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藏象
『주역周易』은 이렇게 말한다. “역은 상象이다. 상은 본뜨는 것象이다.” 상(象)은 본뜨는 것像이다. 상(象)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괘상(卦象, 괘 부호 체계), 물상(物象, 만사만물의 형상), 의상(意象, 사람에 의해 추상화되고 체현된 의미 부호), 취상(取象, 괘상으로 만사만물을 비유하거나 만사만물 중에서 괘상을 유추해내는 것)이다. 괘상, 물상, 의상은 명사이므로 象으로 적고 취상은 동사이므로 像으로 적는다.
『주역』은 어던 의미에서 괘상에서 물상에 이르고, 물상에서 의상에 이르는 두 방향의 도출 혹은 비유 과정이다.
한의학과 기공氣功에서 사용하는 사유도 『주역』과 마찬가지로 상사유象思維로, 한의학에서는 장상藏象, 맥상脈象, 증상證象, 음양의 상, 오행의 상 등을 중시한다. 기공氣功에서 말하는 氣도 일종의 象이다. 象에는 유형인 형상形象과 무형으로 단지 느낄 수만 있는 意象이 있다. 象은 부호나 모형으로 바꿀 수 있다.
동양 생명과학의 기초로 불리는 장상藏象의 의미는 내장외상(內藏外象)이다. 藏과 象은 하나는 안에, 하나는 밖에 있으면서 안팎이 상응하며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장상藏象은 내부의 장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상계통象系統이다.
장상藏象은 부호이자 모형이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내장계통은 해부학상의 실질 장기를 가리킨다. 이것은 혈육의 오장五臟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말하는 장부계통은 혈육의 오장이 아니라 일종의 사유모형이다. 그 안에 물질적인 기초가 있기는 하나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기능의 조합이다.
한의학의 오장 즉, 심(心), 간(肝), 비(脾), 폐(肺), 신(腎)은 서양의학의 심장, 간장, 비장, 폐장, 신장과 같지 않다. 한의학의 오장은 실질 장기가 아니라 심기능계통, 간기능계통, 비기능계통, 폐기능계통, 신기능계통을 가리킨다. 심(心), 간(肝), 비(脾), 폐(肺), 신(腎)은 단지 다섯 기능계통의 부호 혹은 코드에 불과하다.
중국인은 일찍부터 동태적 기능을 중시하고 실체의 구조를 경시했다. 비록 형상이 일치하지 않고 구조상 관련이 없을지라도 같은 기능이나 성질을 지닌 장기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같은 부류로 묶었다. 예컨대 심장이 뛰면 맥박도 뛰고, 혀끝과 얼굴빛에서도 심장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들을 한 부류로 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