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틉에서 하마스까지

 

 

 

이슬람주의식 반유대주의는 불만의 표상이 아니다. 일부 유럽인들이 세계적인 전쟁을 반시온주의라는 정치적인 난동쯤으로 낮추어 부르려는 것은 은근슬쩍 반인륜 범죄의 싹을 위장하는 데 보탬이 된다. 유럽인들은 하마스를 해방운동으로 간주함으로써 이슬람주의식 반유대주의를 묵인하고 있다. 이슬람주의식 반유대주의를 연구하여 금기를 깬 마티아스 쿤첼 등 인본주의 학자들은 독일에서도 하마스에 열중했다. 다음은 쿤첼이 하마스 헌장을 두고 서술한 내용이다.

어느 모로 보나, 하마스의 신규 문헌은1 968년 PLO 헌장을 무색하게 했다. … 아마도 하마스 헌장은 동시대의 이슬람주의가 내놓은 주요 문건 중 하나로 간주되며 그 중요성은 팔레스타인 분쟁과는 족히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에서 예전에 서로 융합된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를 다시 일으키기도 했다. 헌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이슬람주의식 반유대주의를 가동시키기 때문이다.
헌장은 1988년 4월에 공포되었고 조직체는 1987년 12월 14일에 창설되었다.58 헌장은 그 의의를 팔레스타인 분쟁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쿤첼의 지적을 윤곽으로 잡았다. 예컨대, 2조항 2는 하마스를 가리켜, 수니파 이슬람주의의 기원을 상징하며 국제주의식 이슬람주의 네트워크들 가운데 하나인 무슬림 형제단의 연장선으로 규정했고, 32조항은 하마스의 주적을 이스라엘이 아닌 “세계의 시온주의” 라고 밝혔다. 또한 하마스는 세계 시온주의와의 전쟁에서 자칭 창끝ra's hurbah(라스 후르바)이라 하여 “지하드를 감행하는 데 필요한 무슬림 형제단의 무기”를 자처했다. 헌장에 따르면, “시온주의의 마스터플랜” 은 경계가 없으니 “오늘은 팔레스타인이고 내일은 그 너머가 될 것” 이라고 한다. 헌장은 무슬림이 이스라엘과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종교적 근거하에— 즉, 샤리아라는 미명하에— 위법으로 간주했다. 여기에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비롯한 관련 협정이 포함되는데, 평화협정에 동참하려는 무슬림은 대역죄의 혐의로 정죄를 받게 된다. 헌장과 쿠틉의 소책자를 비교해보면, 두 사상과 선전에서 차용된 점이 상당수 발견된다. 예컨대, 여느 이슬람주의 문헌과 같이, 헌장도 유대인과 시온주의자를 구분하지 않았고 그들을 적으로 싸잡았다. 22조항은 유대인을 악의 원천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다음의 발췌문을 앞서 인용한 쿠틉의 소책자와 비교해보라. 그들은 프랑스 혁명과 공산주의 혁명의 배후세력으로 우뚝 서고… 시온주
의의 이익을 추구한다. … 그들은 칼리프 제도를 폐지하게 된 1차 세계대전과도 관계가 깊다. … 밸푸어 선언٨을 유도하기 위해… 그러고는 이로써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국제연맹을 창설하고…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국제연맹을 UN과 안보리로 대체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을 배후에서 책동했다. 그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 배후조종을 일삼는 유대인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지 않은 전쟁이란 단 한 건도 없다.
이것이 예언이 담긴 반유대주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여기서 의문점이 몇 가지 떠오른다. 하마스의 반유대주의와 『시온주의 의정서』에 등장하는 반유대주의는 어떻게 다르며, 그것이 유대인혐오증 이상의 의미를 지닌 까닭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하마스의 이슬람교다운 점이 무엇인가?
하마스는 종교 조직체로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는 구별된다고 조심스레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헌장 15조항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종교적 특성을 감안하여 이를 다뤄야 한다” 고 명시했으며, 27조항에서는 “세속사상은 종교적인 것과 완전히 대립된다. … 우리는 아랍・이스라엘 분쟁에서 종교적 입지를 비하하지 않으며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지지사상Islamiyyat(이슬라미야트)을 주장할 것이다. 이를 세속사상으로 바꿀 뜻은 전혀 없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성은 종교의 본질이기도 하다” 고 밝혔다. 즉 타
협점을 찾아 분쟁을 해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세속적인 권력이나 도덕적인 주장이 아닌, 신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라고 주문한 탓에 이 같은 정치적 목적은 협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신에게 타협을 종용할 자가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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