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질서는 우월주의 이데올로기

 

 

 

쿠틉은 『진리를 향한 이정표Ma'alim fi al-Tariq』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먼저 평화의 집 전역에 걸친 알라 신의 신정질서를 주문했다. 이 신정질서는, 세계에서 우월한 이슬람교의 영향력 아래 세계평화로 이어지는 이슬람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슬람교가 쇠퇴하고 서방세계가 부상한 이후, 세계를 몰락의 길로 인도할 자힐리야jahiliyya(이슬람교 이전의 무지로 불신앙과 동일함)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슬람교의 세계 혁명” 의 일환으로 지하드를 감행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종교적 의무farida(파리다)이다. 이 같은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는 이슬람주의의 국제주의뿐 아니라 정치질서의 시각에도 담겨 있다.
이슬람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러한 사상이 이슬람세계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무슬림은 쿠틉의 사상이 강력하다는 점을 잘 알기에 그런 의문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교 원리주의의 권위자인 록산느 오이벤에 따르면 “쿠틉의 명성은 누구나 인정한 사실인 듯싶으며, … [그의] 영향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영향력은 알카에다 같은 지하드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터키의 AKP를 비롯한 제도적 이슬람주의 조직37에까지 확대된다. 나는 중동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이를테면, 서아프리카와 중앙 및 동남아시아 등) 이슬람세계 전역을 두루 다녀본 후, 현재는 유럽에 살고 있다. 이 모든 곳에서는 쿠틉의 저서를 찾고 싶으면 어느 서점이든 가면 된다— 십수 권 정도는 구비해둔다. 서점에서 팔릴 만한 책을 주문하려면 단연 쿠틉의 저서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요컨대, 이슬람교 원리주의 이데올로기의 이원적 세계관(무슬림과 이단)에는 서방세계의 억압에 맞선 분쟁과 신정질서를 추구하는 세계의 혁명이 수반된다. 이 같은 이원성의 특징은, 이슬람주의 서적에 분명히 드러나 있듯이, 그들이 서방세계에 집착한다는 점에 있다. 쿠틉과 알반나 및 알카라다위의 저서를 보면 이분법적 사상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원적 세계관이 세속적 그리고 종교적 개념의 질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념의 전쟁을 대변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슬람교의 이원성은 국제안보의 문제와도 관계가 깊
다. 다양한 종교적 원리주의가 정치사상의 보편성을 주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이 이슬람세계의 민족을 전 인류와의 투쟁에 가담시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비이슬람주의 무슬림은 비교문화적 접근방식으로 공통된 가치관을 찾아 문명의 간극을 메움으로써 “문명의 충돌” (유명 서적의 제목처럼)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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