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제안

 

 

 

 

당신이 빚 때문에 고생한다고 가정하자. 친지들에게서 돈을 빌려 사업에 투자했지만 기대하던 수익을 내지 못한다. 여러 친지를 설득하여 투자하게 했으나, 불행히도 당신의 구상은 빗나간다. 행운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되도록 지급을 늦춰 왔지만, 빚 갚을 돈이 없어 파산할 때가 닥쳐왔다.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파산선고를 당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자 놀라운 방법을 하나 알려준다. 어려움을 벗어날 유일한 길은 채권자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한다. 채권자도, 채무도, 모두 사라지리라. 보라, 책상 서랍 여닫이를 뜯어내면 무기 하나를 간단히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원한다면 내가 해주마. 이름을 알려줘, 그리고 말을 해. 내가 그런 행동을 해도 소송은 하지 않을 거라고.

이런 제안을 받았을 때,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자, 나는 어느 집안의 작은 비극을 이야기한 것인데, 이 이야기는 더 암울한 희곡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 생활이 아닌,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나 이런 사건을 볼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충격적인 까닭은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가상해보자.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까?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단순하게 사는 길일 것이다. 당신은 왜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자.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런 행위는 의심할 여지없이 나쁜 일이다. 내가 궁금해하는 건 왜 그런가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혼자서 반대할 때 나머지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바를 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달리 말하면, 아주 특이한 예를 설정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무엇이 나쁜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의 기본적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루던 문제로 돌아가자. 당신은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봐!” 총을 잡은 사내가 소리친다. “좀 놀랐을 거야. 나더러 옳다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내가 하는 ‘게임’이 뭔지를 알게 되면(하지만 당신은 그 ‘게임’이 뭔지를 묻지 않는다) 너도 꽤잘하게 될 걸. 이게 우리가 사는 방법이야.” 사내가 노려보며 낄낄대더니, “내 말을 못 알아듣겠으면, 차라리 죽어” 하고 말한다. 잠시 조용하다가 사내는 다시 당신을 노려본다. “이봐, 내가 약속하지. 이 일에 관해서는 아무도 몰라. 난 입술을 꿰맬 거야. 네가 내 말에 동의하면 나도 함께할 거라고. 난 네가 궁지에 빠져 있게 하고 싶지 않거든. 됐어?” 당신은 이 친구가 하는 말이 꽤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음을 점점 깨닫게 된다. 그런 방법으로 빚을 깡그리 털어낸 뒤, 달아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여러 달 동안 당신을 짓누르던 어둠이 가시고, 상쾌한 아침에 자유롭게 깨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여러 해 동안 돈 걱정에 시달리며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창한 계획을 세워가며 고심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다. 진정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어렸을 때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돈을 꾸어댔다. 그로부터 쉴 새 없이 달려왔지만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빚은 줄지 않았고 한쪽의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쪽에서 돈을 빌렸다. 이 불행한 생존을 더 이어갈 까닭이 있을까? 이제 당신 앞에 출구가 나타났다. 사람은 결국 한 번 살다가 가는 것.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이, 왜 나만 불행한 삶을 이어가는가? 그들을위해 나의 삶을 정녕 희생하려 하는가? 아니다. 총을 든 저 사내는 정말 옳은 말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에 잠긴 사이, 당신은 또 다른 생각을 떠올린다. 저 사내의 말대로,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총을 든 저 사내는 이 일을 안다. 사내가 살인을저지른 다음, 입을 다물고 있을 테니 돈을 더 내놓으라고 협박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빚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저 무자비한 괴물에게 새로운 빚을 지게 되어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저 사내가 나를 위해 살인을 한 다음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저 친구가 살인을 하고 나면, 나는 저 친구를 죽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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