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의학形象醫學이란 무엇입니까?

 

 

한의학은 보통 증상과 맥을 위주로 진단이 이뤄집니다. 우리나라 한의학의 고전인 <동의보감東醫寶鑑> ‘내경’편에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귀가 든든하면 신장도 든든하고 귀가 얇고 든든하지 못하면 신장도 연약하다. 귀가 앞에 있는 하악골下顎骨(아래턱뼈mandibula) 부위에 잘 붙어있으면 신장의 위치와 모양이 똑바르고 한쪽 귀가 올려 붙었으면 한쪽 신장이 쳐져 있다.

 

<동의보감>이 쓰인 때와 그 이전에는 사람의 형색形色을 보고 병을 진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목구비耳目口鼻의 하나인 귀가 오장육부五臟六腑 가운데 신장 혹은 콩팥kidney의 상태를 반영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아래쪽 배의 등 부위에 쌍으로 위치하는 콩팥은 노폐물을 배설하고 산염기 및 전해질 대사 등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중요한 장기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쪽 콩팥의 총 무게는 전체 체중의 약 0.4%에 지나지 않지만 콩팥의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소실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동의보감>은 형색을 보고 한쪽 귀가 올려 붙었으면 한쪽 신장이 쳐져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산芝山 박인규朴仁圭(1927~2000)는 <동의보감>을 형상의학形象醫學이라는 새로운 이론의 틀로 재해석했습니다. 형상의학은 사람의 형상을 보고 생리병리를 규명하여 치료에 응용하며 나아가 양생법을 찾는다는 이론입니다. 해방 후 민청에서 일하던 중 사상범으로 몰려 9개월간 복역하면서 독립운동가 김남철을 만나 그에게서 주역周易과 선도술仙道術을 배웠습니다. 그의 형상의학에 역학적 색채가 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1971년에 한의사가 되었고, 1976년에 대한정통한의학회를 만들어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 단체는 1981년 그 명칭을 대한형상의학회로 바꾸었습니다. 2000년 6월에 다시금 대한형상의학회로 개칭했습니다.

박인규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모두 7권에 걸쳐 쓴 <지산선생芝山先生 임상학특강臨床學特講>을 남겼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오장과 연결시켰습니다. 귀를 신장으로, 눈을 간으로, 입을 비위로, 코를 폐로, 혀를 심장과 이어지는 신체 부위로 연결시켰습니다. 형색으로 오장육부의 상태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콧구멍이 유난히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환자는 방광이 좋지 못한 증거이므로 “어릴 적에 소변을 늦게 가리셨지요? 요즘에도 많이 피곤하면 소변 실수를 하실 대가 있지 않습니까?” 하고 묻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들이 말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았을까 하고 놀라워한답니다.

한의학에서 행하는 진료는 환자의 생긴 모습形, 얼굴빛과 피부색色, 맥脈의 상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症입니다. 많은 한의사들이 맥의 상태에 치우쳐있는데 형상의학은 사람의 형색을 진료에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진맥을 하거나 환자로부터 호소하는 증상을 듣지 않아도 형색으로 환자의 병증病症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상의학은 관상학physiognomy과는 다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관상학觀相學은 생김새를 가지고 그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나 운명을 점치는 반면 형상의학은 질병을 치료하고 보양保養을 목적으로 형색을 살피는 것입니다. 관상학에서는 귀가 크고 귓불이 축 늘어져있는 것을 좋은 상으로 보지만 형상의학에서는 귀가 큰 것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귀가 크면 신장 또한 큰데, 신장이 크면 허리가 잘 아프고 나쁜 기운에 상하기 쉬우므로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여깁니다. 귀는 작으면서 단단해야 좋다고 말합니다.

형상의학에서는 입술이 크고 힘이 없으면 비장이 약한 것으로 보고, 피부색이 희면 폐 기능이 약한 것으로 보며, 지나치게 비만이면 습濕에 약하므로 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고, 눈가의 주름은 마음이 허한 것으로 보며, 콧등의 주름은 간이 허한 것으로 봅니다. 형상의학에서는 관골(광대뼈)이 나온 사람을 뼈가 굵은 체질로 봅니다. 뼈가 굵은 사람은 원래 타고난 골격이 튼튼하므로 강단이 있으며 웬만한 일에는 그다지 힘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열심히 일하는 편이며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과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뼛골 빠지게 일합니다. 뼈가 굵은 사람은 뼛골 빠지게 일하기 때문에 뼈 쪽으로 병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한번 병이 오면 쉽게 고치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체질이 오히려 병이 되는 경우입니다.

‘골골팔십’이란 말이 있습니다. 형색形色으로 보아서 몸이 약한 사람인데 약한 몸을 보충하여 살기 때문에 더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이와 반대로 매우 건강한 사람들 가운데 요절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강하기 때문에 과로, 과식, 과음을 하기 때문에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형색을 역이용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형색을 스스로 보고 취약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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