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마르고 트면 혈血이 부족하다
“세 살 때부터 태열기가 있었는데 갈수록 더 심해져서 데리고 왔어요.”
포동포동 살이 찌고 귀여워 보이는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를 데리고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를 찾은 어머니의 말입니다. 태열기胎熱気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말합니다. 조성태가 보니 아이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을 것 같아 물으니 “밥은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데 늘 입에 군것질거리를 달고 살아요” 하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태열이 얼마나 심한지 묻자 아이의 옷을 걷어 올리며 어머니가 “몸 전체가 다 태열기예요” 하고 말했습니다. 여기저기 살펴본 조성태는 특히 팔다리와 주관절 부위가 더 심한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는 어린애답지 않게 입술이 바짝 마르고 껍질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입술이 트는 것은 혈血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그에 다라 확일 할 겸 그는 아이의 팬티에 어른처럼 냉 같은 것이 묻어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오래 전부터 팬티가 지저분해서 산부인과에도 갔었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손으로 만져서 그런 거니까 손을 자주 씻어주라고 했어요” 하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아이가 손으로 만진다는 건 가려움증이 있어서 그런 것이므로 낮과 밤 중 언제 더 가려움을 느끼느냐고 물으니 “낮에는 그런대로 잘 노는데 잠들기 전이면 굉장히 많이 가려워해요. 보기 딱할 정도죠. 그리고 여름철엔 심하게 짓무르기도 하구요. 지금도 계속 피부과에 다니면서 연고를 받아다가 발라주고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긁느라고 잠도 못자는 걸요”하고 말했습니다.
조성태는 아이를 체질상 양명형陽明形으로 분류했습니다. 양명형이란 양명경陽明經이 지나는 부위인 얼굴, 젖가슴, 배, 허벅지 등이 유난히 살이 많이 찌는 체질을 말합니다. 양명경은 경맥經脈의 명칭으로 양명경에는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과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위경胃經이라 합니다. 족양명위경이란 십이정경十二正經 중 족부삼양경足部三陽經의 하나로 비양방鼻兩旁(迎香)에서 시작하여 상행하여 비근鼻根에서 좌우 경맥이 교차하고, 여기에서 내려와 윗니 속으로 들어간 다음 아래턱 뒤쪽으로 나와 귀 앞을 지나서 전두부로 나오고, 다른 가지는 후두 양쪽을 타고 내려와 횡격막을 통과하여 위에 속하고 비장에 관련됩니다. 수양명대장경이란 십이정경 중 수부삼양경手部三陽經의 하나로 식지의 엄지 쪽 말단에서 시작하여 팔의 바깥쪽 앞부분을 따라 견관절肩關節의 앞쪽 윗부분에 이른 다음 등 뒤의 견갑골 상단을 지나 대추혈大椎穴(제7경추와 제1흉추 돌기 사이)에서 교차하여 다시 앞으로 나와 쇄골鎖骨로 들어간 뒤 계속 하행하여 폐에 연락되고 횡격막을 통과하여 대장에 속하게 됩니다. 쇄골 중앙에서 갈라진 또 다른 맥은 유두를 거쳐 서혜부로 나와 다리의 전외측前外側을 따라 둘째발가락 외측 끝에서 끝나고, 무릎 아래에서 나누어진 가지는 장딴지 외측을 따라 가운뎃발가락 외측으로 흐르고, 발등에서는 엄지발가락의 안쪽 끝으로 나와 족태음비경에 이어집니다. 수양명대장경은 대장 및 폐, 위 등과 관계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눈두덩과 입이 두툼하면서 가슴과 배에 살이 많이 찐 사람을 양명형으로 분류합니다. 이런 체질은 본래 다기다혈多氣多血하여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고, 식사할 때면 허기진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습니다. 위경胃經에 열이 있어서 언제나 입맛이 좋고 무엇이든 맛있게 먹으며, 땀을 많이 흘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조성태는 환자에게 사백산瀉白散을 처방했습니다. 사백산을 사폐산이라고도 하며 상한傷寒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온 몸의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 처방하는 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