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와 민주정치가 서로 앙숙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주의와 민주정치가 서로 앙숙이라는 것이 나의 분명한 결론이다. 이슬람세계에서는 민주정치가 전대미문의 문화적 개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글로벌 민주화의 일환으로 민주정치가 성공적으로 도입될까? 그러려면 모든 문명이 일정에 따라 발전되는 제도적 및 문화적 근간이 필요하다. 서방세계의 문화 상대주의자들과 비서양인들은 민주정치가 보편성을 띤다는 주장에 대해 유럽이 꾸며낸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유수프 알카라다위는 “세속 민주정치” 가 외부에서 도입된 해결책
(훌룰 무스타우라다)이라 하여 이슬람교가 배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반면, 다른 이슬람주의자들은 반신반의하며 피상적으로 민주정치 흉내를 내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세속 민주정치의 보편성과 샤리아질서에 기반을 둔 “이슬람교식 해결책” 의 화합을 모색하고 싶어 한다는 (혹은 그럴 수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정치의 문명화된 근간이 이슬람세계에서는 모두 실종되었다. 현재 가동 중인 기관은 공포 문화 속에서 전 인구를 억압・감찰하는 비밀경찰이 있을 뿐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이 박해를 일삼는 기관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권력을 차지한다면 그 같은 체제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증거로는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을 꼽을 수 있으며,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와 AKP가 집권한 터키는 우리를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슬람주의자가 진심으로 사상을 바꾸어 민주정치를 정치 문화로 수용한다면 명실상부한 포스트이슬람주의자가 될 것이나, 그러려면 그들이 정치적・종교적 신념의 핵심을 포기해야 한다. 정치적 이슬람교의 중심 신조—즉 정교일치를 비롯하여 코란에는 존재하지 않는 “샤리아국가 개념,” 그리고 지하디스트의 정치적 수단인 “이슬람세계의 혁명” 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정체성을 둘러싼 신념— 는 민주정치의 사상・정치 문화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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