산드로스는 모든 인간은 자신의 혈통과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와 그의 최측근 인사들 가운데 여덟 명은 페르시아 귀족 가문의 처자와 혼인하기도 했다. 병사들과 아시아 현지처 간의 결혼이 합법적으로 공인되었고, 병사들이 아시아 여성들에게서 낳은 자식의 교육비가 지급되었다. 이들 중 다수가 알렉산드로스가 아시아에 건설한 70여 개의 신도시에 정착했다. 하지만 비대해진 대제국을 건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대한 영토에 안정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의 증강이 급박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뒤로한 채 알렉산드로스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런 그의 몽상적인 태도는 그를 따르던 마케도니아인과 그리스인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에 대해 그리스의 역사학자 플루타르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자신을 온 세계를 화합하게 할 신이 보낸 지배자라 여겼다. 사람들을 이성으로 화합하게 할 수 없을 때 무력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의 모든 행보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삶・관습・결혼・생활방식을 모두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것 말이다. 이를테면 그는 전 세계를 화합의 잔 속에 담고 싶어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