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이슬람주의 이데올로기

세계 곳곳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지역적 조직은 잊은 채, 대규모 조직을 세계화의 관점에서만 보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사실, 이슬람 전통은 공통분모가 있는, 다양한 지역적 전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슬람주의는 혁명적 국제주의 운동가의 모습을 띤 기동성 세력의 방어 문화가 표출된 것이다. 현지의 전통 동향과 범세계적 이슬람주의 조직은 서로 소통하고 있다. 종교는 사회적 현실에 내재되어 있긴 하나 이를 반영하면서도 독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정치적 이슬람교”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의 연관성을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 이슬람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이슬람답지 못하다” 고 치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사실, 이슬람주의란 이슬람교의 원리주의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
이슬람주의의 정치적 아젠다는 57개국과 세계에서 다수 및 소수 민족으로 사는 17억 무슬림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아니다. 비이슬람주의 무슬림에게는 이슬람교의 무슬림 공동체에 든다는 것이 “신앙인 공동체” 의 일원이라는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1장에서 나는 이슬람주의의 움마사상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상상의 공동체” 를 언급했는데, 이슬람주의의 세계관은 전 인류와 구별되는 총체적인 “우리” 개념을 장려하기 위해 움마를 정치에 합류시킨다. 이 정체성 정가 이슬람주의를 조성하고 현지와 지역적, 세계적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슬람주의가 종교를 정체성의 표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단일 이슬람교가 있다는 주장을 연상하게 한다. 이는 이슬람교를 제외한 세계에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이슬람주의의 정체성 정치는 화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이 꾸며낸 전통 중 일부는, 인류를 이슬람교의 세계질서로 유도하는 단일 조직으로 전 무슬림 공동체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에서 읽을 수 있다. 이 비전의 원류는 사이드 쿠틉의 저작에서 비롯된다19. 66년에 처형된 쿠틉은 살아생전 자신의 비전이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비전을 구현하는 데 도입될 수단을 두고 이슬람주의 내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러나 기성종교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Salafists(살라피스트들)은 지하디스트들을 비난할 때 세계관은 배제한 채, 관행에만 반대했다. 존 켈세이는 최근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주창한 무력적인 비전은 그를 비판한 자들의 비전이기도 하다. …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수단은… 잘못되었으나… 해결책이 이슬람 지도부를 확립한다는 데 있다는 판단에는 상충하지 않는다. … 무력의 문제는 단순히 전술에 있다기보다는 이슬람 지도부의 개념에 있다.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주의에도 견해의 일치와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슬람교의 정치화와 이슬람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연구할 때에는 “다양성 내에서의 통일” 을 거론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그것들의 공통분모는 이슬람 지도부 개념이고, 최근 불거진 이견은 폭력과 관계가 깊다. 이슬람주의를 창시한 하산 알반나는 폭력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그는 고전 지하드를 지하드운동으로 변모시켰으나, 정치적 이슬람교의 정신적 지주인 사이드 쿠틉은 지하드를 이슬람교의 세계질
이슬람주의와 정치질서를 이룩하기 위한, “이슬람의 세계 혁명” 으로 처음 해석했다. 혁명의 첫 단계인 “이슬람국가” 개념은 기존의 평화의 집dar al-Islam(다르 알이슬람)이라는 영토에 국한되지 않고, 세속주의에 도전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에까지 확대된다. 이슬람주의자들의 발상에 따르면, 유럽은 이슬람 영토권dar al-shahadah(다르 알샤하다)으로 간주된다. 샤하다란 이슬람교의 신앙고백으로, 알라 신
께 순복하고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충성하겠다는 서약을 일컬으며, 이슬람교의 다섯 기둥 중 첫 번째에 해당하고, 정치적 논쟁이 아닌 이슬람교의 신앙과 관계가 깊다. 다르 알이슬람을 다르 알샤하다로 수정한 인물이 타리크 라마단이다. 이 개념은 이슬람교의 확장을 가리키며 이슬람주의 프로젝트의 일환28으로 유럽을 재편하려는 야심을 담고 있다. 라마단은 이슬람 영토권을 유럽에 적용29함으로써 2,300만 무슬림 이민자를 위해 이슬람교의 “반체제 문화” 를 제안했다. 이는 무슬림 이민자들을 유럽 시민에 통합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의 종족화를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