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推敲
퇴고推敲는 미는 것과 두드리는 것이란 말로, 글을 지을 때 문장을 가다듬는 것을 말한다.
당唐나라의 유명한 문인이자 사상가 한유韓愈(768~824)가 장안의 경조윤이란 벼슬을 지낼 때의 일이다. 시인 가도賈島(779~843)는 장안 거리를 거닐면서 한참 시 짓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런 시였다.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한가로이 머무는데 이웃도 없으니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숲 오솔길은 적막한 정원으로 드는구나.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가 나무 위에서 잠들고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그런데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敲’가 나은지 ‘문을 미네推’가 나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길을 비켜라! 경조윤께서 나가신다.” 깜짝 놀란 가도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유명한 시인 한유가 아니겠는가? 수행원들은 길을 가로막은 가도를 붙잡아 한유 앞에 세웠습니다. 가도가 길을 막게 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들은 한유는 그를 벌하기는커녕 “내 생각에는 ‘두드리네敲’가 좋을 듯하군” 하며 그를 불러 함께 시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후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한유는 사상적으로는 도가와 불가를 배척하고 유가의 정통성을 적극 옹호ㆍ선양했다. 그의 시는 300여 수가 남아 있는데 독특한 표현을 추구하여 일가를 이루었으며 문장에 있어서는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고문운동을 주도,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머리를 차지하였다. 사위이자 문인인 이한이 한유의 사후에 그의 시문을 모아『창려선생집』을 간행한 것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