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맹姜希孟의 훈자오설訓子五說(담사설膽蛇說)
훈자오설訓子五說이란 자식을 훈계한 다섯 가지 이야기로 도자설盜子說(도둑의 아들), 담사설膽巳說(뱀을 잡아먹음), 등산설登山說(높은 산에 오름), 삼치설三雉說(꿩을 잡는 이야기), 요통설曜通說(오줌통의 이야기)을 말한다.
담사설膽蛇說
명주溟州지역에 선약仙藥이 많이 생산되니 약국藥局에서 2년마다 의원醫員을 파견하여 약을 채취했는데, 한 의원이 이 임무를 도맡아 자주 명주를 왕래하였다. 이 의원이 처음 도착했을 때 채약꾼들이 자신의 무리 중에 한두 명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저들은 뱀을 먹는다” 하고 너나없이 냉소冷笑하면서 식사할 때에도 그릇을 빌려주지 않고 앉을 때에도 같은 자리에 앉지 않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 2년 만에 갔을 때에는 조소嘲笑하는 자들이 줄어들어 전일에 뱀을 먹는다고 냉소하던 자들과 친근해져 혐오감이 없어졌고, 또다시 2년 만에 갔을 때에는 마을에 뱀을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져 조소하는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분하게 살펴보니, 사람마다 머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목궁木弓과 시위를 멘 조그만 굽은 나무를 가지고 긴 숲속 큰 골짜기로 들어가 약초를 캐다가 뱀을 만나면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두 갈래로 벌어진 목궁으로 뱀의 머리를 누르면 뱀이 머리를 추켜들고 입을 벌렸다. 그러면 굽은 나무의 활시위로 잡아당겨 뱀의 이빨을 모두 제거한 다음 손으로 껍질을 벗겨서 화살 통에 넣어 두었다가 밥이 다 될 무렵 뱀에다 소금을 쳐서 구워놓고 서로 앞 다투어 남김없이 먹어 치우는 것이었다. 장기간 이렇게 하자 중독이 되어 죽은 사람이 줄을 이었다.
아! 뱀은 꿈틀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보기 흉한 파충류여서 비록 어리석은 사람도 모두 뱀을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며 피할 줄을 안다. 만일 뱀이 가까이 접근하면 너나없이 구역질이 나오고 전율을 느끼니, 이는 무엇 때문인가? 사람의 타고난 성품이 그런 것이다.
명주 사람들이 처음에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배척했던 것은 그때까지는 타고난 성품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이 많은 때문이었고, 중간에 가서는 배척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뱀을 먹는 사람이 많아졌으나 혹 타고난 성품을 그대로 간직하여 세속에 물들지 않은 자가 있었다. 그러나 종말에는 온 고을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 못하여 조소가 일체 끊기고 더러운 풍속에 안주하였다. 이 지경에 이르면 인성人性이 모두 가려져 다시는 시시비비를 논할 수 없게 된다.
어떻게 한 고을의 백성들이 모두 타고난 성품을 상실하여 깨닫지 못하였겠는가? 필시 어떤 사람이 처음에 그런 짓을 하여 오도誤導했을 것이다. 처음에 오도할 때에 반드시 “뱀도 물고기와 같은 종류이다. 고기가 살지고 향기로우며 사람의 주변에 있어 잡기도 쉬운데다가 그 모양을 따져 보면 가물치나 다름없다. 가릴 것이 뭐 있겠는가?”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에 몇 사람이 시험 삼아 고기를 맛본 결과 해독害毒이 없으므로 점차로 마음에 익숙해져 혐오감이 없어졌다. 이렇게 세월이 쌓이다 보니, 점점 뱀을 먹는 풍속이 이루어져 버젓이 부끄러워하지 않은 것이다. 이때에 그들이 뱀을 먹는 것이 부끄러워할 만한 일임과 해독이 두려울 만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전날에 비난하던 자들까지도 뒤따라 본받으며 말하기를 “저들도 사람이므로 입맛이 다르지 않을 터인데 유독 뱀을 즐겨 먹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필시 그 속에 지극한 맛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전일에 그들을 비난한 것이 망령에 가깝지 않음을 어떻게 알며, 그들이 즐기는 바가 소견이 없다는 것을 또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상호간에 점점 물들어 그릇된 행위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불쌍하다.
사군자士君子가 재리財利와 성색聲色에 대해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탐욕과 방탕이 천하게 여길 만한 일임과 오욕汚辱과 패망敗亡이 두려울 만하다는 사실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한번 마음에 겪어 보고는 결국 부끄러움을 망각해 버리니, 어찌 조소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너는 마땅히 그 기미를 살펴 소홀히 여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