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이 드러난 사람 방광이 허하다
“방광 때문에 왔어요. 15년 전부터 방광염을 앓고 있어요. 그런데 부부관계만 가졌다 하면 배가 남산같이 불러오면서 소변이 자주 마려운 거예요. 소변이 꼭 거구로 치솟는 것 같구요. 아랫배도 많이 아픈데, 염증이 생기는 걸 제가 금방 느낄 수 있어요.”
40대 후반의 아내가 이렇게 말하자 비슷한 나이의 남편이 다음의 말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원래는 아주 건강했던 사람인데 요새는 어깨가 아파서 통 일을 못합니다. 작년 3월인가 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지럽다고 하길래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죠. 한데 그때 이후로 기운도 빠지고 찬바람만 쐬면 살이 마치 칼로 저미는 것 같대요. 뒷목도 뻣뻣해서 꼼짝도 못하구요.”
환자는 “산부인과 약이랑 방광염 약이랑 두 가지를 다 먹고 있는데, 약을 자꾸 먹다보니까 위가 나빠졌어요. 또 주사를 하도 맞아서 그런지 엉덩이도 딱딱하구요” 하고 말했습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는 환자의 증상을 임질의 일종으로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임질과는 종류가 다른 노림勞淋으로 판단했습니다. 노림은 소변의 배설이 순조롭지 않고 방울로 떨어지며 배뇨 후에는 음부가 은근히 아프고 팔다리가 나른한 임증淋症의 하나입니다. 노림은 하를 잘 내거나 성생활이 과다할 경우, 소변을 오랴 참는다든지 술과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었을 때, 그리고 습열에 의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조성태는 환자에게 가미팔물탕加味八物湯을 처방했습니다.
가미팔물탕은 명나라 사람 공신龔信이 지은 <만병회춘萬病回春>에 수록되어 있는 팔물탕에 가감한 것으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있는 팔물군자탕八物君子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도 이 팔물탕에 가미한 것입니다. 가미팔물탕은 소음인의 기혈을 돕는 것으로 허로증虛勞症을 치료하는 처방입니다. 허로증이란 전신이 허약하여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며, 가끔 열이 오르고 허리가 아프며 잠을 자면 땀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놀란 사람같이 가슴이 뛰고 불안초조하며 기운이 없어 눕고만 싶어지거나, 목이 마르고 입술이 타며 피부근육에 탄력성이 없거나, 자주 기침을 하고 가래가 끓으며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볼에 홍조를 띠고 정신이 혼미하며 식욕이 없거나 하는 증세에 기혈을 돕는 가미팔물탕을 처방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소음인에 한해서 써야 합니다.
콧구멍이 드러난 것은 관상학적으로도 재물이 새나간다 하여 좋지 않은데, 건강상으로도 이런 사람은 방광이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 증상을 나타냅니다. 이런 사람은 어려서부터 소변 쪽에 이상 현상을 보이는데, 유뇨증遺尿症이라 하여 소변을 잘 참지 못해 자주 보거나 늦게까지 소변을 가리지 못합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유뇨증enuresis을 3~5세에 많이 나타나는 정신적 문제로 보고 요실금과 달리 기질적 장애로 보지 않습니다. 유뇨증은 체질과도 관련이 있으며, 치료에는 정신요법 외에 방광벽 긴장을 완화하는 부교감신경차단제도 적절하게 사용합니다.
방광이 좋지 않아 소변보는 데 이상이 생기면 아랫배가 불쾌하고 허리에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소변을 보고 나서도 뒤끝이 개운치 않으며 소변색이 뿌옇다가 말갛다가 누렇게 변하는 등 색깔이 자주 바뀝니다. 한의학에서는 소변이 변색되는 것을 소변황탁小便黃濁이라 하는데, 소변황탁은 소변을 통해 몸속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말합니다. 이런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당뇨와 같은 성인병으로 발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