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 이슬람세계에 대한 오해와 이해
바삼 티비 지음, 유지훈 옮김 / 지와사랑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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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주의와 이념의 전쟁

 

 

동양주의라는 말은 지리적, 문화적 존재로서의 동양을 규명하려는 20세기 일본인이 만든 개념입니다. 단순히 동쪽 바다를 지칭하던 이 용어가 서구를 자각하면서 그 뜻이 변하기 시작해 지리와 문화 영역의 동일한 개념으로 굳혀졌습니다. 19세기 중반에는 동양이라는 이상적인 문화공간에 대한 모호한 개념으로 사용되다가 20세기에 들어서서 일본의 학자 이노우에 데쓰지로井上哲次郞, 출판사 민유사를 설립하고 조선총독의 요청으로 <경성일보>의 감독을 맡은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 도쿄 제국대학(현재 도쿄 대학)의 교수 시라토리 구라키치白鳥庫吉 등에 의해서 서양에 대한 반대 측면을 표상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동양주의는 현재 서구에서 통용되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의미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원래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東方趣味의 경향을 나타냈던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이나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고정되고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까지 아시아에서의 동양주의는 19세기 말경 서구에 대해 위기를 느낀 일본이 아시아의 연대를 주장하며 내세운 아시아주의에 연원을 둔 용어였습니다.

그 후 아시아의 여러 학자들이 아시아의 문화를 진지하게 다룰 때면 동양주의 라며 비난받기 보통이었습니다.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지와 사랑)의 저자 바삼 티비도 그런 점을 인식했습니다. 티비는 학자를 동양주의자로 비난하는 데에는 사상과 언론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슬람 문화로서의 동양주의를 언급하는 가운데 티비는 이념의 전쟁에 휘말린 혹자가 동양주의를 민주주의와 이슬람주의자들의 지하드운동의 전쟁으로 해석하는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는데,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자로서의 티비는 서양의 학자들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이슬람주의자들의 잘못이 크다면서 그들이 신앙과 불신앙 간의 전쟁을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갈등으로 서양에 비쳐지도록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신앙과 불신앙 간의 전쟁은 본질상 종교적 교리를 둘러싼 싸움일 뿐이며,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갈등이라기보다는 이념의 전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성전聖戰(지하드)을 선포하며 “이슬람세계의 평화를 위한… 이슬람세계의 혁명으로 규정한다. 이슬람교 교리에 근간을 둔 질서를 성취하려면 지하드가 불가피하므로 폭력을 배제한 평화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념의 전쟁에 모티프가 되는 발언입니다.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의 차이 따위는 없으며 오로지 하나의 이슬람교가 있을 뿐이라면서 진정한 신도가 되든가 그렇지 않으면 무슬림도 예외 없이 이슬람교의 원수가 된다는 논리를 폅니다. 이념의 전쟁에는 이런 불신앙을 지닌 사람들을 이슬람혐오증환자Islamophobes로 낙인찍는 무서운 논리가 있습니다. 티비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불신앙을 지닌 사람들을 이슬람혐오증환자로 배격하는 까닭이 종교적 광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이야말로 이슬람주의가 부각되는 데 일조하므로 그들이 벌이는 이념의 전쟁의 적절한 표적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수니파 이슬람주의자들은 이념의 전쟁의 일환으로 “신앙심 없는 자들”을 호도한다는 기만iham(이함) 전술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슬람주의를 해방신학이자 과격한 반세계화운동으로 간주하는 유럽인들 가운데서 은연중에 동맹이 나타나게 되었다. 비티에 따르면 그들은 온건파 이슬람주의자라면 중동 외교정책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 미국의 실용주의 분석가와 반목한 것은 실용주의의 충격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이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포린 어페어스』지의 정책기사가 바로 그런 점을 말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티비는『포린 어페어스』지의 정책기사는 이데올로기와 조직의 정책을 오해한 것이, 무슬림 형제단과의 협력을 지지하는 주장은 조직에 무지하다는 방증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티비는 무슬림 형제단은 폭력으로든, 비폭력으로든 정치적 이슬람교에서 으뜸가는 기둥 가운데 하나였다면서 새로운 이슬람세계의 질서를 표방하는 조직의 이데올로기는 전체주의적인 정치적 아젠다를 철저히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념의 전쟁은 이런 몰이해에서 더욱 과격한 형태로 나탄다는 것이 티비가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에서 주장하는 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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