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무슬림은 “제2의 유대인” 인가?

유럽에서 소수 이슬람교 집단이 종족화되는 과정67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맞닥뜨리는 차별 및 이슬람혐오증과 관계가 있긴 하나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유럽의 제2의 유대인” 68을 자처할 자격이 없는 이슬람주의 지도자들은 무슬림이 유럽 시민으로 통합되기보다는 유럽 안에서 이슬람식 반체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신앙의 자유를 주장했다. 유럽 이슬람주의자들이 유대인을 증오한다면 왜 홀로코스트를 도용하고 유대인과 동일시하며, 그들이 “제2의 유대인” 이란 말에 급작스레 무슬림을 차별하는 유럽인들은 이슬람주의의 관심사를 무슨 까닭으로 포용하는가? 그리고 이슬람주의 및 이슬람교의 차이가 유럽에 산재된 이슬람교에는 어떻게 적용될까? 이에 대한 의문을 푸는 데 마코비츠가 크게 일조했다. 이민자들은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유럽 국가 전역에서 고약한 외국인공포증을 무엇보다 먼저 일깨우면서 이중적인 반유대주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첫째는 이민자를 증오하여 그들을 경멸하는 자들이고, 둘째는 증오의 대상으로서, 공교롭게도 아랍・이스라엘 분쟁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반유대주의가 널리 퍼진 문화 출신자들에게서 말이다.
발칸반도에서 세르비아계 파시스트당이 보스니아 무슬림을 학살할 때 대부분 잠잠했던 유럽 좌파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미국이 개입하자 발칸 전쟁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은 무도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반미주의 탓에 미국의 개입을 반대한 것이지, 전쟁이나 살상에 대한 인륜적인 명분 때문은 아니었던 듯하다.
3장의 주제는, 반미주의라기보다는 반시온주의70와 반미주의가 걸핏하면 위장전술을 구사하는, 이슬람주의가 도모하려는 반유대주의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영국의 무슬림 민주당원 하니프 쿠레이시는 영국의 사원을 방문한 소회를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지에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내가 찾은 사원은 열성적이고도 선동적인 설교자가 장악했다. 열렬한 설교
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서방세계와 유대인에 맞서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 사원에서뿐 아니라, 신앙학교를 비롯한 종교기관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다문화 영국이 프랑스와 사뭇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년 7월 지하디스트가 공격을 감행하기 전까지 영국은 유럽의 여느 국가들과는 달리 이슬람주의자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72 일부 다문화주의자들은 영국의 관용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했으나 혹자는 이를 유럽과 문화가 분열되는 화근으로 치부했다. 좀 민감할 수도 있으니 문화의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유럽의 인종차별주의에 있어서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는 나의 입장을 서둘러 밝혀야겠다. 내가 주장하고픈 이야기는 런던
이라는 개방적인 분위기에서도 자칭 소수 이슬람교 집단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 대개는 유대인을 혐오하는— 이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홀로코스트를 규탄하면서도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은 부인하고, 유럽의 무슬림을 두고는 (벌어진 적도 없다는) 홀로코스트를 당한 유대인만큼 박해를 받고 있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