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李贄의 <동심설童心說>

 

 

 

진심盡心이란 말이 있고, 진심眞心이란 말이 있다. 사전을 보니 진심盡心은 마음을 다 기울인다는 뜻으로 자기의 양심良心을 철저히 발휘發揮함을 말하고, 진심眞心은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을 말한다. 진심盡心에 대한 용례를 맹자孟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가 말하기를, “자기의 마음을 다하면 자기의 성을 안다. 자기의 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되는 것이다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라고 하였다.

사랑을 고백할 때에 진심盡心이란 말을 사용하게 되면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진심眞心이란 말을 사용하게 되면 참된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뜻이 된다. 뜻을 모르고 써도 사랑을 고백을 받는 사람은 매우 흡족해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마음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에 사악한 음모가 내재해 있다면 진심盡心으로 사랑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것 같다. 참된 마음으로 사랑하는 건 그 어떤 의도가 내재해 있지 않음을 의미하므로 사랑을 할 때에는 진심眞心으로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진심眞心이란 무엇일까?

명나라 말 양명좌파 이지李贄(1527~1602)는 “대저 이미 견문과 이론으로 마음을 삼으면, 말하는 것이 모두 견문과 이론의 말이지 동심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이 아니니라夫旣以聞見道理爲心矣則所言者皆聞見道理之言非童心自出之言也”라고 했다. 이지의 말대로라면 공부를 많이 하고 논리적인 사람은 동심童心을 잃어버렸을 확률이 꾀 높다. 학식이 오히려 참된 마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이지의 <동심설>이다

夫童心者眞心也(부동심자진심야)

아이의 마음은 진심이다.

若以童心爲不可是以眞心爲不可也(약이동심위불가시이진심위불가야)

아이의 마음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니라.

夫童心者絶假純眞最初一念之本心也(부동심자절가순진최초일염지본심야)

아이의 마음이란 거짓을 버려 순수하고 참되어서 처음 가진 생각의 본마음이다.

若失却童心便失却眞心(약실각동심편실각진심)

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리면, 참된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失却眞心便失却眞人(실각진심편실각진인)

참된 마음을 잃어버리면 참된 사람을 잃어버리게 된다.

人而非眞全不復有初矣(인이비진전불복유초의)

사람이 되어서 진실하지 못하면 절대로 처음 가진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다.

夫旣以聞見道理爲心矣則所言者皆聞見道理之言非童心自出之言也(부기이문견도리위심의칙소언자개문견도리지언비동심자출지언야)

대저 이미 견문과 이론으로 마음을 삼으면, 말하는 것이 모두 견문과 이론의 말이지 동심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이 아니니라.

言雖工於我何與(언수공어아하여)

비록 말이 공교로워도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豈非以假人言假言而事假事文假文乎(기비이가인언가언이사가사문가문호)

거짓된 사람으로서 거짓된 말을 빌어 거짓된 일을 일삼아 거짓된 문장을 짓는 것이 어찌 올바르겠는가.

이 시를 지은 이지李贄의 원래 이름은 재지載贄, 호는 탁오卓吾이며 이름 바꾸기를 즐겨 생전에 무려 47가지에 달하는 호를 사용했다. 복건성 천주 출신으로 조상 중에는 이슬람 문화와 긴밀하게 교류한 이도 있었지만, 이지 본인은 중국의 전통문화 안에서 성장했다. 훗날 주자학과 양명학은 물론 노장老莊과 선종禪宗, 제자백가며 기독교, 회교까지 두루 섭렵한 이력으로 인해 그의 사상은 중국 근대 남방문화의 결정체로 설명된다.

26세 때 거인擧人에 합격하여 하남ㆍ남경ㆍ북경 등지에서 줄곧 하급 관료생활을 하다가 54세 되던 해 운남의 요안지부를 끝으로 퇴직했다. 40세 전후 왕양명과 왕용계의 저작을 처음 접한 뒤 심학心學에 몰두했지만 나이 들어서는 불교에 심취해 62세에 정식으로 출가하고 절에서 기거하였다. 유가의 정통사관에 도전하는『장서』를 집필했고, 성현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경전을 해설한『사서평』을 출간했으며, 선진 이래 줄곧 관심 밖이었던『묵자』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도 했다. 스스로 이단을 자처하며 유가의 말기적 폐단을 공격하고 송명이학의 위선을 폭로한 그에게 세인은 양쪽으로 갈려 성인과 요물이란 극단적인 평가를 부여했다. 결국 혹세무민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혀있던 중 76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저작들은 명ㆍ청대의 가장 유명한 금서였지만 대부분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빌린 수많은 위작 또한 횡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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