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 귀를 주관한다
신장kidney(콩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귀 쪽에서 이상이 생깁니다. 귀가 먹먹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든가 염증으로 고생합니다. 신장은 아래쪽 배의 등쪽에 쌍으로 위치하며 노폐물을 배설하고 산염기 및 전해질 대사 등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중요한 장기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쪽 신장의 총 무게는 전체 체중의 약 0.4%에 지나지 않지만 신장의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소실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생명의 유지에 매우 중요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총 심박출량의 20~25%가 신장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한의학에서는 “신腎이 멀리 듣는 것, 즉 귀를 주관한다”고 말합니다. 신장이 좋은 사람은 소리를 잘 듣고 귓병에 걸리지 않으나 신장의 기능이 허한 사람은 늘상 가는귀가 먹은 것처럼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중이염 등 귓병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귀울이, 즉 이명耳鳴 현상도 신장의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생기는 수가 많습니다. 영어로 이명을 울리는 소리ringing라 하는데 외부로부터 음향자극이 없는데도 사람 귀에 소리가 듣게 되는 일종의 귀울림 현상입니다. 소리의 형태도 물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 종소리, 매미우는 소리 등 다양합니다. 이런 귀울림은 일시적인 경우도 있지만 지속되면서 사람을 괴롭힙니다. 최근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소음 증가, 노령화, 약물 남용 등으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증세는 한방에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은 신의 기능이 약하고 음陰이 허해져서 귀울림 현상이 나타나 소리를 재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을 정精을 저장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은 정액을 비롯하여 사람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근본적인 물질을 말합니다. 정이 있어야 모든 장기와 기관들이 조화롭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장이 귀를 주관한다는 말은 귀의 생김새, 즉 귀의 크기와 색깔, 위치, 상태에 따라 신장의 건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는 귀는 작으면서 단단하고 힘이 있어야 좋다고 말합니다. 귀가 작으면 신장도 작고 신장이 작으면 내장의 여러 기관들이 편안하고 잘 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귀가 크면서 단단하지 못하고 힘이 없는 사람은 신장이 약하므로 조금만 피곤해도 중이염, 귀울이증耳鳴, 허리 통증이 오고 뒷목과 어깻죽지가 불편하고 통증을 느끼며, 어지럼증도 호소하고 헛배가 부르며 소화가 안 됩니다. 겁이 많고 마음이 공연히 초조해지기도 하고,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귀는 위치상 하악골mandibula 앞에 단정하게 붙어있어야 신장 또한 단정하고 건강합니다. 하악골을 아래턱뼈라고도 하는데 유아기에는 좌우 두 개의 뼈로 되어 있으나, 후에 중앙부에서 유합하여 한 개의 뼈로 됩니다. 말굽 모양으로 구부러졌는데 다른 뼈와 떨어져 있으며 이 뼈 위에 아랫니가 박혀있습니다. 귀가 너무 올라붙어 있으면 신장도 제 위치보다 높이 붙어있어 병이 생긴다는 것이 조성태의 주장입니다. 신장이 높이 붙어있으면 등과 척추가 아파서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귀가 아래로 처진 듯 내려붙은 사람의 신장은 제 위치에 비해 아래로 내려붙어 있어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고, 아랫배와 옆구리, 허리 쪽으로 돌아가면서 통증이 생기는 호산증狐疝症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위장이 좋지 않아 소화가 잘 안 되고, 가슴에 통증을 느낄 때도 많으며, 어깻죽지가 아프면서 신경질을 잘 냅니다. 그리고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오슬오슬 한기를 느끼면서 아프고, 땀이 많이 납니다.
귀의 색깔은 맑고 윤택해야 좋습니다. 귀가 유난히 붉어지는 것은 신장에 열이 있다는 표시이고, 귀가 검은 것은 신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이마와 광대뼈 부위도 검게 됩니다. 귀가 가렵거나 귓속에서 매미 우는 소리나 북을 치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 신장의 기능이 저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몸속에 피가 부족한 경우일 수도 있고 기가 허하거나 습이 쌓였거나 간에 열이 많아도 같은 현상이 생기므로 여러 가지 원인들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과로하거나 오랫동안 설사하거나 중병을 앓고 났을 때, 성생활을 지나치게 했을 때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귓병을 앓게 됩니다. 이는 신장의 정기가 부족하여 음陰이 허해졌기 때문에 몸속의 화를 제대로 억누르지 못해 생기는 것입니다. 이때 귀가 가렵거나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속히 치료해주어야 합니다.
조성태는 왼쪽 귀냐 오른쪽 귀냐에 따라서 귓병의 원인이 다르다면서 귓병이 왼쪽 귀로 오는 것은 대체로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특히 여자들은 기가 쉽게 울체되어 마음에 화가 많이 쌓이므로 왼쪽 귀를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에 남자들은 오른쪽 귀를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남자들이 체력 소모가 심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른쪽 귀가 잘 아프다는 것은 체력이 떨어지고 몸의 기운이 다했다는 표시입니다. 성생활을 지나치게 했을 때에도 체력 소모로 인해 오른쪽 귀에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예방 차원에서 말하자면 손으로 귓바퀴를 자주 비비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귓바퀴를 단련시키면 신장의 기능이 좋아지고 신장이 좋아지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것이 조성태의 주장입니다. 신장의 이상이 귀로 나타난다는 것은 공감하기 쉽지만, 귀를 단련시켜 신장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