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맹姜希孟의 훈자오설訓子五說(등산설登山說)

 

 

훈자오설訓子五說이란 자식을 훈계한 다섯 가지 이야기로 도자설盜子說(도둑의 아들), 담사설膽巳說(뱀을 잡아먹음), 등산설登山說(높은 산에 오름), 삼치설三雉說(꿩을 잡는 이야기), 요통설曜通說(오줌통의 이야기)을 말한다.

등산설登山說을 승목설昇木說이라고도 한다.

갑과 을은 늘 함께 산에 가서 나무를 했다. 을은 약빠른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 언제나 좋은 나무를 많이 했다. 그러나 갑은 성격이 나약하고 나무를 타지 못하여 묵은 풀이나 긁어모아 겨우 밥 지을 거리나 할 뿐이었다. 어느 날 을이 으스대며 갑에게 말했다. “자네는 나무할 줄도 모르는가. 좋은 땔감이란 평지에는 없다네. 나도 전에는 종일 죽도록 힘을 들여도 한 짐도 하지 못 하였네. 그래서 나무하는 일은 제쳐두고 나무 타는 법을 배웠다네. 처음 나무에 오를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내려다보면 떨어질 것같이 아찔하였지만, 얼마 지나자 조금씩 자신이 생겼고 한 달 뒤에는 높은 나무 꼭대기도 평지 같았네. 이렇게 하여 다른 사람이 가지 못한 곳에 오를 수가 있었고 높이 올라갈수록 좋은 땔감을 많이 할 수 있었지 이 일로 나는 평범한 일만 하는 사람은 남보다 앞설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네.”

이 말을 들은 갑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기를 “나는 땅바닥에 있고 자네는 나무 꼭대기에 있어 서로의 거리가 몇 길이나 되지만, 나의 위치에서 본다면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것이 낮은 것이 아님을 누가 알겠는가. 낮은 것이 낮지 않을 수도 있고 높은 것이 높지 않을 수도 있으니, 높은 것과 낮은 것은 자네와 내가 정한 바가 아니라네. 대개 많은 이익을 얻으면 화禍의 근원도 깊고 빨리 공을 얻으면 잃는 것도 빠른 법이네. 그만 두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지 않겠네” 하니 을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을이 벼랑 위에 있는 높은 소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치다가 그만 실족하여 땅에 떨어져 기절했는데, 그 아버지가 들것으로 실어와 치료를 한 지 한 참 만에 소생하였고 몇 달이 지나서야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두 다리는 부러지고 두 눈도 멀었으므로 마치 시체와 같았다. 을이 아버지를 갑에게 보내 높고 낮음에 관해 묻게 하니, 갑은 이렇게 말했다.

“대개 위와 아래는 정해진 위치가 없고, 낮고 높음도 정해진 이름이 없습니다. 아래가 있으면 반드시 위가 있게 되고 낮은 것이 없다면 높은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아래로 인해서 위가 되고 높은 데를 오르자면 낮은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높은 것은 낮은 것이 모인 것이며 아래는 위가 되는 시작입니다. 항상 높은 곳에 있으며 낮아지기 쉽고 위만을 즐거워하면 금방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높은 곳에서 그 높음을 잃게 되면 낮은 데서 편안하고자 해도 될 수 없고, 위에서 그 위를 잃어버리면 아래에서 머물고자 해도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낮은 것이 높은 것보다 아래가 위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을이 나무할 적에 높은 꼭대기를 좋아하고 낮은 평지는 싫어했으니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은 모두 좋은 나무를 하고 싶어 하지만 좋은 나무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면 위험한지를 모르게 되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더 위험해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땅에서 멀어질수록 목숨을 가벼이 여기게 되는 셈인데 이것을 도리어 남에게 자랑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제가 을과 함께 오랫동안 산에서 나무를 했는데 언제나 을의 반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앞으로 얼마든지 나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을은 매우 위험한 곳에서 나무를 하였기 때문에 지금 젊은 나이에 폐인이 되었으니 아무리 계속 나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저는 비록 평범하게 나무를 하지만 이렇게 건강하니 늙어 죽을 때까지 나무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보면 어느 것이 많고 적으며, 어느 것이 높고 어느 것이 낮은 것이 되겠습니까?”

을의 아버지가 돌아와서 을에게 이 말을 전하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바탕 통곡하였다. 을은 그제 서야 전에 갑이 한 말이 옳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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