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유대주의

“새로운 반유대주의” 는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2005년 8월, 쾰른 회당 연설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6 교황이 이슬람주의를 거론하거나 구체적으로 이를 지적하진 않았지만 서유럽에서도 정치적 이슬람교의 요새 중 하나인 쾰른에서 언급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유대주의에는 변종이 여럿 있는데, 그중 이슬람화된 것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유럽인과 기독교인에게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대량살상을 자행한 독일의 나치를 비롯하여 유럽의 반유대주의는 이데올로기로 발전, 두 단계를 거쳐 아랍세계에 전파되었으며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 기독교 아랍 민족이 이를 처음 받아들였으며, 종교와는 무관한 범아랍 민족주의 사상의 일환으로 반유대주의를 수용한 무슬림이 바통을 이었다.
2. 유럽에 이식된 반유대주의가 이슬람세계에 편승한 건 새로운 현상이다. 이슬람교식 반유대주의가 세속 아랍 민족주의에서 출현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둘을 혼동하는 건 더 심각한 잘못이다. 이슬람주의와 범아랍 민족주의는 견원지간이긴 하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정치적 이슬람교는 반유대주의에 종교적인 색채를 가미하여 그것이 서방세계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전통 이슬람교의 일부인 양보이게 했다.
3. 따라서 새로운 반유대주의는 나치나 신나치처럼 구태의연한 유럽의 현상을 단순히 수용한 것이 아니며, 정치적 이슬람교가 받아들인 탓에 문화적인 기초로 더욱 강화되었다. 이슬람주의의 이데올로기는, 진정성을 내세우긴 하나, 꾸며낸 전통에 근간을 둔 것이 대부분인데, 꾸며낸 전통 덕택에 이슬람교식 반유대주의가 문화적으로 익숙한 용어로 회자되기도 한다. 유럽에, 때로는 나치 이데올로기에, 개방적인 세속 아랍 민족주의7에 비교해볼 때, 종교화된 이슬람교식 반유대주의는 국지적인 데다 진정성까지 주장하므로 호소력이 더 강하다. 그래서 종교화된 반유대주의가 훨씬 위험한 것이다.
4. 새로운 반유대주의가 각양각색의 반세계화로 위장할 때도 더러 있다. 때문에 이슬람주의가 우파 이데올로기임에도 반유대주의가 유럽 좌파에 먹히는 것이다. 행여 이슬람주의식 반유대주의가 반시온주의로 둔갑하지 않거나, 이스라엘과 유대인이 “악하다” 는 이슬람주의자들의 비방과 반미주의가 결합하지 않는다면 유럽 좌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슬람주의의 반미감정은 유대인이 자본주의 세계화의 쌍둥이 본부인 뉴욕과 워싱턴에서 전 세계를 다스릴 것9이라는 음모론에 일부 근거를 두며, 반세계화는 정치적 이슬람교가 유럽 좌파의 뭇매질을 막는 방어수단이 된다.
5. 반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의 대역으로 볼 수 있다(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아
랍과 이스라엘의 투쟁』을 쓴 프랑스 사학자 막심 로댕송은 시온주의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서방세계에서는 반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의 차이를 구별하나 이슬람교식 반유대주의는 그러지 않는다. 이슬람주의의 입장에서 시온주의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유대인의 마스터플랜mukhtat yahudi(무흐타드 야후디)의 일환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은 유대인과 시온주의자sahyuniyyun(사휴니윤)를 동일시하며 그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그것이 유대인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이슬람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나타나는 두 가지 주제에는 나름의 반유대주의 사상이 담겨 있다. 첫째는 “포위된 이슬람교” 라는 이슬람주의 사상이고 둘째는 세계의 정치질서를 둘러싼 경쟁사상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은 유대인과 십자군이 꾸민 음모mu'amarah(무아마라)11로 이슬람교가 사면초가인 점을 전파하는가 하면, 유대인이 십자군을 선동했다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사실, 유대인도 무슬림처럼 피해자로 보는 것이 옳은데 말이다. 두 번째 주제는 세계에 정치질서를 다시금 창출한다는, 이슬람주의의 이데올로기와 관계가 깊다. 이슬람주의자들은, 유대교의 신앙을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조성할 기세인 유대인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믿는다.
이 두 가지 사상이 결합되자 이슬람교식 반유대주의에 스며든 “보편적이고도 극악무도한 악” 이 그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