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지와 사랑)

 

 

 

 

인터넷 표절

 

인터넷 표절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알다시피 인터넷에는 미리 작성된 리포트나 철학 에세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사이트가 있다. 그런 사이트의 개설자들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운영현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단순히 힌트를 얻고자 그런 사이트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표절로 의심받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 언제나 자료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안전하다. 에세이 채점자들은 학생들이 복사했거나 의심스런 자료를 찾아내는 아주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동일한 출처의 자료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오려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과제물을 제출하고 점수를 따는 데만 연연하면, 철학공부의 취지를 완전히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표절, 풀어쓰기, 설명의 다섯 가지 사례
사례 1

만약 회의론자가 옳다면, 우리 모두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떨어져 있다. 우리는 저 밖의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나무, 집, 고양이, 개, 산, 자동차 따위가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을 까닭이 전혀 없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할 이유도 전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이 세상과 사람들은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논평

이 글은 스티븐 로의 철학 입문서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The Philosophy Files』(London: Orion, 2000, p. 53)의 내용을 아무 말 없이 직접 인용한 것이다. 이 글과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의 내용이 서로 다른 점은 원서에는 이 부분 뒤에 두 개의 논평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글은 인용부호를 표기하지 않았고 출처를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명백한 표절이다.

사례 2

회의론자가 옳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외부 세계와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떨어져 있다. 우리는 저 밖의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나무, 집, 고양이, 산 따위가 있다고 믿을 까닭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세상과 사람들이 단지 가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논평

첫 번째 사례와 달리 노골적인 형태의 표절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표절이다. 원서 내용을 슬쩍 풀어쓰고는 있지만, 글의 짜임새, 문장구조, 보기 등이 원서와 흡사하다. 게다가 원서 출처를 밝히지도 않았다. 군데군데 슬쩍 다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표절의 혐의를 피하려는 것은 철학적으로 전혀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다.

사례 3

스티븐 로는 회의론이 옳다면 “우리 모두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나무, 집, 고양이, 개, 산, 자동차 따위가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을 까닭이 전혀 없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믿을 까닭도 전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 “이 세상과 사람들은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논평

인용출처는 밝혔지만 단지 인용문을 잡다하게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어떤 구절에는 인용부호가 있지만, 다른 구절에는 인용부호가 없다. 표절 혐의를 받지는 않겠지만, 원서의 내용을 적절히 요약하지 못했으므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저 원서의 주요 개념을 앵무새처럼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철학 에세이에는 대체로 일정한 분량의 요약과 설명이 포함된다. 하지만 요약은 단순히 종이를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원서의 내용을 요약할 때는 어느 정도의 설명이 뒤따라야 하고, 되도록 원서의 사례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사례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사례 4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에서 스티븐 로는 회의론을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의미심장한 방식으로 떨어져 있다. 우리는 저 밖의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나아가 그는 회의론자는 타인의 존재를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타인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오해일지 모른다. 사실 우리는 입체화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타인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타인의 말을 듣고 냄새를 맡는 듯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가상현실기계에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논평

이것은 전혀 표절이 아니다. 우선 스티븐 로가 언급한 개념을 적절히 요약하고 설명한다. 또한 인용출처를 밝혔고, 우리가 가상현실기계에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사례 5

우리는 흔히 대부분의 시간에 우리 각자의 감각으로 인식하는 세계가 존재하고 사실상 그렇게 보인다고 확신한다. 회의론자들은 이와 같은 자기만족에 도전한다. 그들은 우리가 벽, 탁자, 의자, 발, 금붕어 같은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그렇지 않다고 믿을 만한 이유보다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세상 모든 것이 허상일지도 모른다.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회의론자들은 우리가 경험으로 여기는 것이 실제로는 우리를 조종하는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것일지 모른다고 여긴다. 단지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매우 정교한 가상현실기계에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요컨대 회의론자의 관점에서는 사물이 겉보기와 동일하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보다 많지 않다.

논평

스티븐 로가 책에서 제시한 견해와 동일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지만, 굳이 그의 책을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성자가 스티븐 로의 견해를 확실히 이해하고 완벽히 소화한 점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원래의 출처를 언급하는 편이 안전하고, 그래야 표절로 인해 처벌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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