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란 무엇인가』중에서

 

도덕적 사고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도덕적 사고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흔히 ‘윤리’를 특별한 주제로 생각한다. 예컨대, 논쟁거리가 될 만한 어떤 의학적 연구를 과연 허용해야 할지, 각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놓는 가운데, 특별히 한 사람의 윤리 ‘전문가’를 모셔놓고 그의 관점을 들으려고 한다. 때론 이런 식의 분업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는 윤리를 일상과 동떨어지게 보는 경향을 부추기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처럼 윤리를 세상사와 멀리 떨어진 하나의 전문분야로 보는 건 잘못이라는 점이다. 삶이 윤리적인 소재들, 즉 관계, 욕망, 계획, 책임,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등으로 짜여 있기에 우리는 늘
윤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보다 재능 있는 친구를 질시하는 것이 나쁜지, 나를 업신여기거나 내게 무관심한 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내 고장의 정치에 참견해야 할지, 자녀의 생활에 어느 정도 관여해야 할지, 부모의 간섭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같은(너무 강압적이지만 방안을 구할 수 있는) 문제들을 놓고 어느 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의문을 명쾌하게 하려는 노력 자체가 골치 아픈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압박한다. 의식적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때조차 이들은 우리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그뿐 아니라 때때로 이런 문제를 놓고 직장이나 가정, 체육관, 그리고 카페에서, 또 저녁이나 점심을 먹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친구나 동료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다.
윤리 문제는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것이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거나 견해가 옳지 않다고 말하면 당사자는 필시 불쾌하게 여길 것이다. 윤리적 견해는 우리의 느낌과 감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윤리 문제가 개인적인 차원이라는 점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모나 친구의 생각에 따
르겠다는 사람을 본다면 누구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봐도 마찬가지로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누군가 대신 생각해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윤리적 사고가 개인적인 일이라고 본다(다른 사람의 생각과 반드시 달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단순히 복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염려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곧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 암시한다.
각 사례에서 어찌 보면 윤리 문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개인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어떤 견해를 선택하건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다. 돌이켜볼 때 잘못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수정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릴 때 둘 다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많은 문제에서 우리가 옳은 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윤리는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즉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임과 동시에 옳은 답을 얻고자 (또는 잘못된 답을 피하고자) 노력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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