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의 이슬람화

범아랍 민족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이슬람주의는 사회 언저리에 존재했다. 무슬림 형제단 조직은 민족주의식 반유대적 이데올로기는 수용했지만 다른 사상들을 대부분 거부했다.— 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반유대주의가 민족주의와 대립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슬람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민족국가 도입은 이슬람교를 저해하려는 유대인의 모략으로 비쳤다. 이슬람주의자들은 유대인과 시온주의자들이 무슬림 공동체를 약소국가로 갈라놓기 위해 칼리프의 폐지를 선동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국가 건설은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유대인이 무슬림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이슬람 조직을 파괴하기 위해 이슬람의 비유대인 적과 결탁하여 자행된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꾸며낸 총체적인 기억은 이슬람교에 맞선, 상상 속의 십자군과 유대인들 사이에서 글로벌 지하드로 대항해야 하는 동맹을 입증해냈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명백한 차이에 대한 예외는 팔레스타인의 사례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의 말마따나, 종교와는 무관한 범아랍 민족주의가 “유대인 세계” 의 피조물이라면 아랍 민족주의자들은 유대인의 끄나풀 노릇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들은 유럽의 국수사상을 수용하고 무슬림 공동체를 버렸을 때부터 이슬람교를 제거하기 위한 유대인의 마스터플랜을 이룩하는 데 보탬이 된 것이다. 정치적 이슬람교가 보편적인 무슬림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은 국가 건설의 탈선을 노린 전략의 일환으로, 이는 근대 이슬람주의자들의 국제주의의 전형이다. 이슬람주의는 “유대인 세계”의 모략에서 비롯된 정교분리를 되돌리는 데 목표를 두는데, 여기에는 이슬람식 세계질서를 추구하면서 범세계적인 세속화 탈피22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이슬람주의식 반유대주의는 구태의연한 이슬람교의 유대인혐오증과 근대식 범아랍 민족주의적 반유대주의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세계를 지배하고 싶어 하는 “유대인의 마스터플랜” 을 저해할 이슬람식 국제주의적 아젠다는 종교화된 이데올로기의 본체인데, 이는 반유대주의 연구에서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예컨대, 로버트 위스트리치는 반유대주의에 정통한 권위자로 이번 연구 또한 그의 덕을 많이 보았으나, “아랍・이슬람 반유대주의” 를 거론할 땐 안타깝게도 이슬람화된 반유대주의와 일부 아랍 민족주의자들의 세속 반유대주의 사상을 혼동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