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이슬람주의의 두 가지 사례: AKP와 무슬림 형제단

현재 민주화 정책은 일부 학자와 정책입안자들이 제도적 이슬람주의에 대한 달라진 분석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낸, 터무니없는 “온건파 이슬람주의” 개념에 의존한다. “급진파 이슬람교” 를 배격한 것이, 테러를 반대하고 민주정치에 아첨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되어 온 것이다. “온건파 이슬람주의자” 라는 개념은 지하디스트라는 정체를 대놓고 떠벌리지 않는 이슬람주의 지도자가 민주정치를 옹호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 이슬람주의자라면 사람들이 독재자와 독재정권을 다스릴 만한 적임자로 떠받들 것이다. 예컨대, 이라크에서는 민주정치의 본보기가 되지 못한 시아파 이슬람주의자들이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수니파 바스당원들B'hists을 대체했다. 여기서 나는 터키의 AKP와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에 중점을 둘까 한다. 후자는 “두려움을 모르는 이슬람교” 17를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 이후 정계를 장악할 테니 말이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형제단이 이집트를 통치하는 방식이 AKP가 장악한 터키와 닮을 거라고 기대하며 그들에게 찬사를 보낼지도 모른다. 일부 서양인은 AKP가 이상적인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온건파 이슬람교 공화국” 이라며 터키를 옹호하는 미국인들 중에는 랜드연구소the Rand Corporation의 스티븐 라라비도 눈에 띈다. 그는 “AKP가 집권한 터키는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 당을 법으로 금하는 것은 개혁과 민주주의를 장려하려는 노력을 깎아내릴 수도 있다” 고 주장했다.18 2008년 7월, 터키 헌법재판소는 AKP가 세속 헌법을 훼손한다고 협박한 탓에 소집을 금한다고 밝혔으나 결국에는 판결을 번복했다. 그럼에도 라라비는 헌법재판소가 AKP를 해체하면 “미국은 주요 우방을 잃을 것” 으로 우려했다. 이것이 바로 뉴스 분석의 허울을 쓴 검증되지 않은 가정의 한 가지 사례다. AKP가 집권한 터키의 대외정책은 이 분석이 거짓임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좀 더 그럴듯한 견해는 터키계 미국인 분석가 제이노 바란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탈세속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터키의 “점진적 이슬람주의화” 를 규명했다. 바란의 『찢긴 국가』를 살펴보자.
증거에 따르면, AKP 지도자들은… 이슬람주의를 찬성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의 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남녀가 평등하고, 소수의 종교・민족을 존중해야 한다는 덕목이 하향세를 보이는 통계수치는 종교와 국민의 삶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지도 모른다는 케말주의자들의 우려를 확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세속 민주정치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터키 유권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국내 정책 및 개혁안을 시행하고 있다는, AKP의 주장과는 대립된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의 사건은 터키의 이슬람주의화를 우려한 바란의 경고와 일맥상통한다. 2010년 9월 12일, 결국 터키의 세속적 헌법을 개정하게 된 국민투표로 AKP는 특히 사법부와 서방세계가 교육하고 훈련한 군당국에 대하여 공화국의 세속적인 주축을 약화시키겠다는 발의안을 상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역동적” 민주정치의 징후라며 격찬했으나— 『뉴욕 타임스』지를 비롯한— 언론들은 국민투표를 가리켜 “AKP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적인 엘리트가 벌이는 권력다툼의 최근 라운드” 라 생각했다고 밝혔다.20 본지는 헌법재판소의 쇄신과 판・검사 최고위원회의 재구성이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며, 터키의 세속주의 수준을 낮추기 위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AKP의 지지세력을 사법부 고위직에 앉히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1923년, 공화국을 창건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세속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권력다툼을 반영한다. 탈세속화와 케말주의 공화국의 탈서양화 과정은 나토 회원국이자, 비전투부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고 EU 가입을 원하는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AKP가 이란과 하마스 및 헤즈볼라와 가까워지자 그와 서방세계의 인연이 의심을 받게 되었다. 혹자는 AKP를 터키의 “이슬람주의에 기반을 둔 정부” 로 인도하는 정당으로 규정하여,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답다는 것의 차이를 인정하는 『뉴욕 타임스』지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를 비롯한 유럽 언론들은 자기기만적이다. 이를테면, AKP를 “이슬람 보수주의” 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AKP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헌법” 을 위한 기초작업의 일환으로 세속적인 제도를 이슬람주의자의 수하에 넘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언론인에 맞서는 검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는 EU의 진술도 충격을 준다. EU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 한다며 터키를 맹비난했는데,22 이 같은 정책에서는 민주주의 사고방식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