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은 모두 상대적일까

 

 

 

이 시점에서 윤리 연구가 처음부터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두어야 한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설명을 통해 도덕이론은 옳고 그름에 관한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하려 한다는 점에서 꽤 야심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도덕이론의 야심찬 가정에 따르면, 도덕적 의문에는 반드시 답이 있는바 우리는 그 답이 옳은지 그른지 판별할 수 있다. 윤리 연구를 경시하는 이들은 윤리라는 분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음을 부정한다. 이들이 볼 때 도덕성은 주관적 문제일 뿐이다. 이들은 한 사람의 도덕적 신념은 그의 성장환경이나 심리상태처럼 그와 관련 있는 요소들에 따라 결정되며, 그와 아무 상관없는 세상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장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있을 때 이들의 신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문화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투우경기가 말할 수 없이 잔인한 행위지만, 다른 문화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인간적 용기의 고상한 표현이다. 이들의 견해는 분명히 다르지만, 다른 성장환경을 고려하면 어느 한 사람의 견해를 옳다거나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입맛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맛보고 나서, 한 사람은 맛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구역질을 참기 어려워한다면, 이들은 다만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일 뿐 논쟁할 일은 아니다. 바로 이것이 상대주의 관념이다.

말하자면, 한쪽 사람이나 한쪽 문화의 판단은 ‘그들 자신에게 옳은 것’일 뿐 다른 쪽의 견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상대주의자는 도덕성을 일련의 사회적 관습이나 전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문화의 불일치를 반영하는 어느 정도의 도덕적 불일치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문화에서는 식용으로 삼는 것을 다른 문화에서는 더없이 혐오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문화에 젖은 사람들이 완전히 옳다고 여기는 행위를 다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과 관습을 달리한다.
종교와 도덕은 방향을 같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도덕적 신념과 관행이 다르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상대주의자는 도덕성을 ‘도덕’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어떤 특정 문화에서 보편화한 도덕적 신념이자 관행이다. 도덕성에 이 이상의 다른 것이 없다면, 도덕성은 어떤 특정 종류의 사회적 사실로 비칠 것이다. 도덕성이 무엇인지
알려면, 그에 해당하는 특정 문화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주의가 늘 타당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에게는 특정 사회집단의 도덕과 관련되는 여러 사실을 초월하는 그 이상의 어떤 도덕성 개념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여성의 권리를 생각해보자. 서구사회가 이전에는 남성만 누리던 자유를 근래에 이르러 여성에게 허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었다. 남성은 돈과 정치와 이상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근래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 옳
은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이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이룬 것은 확실히 도덕적 진보라 할 만하다. 다른 문화권(선택할 수 있는 문화권이 많이 있지만)의 사정을 생각해보자. 사회 문제에 관한 정책결정의 토론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제외되어 있다. 그들 문화에서는 좀처럼 바뀔 리 없는 분업제가 모든 가정에 확립되어 있다. ‘현실적인’ 여성은 가정을 돌보고 ‘현실적인’ 남성은 넓은 바깥일을 살핀다. 이런 문화에서는 성별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비웃고, 서구식 자유를 탈선으로 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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