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지와 사랑의 신간 <법왕 달라이 라마> 중에서

기로에 선 과학: 불교의 명상 전통
저는 뇌과학자, 심리학자들과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정서의 성격과 역할, 주의력, 심상과 더불어 뇌의 유연성에 관해 대화함으로써 많은 통찰을 얻었습니다. 뇌과학과 의학 연구에 의해 단순한 물리적 접촉이 출생한 지 몇 주 되지 않은 아기의 뇌 성장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분명히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연민과 인간의 행복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이 강력하게 증명된 셈입니다.
과학의 급성장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이 크게 진보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뇌와 신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생물 유기체의 작용을 다루는 유전학, 뇌과학(신경과학) 분야의 신지식이 출현하면서 개인의 상세한 유전자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그 결과 예기치도 않게 생명의 암호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났고, 따라서 인류의 현실이 완전히 새롭게 전개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오늘날 과학과 인간의 연결점을 확대시키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학문적인 관심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인간 존재의 운명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이 절박하게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대화의 필요성
그래서 저는 뇌과학과 사회 간의 대화는 대단히 유익하리라고 봅니다. 그로 인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지각 있는 중생과 공유하는 자연계에 대한 책임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가운 소식이 있는데, 이러한 연결점을 확대하는 가운데 일부 뇌과학자들이 불교의 명상 수련에 큰 관심을 갖고 우리와 깊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에 대한 관심 증대
과학에 대한 저의 관심은 티베트에서 성장한 장난꾸러기 소년의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현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구체적인 과학 사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을 통해 새롭게 발전한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더욱더 널리 활용하는 방법도 탐구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아원자 물리학, 우주학, 생물학, 생리학의 영역을 탐구했습니다. 저에게 너그럽게 시간을 내준 카를 프리드리히 프라이헤어 폰 바이츠제커Carl Friedrich Freiherr von Weizsacker(1912~2007)와 데이드 조셉 봄David Joseph Bohm(1917~1992)에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두 분 모두 양자역학의 스승들이었고 생물학 분야, 특히 뇌과학은 고인이 되신 로버트 리빙스턴Robert Livingstone과 프란시스코 바렐라Francisco Varela로부터 배웠습니다. 또한 영광스럽게도 마음과 삶 협회Mind and Life Institute가 후원한 콘퍼런스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눈 수많은 저명한 과학자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이 협회는 1987년 제가 거주하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마음과 삶 콘퍼런스’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콘퍼런스는 수년 동안 지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불교 수행승이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다음과 같이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불교 수행승이 과학에 그렇게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뭡니까?” “불교, 고대 인도의 철학, 정신적 전통, 현대 과학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뇌과학과 같은 과학 지식과 불교의 전통 명상 수련을 접목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불교의 명상 전통
불교의 명상 전통과 현대 과학은 서로 다른 역사적, 지적, 문화적 바탕에서 발전했지만, 내심 저는 이 두 전통이, 특히 기본 철학관과 방법론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인 면에서 불교와 현대 과학 모두 절대적인 개념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초월적 존재이든 영혼이나 현실의 기초적인 기층과 같은 영원하고 불변한 원리이든 간에 말입니다. 불교와 뇌과학은 진화와 우주의 탄생을 인과의 자연법칙에 의한 복잡한 상호관계로서 설명하기를 좋아합니다.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두 전통은 경험론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불교의 탐구 전통에서는 지식의 근원을 ①경험, ②이성, ③증거라고 인식합니다. 그중 경험을 가장 우선시하며 그 다음이 이유, 증거 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