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주고 병 준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약 주고 병 준다”는 말은 약medicine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병도 된다는 뜻입니다. 약이란 꼭 필요할 때에 써야 하지만, 실제로 병을 낫게 하는 건 약이 아니라 자기의 몸입니다. 어떤 종류의 약이라도 부작용이 있으므로 약을 멀리 해야 합니다. 인류가 만든 약 가운데 신비의 약으로 평가되며 해열진통제, 항염증약, 항류마티즘의 치료에 사용되는 아스피린aspirin도 위벽 손상, 혈액응고 지연, 적혈구 파괴, 생리시 출혈 증가, 분만 지연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약이 곧 독이기 때문입니다.
약효는 물리화학적 성질을 응용하는 방법입니다. 위염gastritis이나 위궤양gastric ulcer일 때에는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胃酸이 오히려 제 세포를 자극하고 해를 주기 때문에 제산제antacid를 사용하게 되는데, 제산제는 모두 알카리성 물질로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위염에 대한 정의 가운데 하나는 내시경에서 위궤양, 식도염 등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소화불량 증상들을 모두 일컫는 비궤양성 소화불량non ulcer dyspepsia이며, 또 하나는 위내시경에서 육안으로 관찰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위장 조직의 점막에서 염증세포가 발견되며, 그 원인을 규명한 경우입니다. 의학적인 정의로는 후자, 즉 위내시경 혹은 위장 점막에서 염증이 증명된 상태가 위염입니다. 위장 점막이 흡연, 스트레스, 약제,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악성종양 등에 의해 손상되어 가장 표면에 있는 점막층보다 깊이 패이면서 점막근층 이상으로 손상이 진행된 상태를 위궤양이라 합니다. 흔히 소화성 궤양과 동의어로 쓰이는데, 소화성 궤양은 점막을 보호하는 방어인자와 점막 손상을 유발하는 공격인자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궤양을 말하고 대개 재발과 자연적 치유를 반복하는 경과를 보입니다. 십이지장 궤양과 달리 위궤양은 악성종양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위궤양을 단순 소화성 궤양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식도를 통과하여 위장에 도착한 음식물은 위산에 의해 잘게 부서진 형태로 작은창자로 진행되어 영양분으로 흡수되므로, 필연적으로 위장은 위산, 각종 소화효소, 담즙, 복용한 약물, 알코올 등 세포를 손상시키는 공격인자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공격요인에 대해 생체 내에서 여러 단계의 방어요인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러한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깨질 때 위장의 점막이 손상되고 궤양을 일으키게 됩니다.
양성 궤양인 소화성 위궤양의 원인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진통제 복용, 흡연 등이 대표적이며, 이 중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십이지장 궤양에서는 위산분비가 많아져서 궤양이 발생하지만 위궤양에서는 위산분비가 증가하지 않아도 궤양이 발생하는 것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산분비(공격인자)가 증가하는 것보다 위장 점막의 병적인 변화에 의한 방어인자의 감소가 위궤양 발생에 더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진통제(해열, 진통, 소염제)에 의해 위궤양이 발생하는 기전은 약물이 위장 점막에 직접 닿아서 자극을 일으키거나 또는 위장 점막 세포층의 재생과 기능을 조절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물질의 생성 과정이 진통제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에 위장 점막이 손상되어 궤양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흡연은 위장 점막세포의 재생과 점막하 조직의 혈액순환 등에 장애를 가져오므로 궤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약은 생체 내 효소酵素의 작용을 억제하여 그 약효가 나타나게 하는데, 물질의 중간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세포는 끊임없이 활동하며 세포 하나하나는 120∼200일을 주기로 재생됩니다. 세포의 재생은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나뉘는 세포분열에 의한 것으로 신진대사의 기본이 됩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에는 먼저 중심이 되는 기관인 핵이 두 개로 나눠집니다. 이 핵 내의 물질이 산성을 띠므로 핵산nucleic acid이라 합니다. 핵산은 핵단백질의 비단백 부분으로서 세포 속에 들어 있는 본질적인 성분입니다. 핵산에는 DNA(desoxyribonucleic acid)와 RNA(ribonucleic acid)라는 두 종류가 존재합니다. DNA는 신체의 설계도이며, RNA는 DNA의 설계도에 근거하여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을 모아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합니다. 우리는 이들 핵산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약 중에는 가자 대사물을 이용하여 세포를 속이는 것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핵산RNA 합성에는 핵산을 구성하는 염기로 피리미딘의 유도체이며, RNA에 존재하는 우라실uracil이 필요한데,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이라는 우라실과 유사한 물질을 투여하면 암세포들이 그것을 우라실로 알고 암세포의 핵산 합성에 사용하게 됩니다. 플루오로우라실은 결장암, 직장암, 유방암, 위암, 간암, 췌장암, 난소암, 자궁암 등에 사용됩니다. 암세포는 가짜 물질을 정상세포의 대사물질로 오인하고 이용하기 때문에 핵산 합성이 되지 않아 세포분열을 일으키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죽게 됩니다. 그런데 이 물질은 오히려 핵산 합성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즉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해를 입는 것입니다. 항암제를 투여하면 체중이 줄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바로 항암제의 부작용입니다.
모든 약은 부산물이 생성되어 정상세포의 세포막을 공격하게 됩니다. 약을 먹으면 몸에서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약의 부작용인데 페니실린 쇼크의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페니실린을 처음 맞았을 때에는 부작용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 주사된 페니실린이 항원으로 작용하여 몸속에 면역체인 항체가 생기고, 두 번째로 그 주사를 맞으면 항원과 항체가 반응하여 몸에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면 호염기성好鹽基性 백혈구에서 장내에서의 생리작용 조절과 신경전달물질로서의 작용뿐만 아니라 국소적인 면역반응에 관련된 생명활동에 필수불가결한 아민인 히스타민histamine 등이 분비되어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며, 두드러기가 생기고 기도가 막히기도 합니다.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