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귀에서 물이 나오는 간경肝經에 이상이 생긴 사람
“한 달 전부터 무릎이 말할 수 없이 아픕니다. 일 분 정도만 걸어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쉬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합니다.”
얼굴이 붉고 마마 자국이 난 52세의 남자가 조성태에게 호소한 통증입니다. 조성태는 무릎 중에서도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는데, 한의학에서는 같은 통증이라도 부위에 다라 치려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릎 바깥쪽의 통증은 십이 경맥의 하나인 담경膽經(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이라고도 함)의 이상에서, 안쪽은 간경肝經(간장에 딸린 경락經絡)의 이상에서 옵니다. 무릎 앞쪽이 아프면 백혈구 생성과 노폐한 적혈구를 파괴하는 기능을 담당한 비脾(지라)와 위경胃經(위에 딸린 경락經絡)에, 뒤쪽이 아프면 방광경膀胱經(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라고도 함)에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담경에 이상이 생겨 기가 거슬러 올라가서 입안에 쓴맛이 느껴지며 가슴과 옆구리에 통증이 있으며 병이 심해지면 얼굴빛에 광택이 없어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발 바깥쪽이 도리어 열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양궐陽厥이라 하여 몸에 열이 난 뒤 몸속에 열이 막히고 팔다리에 양기陽氣가 가지 않아 손발이 차지는 증세를 나타냅니다. 간경에 이상이 생기면 화火가 쌓여 가슴과 옆구리가 부풀고 아프며 한열왕래寒熱往來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그 증상이 심해지면 풍風이 생겨 어지럽고 몸이 떨리며 경련이 일어나고 눈을 치켜뜨게 됩니다. 이럴 때에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을 처방하게 됩니다.
환자는 자신의 증세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릎 안쪽으로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정면에서 무릎 안쪽으로 통증이 심하죠. 그리고 허리도 시큰시큰 아파옵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려고 하면 몸이 무겁고 더 아픈 것 같아요.” 이 환자의 경우는 간경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조성태는 환자의 생김새를 보고 배가 많이 나온 양명형으로 분류했는데, 양명형은 힘을 쓸 때는 강하게 쓰지만 일단 병이 나서 무너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환자의 코끝이 붉은 것을 보아 조성태는 풍이 오기 쉬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아픈 데가 더 없느냐고 묻자 환자는 “피곤하다 싶으면 오른쪽 귀에서 물이 나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귀에서 물이 나오는 것과 다리가 아픈 것은 같은 병이 원인입니다. 몸에 습濕, 물기가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환자의 생김새가 이런 증상을 뒷받침하는데, 그는 살이 찌고 배가 많이 나온 데다 얼굴 전체가 불그스름하고 푸석푸석 부어있어 몸에 습열이 많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습열이란 얼굴이 불그스름하면서 열이 올라오는 것을 말하고, 습열이 조성되면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려고 할 때에 몸이 아파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환자의 증세를 오죽하면 일기 예보보다 정확하다고 말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