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순蘇洵의 명이자설名二子說(두 아들의 이름을 설명하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라면 두 왕조王朝 700년 동안 8명의 대문호大文豪를 말하는데, 당唐나라의 한유韓愈와 유종원柳宗元을 제외한 여섯 명의 송宋나라 문호文豪 중 절반을 한 집안의 부자父子가 싹쓸이했다면 이건 보통 문제文才가 있는 집안이 아닐 것이다. 이들 소씨蘇氏 삼부자三父子를 삼소三蘇라 한다.
소순蘇洵(1009~1066)은 아들 형제 소식蘇軾(소동파, 1037~1101)와 소철蘇轍(1039~1112)의 이름을 짓게 된 연유緣由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들의 이름자인 식軾이나 철轍에는 모두 차車자가 있으므로 수레와 관계가 됨을 알 수 있다. 과연 소순은 식軾은 본디 수레 앞에 가로로 걸치는 나무인데 바퀴나 바퀴살, 또는 굴대 따위처럼 직접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식軾이 없는 수레는 있을 수 없다고 명이자설名二子說에서 말한다.
소순은 소동파蘇東坡에게 식軾처럼 얼핏 봐서는 없어도 그만인 것 같지만 막상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과연 소동파는 그렇게 인생人生을 살았다.
한편 철轍은 수레의 바퀴자국을 뜻한다. 천하의 모든 수레는 자취를 남기며 앞 수레의 바퀴 자국을 거쳐 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다들 수레의 공을 칭송稱頌할 뿐 그 수레가 무사히 자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준 바퀴 자국의 공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철轍은 화복禍福을 좌우한다. 만약 바른 길로 난 자국이라면 뒤따르는 수레도 안전하게 굴러갈 수 있겠지만 잘못 나 있는 자국이라면 곤두박질을 치게 될 것이다. 철轍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전철前轍은 앞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으로 유익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전철을 밟지 말라”는 말은 잘못 난 바퀴 자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輪輻蓋軫윤복개진: 수레바퀴와 수레바퀴 살과 수레덮개와 수레 뒤의 가로나무는
皆有職乎車개유직호차: 모두 수레에서 맡은 일이 있으나
而軾獨若無所爲者이식독약무소위자: 수레 앞 가로나무만은 홀로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雖然去軾수연거식: 그렇더라도 수레 앞 가로나무를 없애버리면
則吾未見其爲完車也칙오미견기위완차야: 우리는 그것이 온전한 수레가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軾乎식호: 식아!
吾懼汝之不外오구여지부외식야: 나는 네가 겉치레를 않음을 두려워한다.
天下之車천하지거: 천하의 수레는
莫不由轍막불유철: 수레의 바퀴자국을 따라가지 않음이 없으나
而言車之功이언차지공: 수레의 공로를 말함에
轍不與焉철불여언: 수레의 바퀴자국은 끼어들지 않는다.
雖然車仆馬斃수연차부마폐: 그렇지만 수레가 넘어지고 말이 죽어도
而患不及轍이환불급철: 재난이 수레의 바퀴자국에는 이르지 않는다.
是轍者禍福之間시철자화복지간: 이 수레의 바퀴자국이라는 것은 화와 복의 사이에 있는 것이다.
轍乎철호: 철아!
吾知免矣오지면의: 나는 네가 화를 면할 것임을 알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