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수행의 패러독스


 

 

 

천국으로 가는 매 발걸음마다 천국이다.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St. Catharine of Siena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이 친구들을 속인 일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울타리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는 일이 싫어서 톰은 친구들에게 자기는 페인트칠이 아주 좋아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톰은 자기가 직접 울타리를 칠하지 않으면 아주 큰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친구들에게 마지못해 일을 맡기는 척했다.
톰 소여는 자신이 친구들을 속인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은 사실 즐겁게 페인트칠을 했다. 정작 그 즐거움을 빼앗긴 사람은 톰이었다. 울타리를 칠하는 일은 즐거울 수도 있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다. 그것을 단순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로 생각한다면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든 순간을 놓치고 만다. 그렇지만 페인트칠이 어떤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매 순간 즐겁게 울타리를 칠할 수 있다. 현재의 순간을 살아갈 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값진 순간이 될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즐기고 그 안에 있는 고유한 즐거움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견뎌야만 하는 순간으로 여기는 대신 모든 활동에서 즐거운 면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텔레비전 보기 전에 내가 이 빨래를 마쳐야만 해” 하고 말하는 대신 “빨래하는 걸 즐기고 있는 중이야” 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이메일을 즐겁게 읽고 있어”라거나 “전화 응답을 즐기고 있어” 또는 “출근 길 운전을 즐기고 있어” 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말은 현재 일어나는 일을 부인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현재 순간의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새로운 체험의 문을 열기 위해서다. 명상을 즐기는 법을 배울 때와 같은 자세를 일상으로 옮겨와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일어나는 일을 깊게 의식해보라.
같은 새소리를 들어도 마음가짐에 따라 아무 느낌 없이 흘려들을 수 있고 혹은 기분 좋고 아주 멋진 소리 또는 놀랍기까지 한 소리로도 들을 수 있듯이 일상에서 겪는 모든 무덤덤하고 불쾌한 일도 즐길 수 있다.

 

 

● ● 수행의 패러독스

보기에 따라서는 마음을 챙기고 행복하게 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쉽다. 또한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사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 이 패러독스의 양면을 상기한다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은 쉽다
우리는 수행의 쉬움을 기억해야만 한다. 근본적으로 수행은 현재의 순간을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행은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찾거나 싫어하는 것에서 도망치는 대신, 현재에 충실하고, 이미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 순간 눈이 녹아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들린다. 아래층에서는 일꾼들이 작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컴퓨터 앞에 앉아 타이핑하면서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커피는 식어버렸지만 여전히 맛있다. 나는 건강하다. 편안하게 앉아 있다. 추운 1월이지만 나는 편안한 따뜻함을 몸으로 느낀다. 대체로 멋진 순간이다.
나는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다르게 느낄 수도 있었다. 체험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대체 저것들이 언제 일을 끝낼 셈이야?” 하고 안달하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나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듣기 싫었을 것이다. 내 몸이 따뜻하고 편안함을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피는 왜 이리 찬지 컴퓨터 키보드는 또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불평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달렸다.
이런 의미에서 마음을 챙기고 행복하게 사는 일은 단순하다. 그저 마음을 챙기고 마음을 열면 된다. 수행은 편안함 그 자체다. 이러한 사실을 기억할 때 나는 마음을 챙기고 매 순간에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매 순간이 살아 있는 소중한 체험이 되는 셈이다.
마음을 챙기고 마음을 여는 건 현실을 거부하고 맞서 싸우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하다. 그냥 마음을 열고 일어나는 일들을 즐긴다는 점을 명심하면 모든 일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기억하고 순간에 충실하며 깨어 있으면 된다. 임제 선사(867년에 입적)는 이렇게 설명했다.


불법에는 애써 노력할 일이 없다. 그냥 평상시처럼 행동하라. 특별할 것이란 없다. 평소처럼 똥 누고 오줌 누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누우면 그뿐이다. 어리석은 자는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자라면 알 것이다. …… 그대가 이르는 곳마다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여긴다면 그곳이 참된 곳이다. 어떤 경계가 다가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설령 습기習氣(습관 에너지)가 오무간업五無間業(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 가지 죄업)을 짓더라도 저절로 해탈의 큰 바다로 변할 것이다. (Watts 1957, 101)

 

이런 의미에서 수행은 쉬운 것이다. 우리의 본성을 알아 거스르지 않고 따르면 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가장 쉬운 일이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큰 용기를 얻을 것이다.

 

수행은 어렵다
그렇지만 또 다른 면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는 임제 선사의 명령보다 더 어려운 건 없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는 순간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마음을 챙겨 순간순간을 알아차리라는 가르침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그 가르침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방해물, 우리를 좌절하고 걱정하게 만드는 많은 어려운 일들, 마음챙김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주변에 너무도 많다. 마음을 챙기려고 해보지만 마음은 이내 딴곳에 가 있다. 처음에는 마음을 챙기기도 전에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한다. 마음을 잡아보지만 곧바로 산만해져서 때로는 한 번 숨 쉴 동안에도 집중하기 어렵다.
강제성과 완벽주의가 명상을 방해한다. 산만해졌다가 다시 마음챙김으로 돌아오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하던 방식대로 명상을 하려고 할 때이다. 우리는 마음챙김을 성취하기를 원한다. 마음챙김에 아주 능숙해지기를 원한다. 이럴 때 자아라는 개념이 끼어들어 우리는 현재 순간의 행복을 이루어내야 할 또 하나의 목표로 여기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