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할 수 있을까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말은 간사한 기회주의자를 질타하여 하는 말입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말은 먹은 음식물의 양이 충분하지 못할 때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간이 떨린다”는 말은 춥거나 분을 삭이지 못할 때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간담이 서늘하다” “간 떨어질 뻔했다”는 말은 너무 놀랐을 때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간이 콩알만 해졌다”는 말은 불안하고 초조할 때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간장을 녹인다”는 말은 애가 탈 때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간요肝要하다”는 말은 매우 중요한 일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대담大膽하다”는 말은 용기 있는 일을 말합니다.

오른쪽 횡격막 아래의 복부에 위치하여 늑골의 보호를 받고 있는 간肝을 간장肝臟이라고도 하며, 오장육부五臟六腑 가운데 약 1-1.5㎏이나 되는 가장 크고 하는 일이 많은 기관입니다. 간은 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사이를 담관과 혈관이 지나갑니다. 간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대부분이 간세포로서 그 수는 2천억-2천5백억 개나 되며 무수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간장의 구조단위인 간소엽hepatic lobules이 모여 만들어진 간은 크게 좌엽과 우엽으로 나뉘며 우엽이 좌엽보다 훨씬 크고 두껍습니다. 간에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하여 정맥 외에도 문맥이라는 특수한 혈관이 존재합니다. 음식물은 소화기관에 의해 소화, 흡수되어 심장으로 돌아가기 전 대부분의 영양소가 문맥portal circulation을 통해 간으로 들어갑니다. 간은 이 영양소를 사용하여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 저장, 전환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알코올의 대사로부터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고, 쓸개즙을 생산하고 영양소를 저장하고 해독 작용을 하며 배설 및 방어 작용을 합니다. 순환 혈액량의 조절과 물, 전해질 대사 기능 외에도 혈액응고 인자의 생성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는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혈액 속에 함유되어 있는 포도당을 의미하는 혈당blood sugar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은 뇌이고, 혈당이 부족하면 뇌기능이 저하됩니다. 혈당 못지않게 혈장단백질plasma protein이 매우 중요한데, 작은창자에서 흡수된 아미노산은 간에 와서 단백질로 합성되며, 그 중에서도 중요한 알부민albumin이 만들어집니다. 혈장단백질은 혈장에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로, 알부민과 글로불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혈장의 약 7~8%를 차지합니다. 알부민은 간에서 만들어져 몸의 단백질 보급원이 되며, 글로불린은 비타민이나 호르몬, 구리, 철을 운반합니다. 알부민은 생체세포生體細胞나 체액 중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단순단백질로 글로불린과 함께 세포의 기초물질을 구성하며, 동식물의 조직 속에 널리 존재합니다.

간에 병이 생기면 배에 복수腹水가 차는데, 부종浮腫과 동일한 현상으로 혈관의 혈장단백질의 농도가 낮아져서 조직의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부종edema은 신체조직의 틈 사이에 조직액이 괸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때에도 혈관과 조직 사이에는 물이 드나드는데, 간이 단백질 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혈관의 혈장단백질의 농도가 묽어져서 조직의 물이 빠져나오지 못해 배가 절구통 같은 상태가 됩니다. 부종은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많은 내분비기관에서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만들어져 분비되고 있는데, 제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간에서 폐기처분됩니다. 성호르몬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자의 몸에서도 약간의 남성호르몬male hormones이, 남자의 몸에서도 약간의 여성호르몬female hormones이 생성되는데, 자기의 성性과 관계없는 것은 간에서 계속 파괴하여 호르몬의 농도를 조절합니다. 그러나 간암 같은 병으로 호르몬 대사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면, 남자의 경우 여성호르몬을 파괴시키지 못해 고환이 위축되거나 유방이 커지는 여성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쓸개 혹은 담낭gallbladder은 길이 약 7~10cm 정도 되는, 간 아래쪽에 붙어 있는 주머니입니다.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을 농축하고 저장하는 일을 합니다. 쓸개즙은 보통 간에서 생성되고 분비되어 쓸개관(담관)을 통해 샘창자(십이지장)로 배출됩니다. 배출된 쓸개즙은 소화효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지방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쓸개는 쓸개즙을 6~10배 정도 농축시키고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쓸개즙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30분 내에 전부 방출되어 버리고 그 후에는 간에서 분비되는, 농축되지 않은 엷은 쓸개즙이 직접 분비됩니다. 담석증cholelithiasis 등의 질병으로 인해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도 일정 기간의 적응 시기만 겪으면 음식을 섭취하고 생활하는 데는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쓸개와 관련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은 담석증으로 담석증이란 쓸개나 담관에서 발생한 담석과 관련된 모든 증상 및 합병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담석은 담관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로 담낭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즙을 농축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담석이 발생할 수가 있으며 이러한 담석은 쓸개 내에 위치하면서도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쓸개의 벽을 만성적으로 자극하여 만성 담낭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담낭관을 막아 급성 담낭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담석에 의한 증상이 심하거나 급성 담낭염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담석증에 비해서는 드물지만 주로 만성 담낭염을 가진 고령의 환자에서 악성 종양인 담낭암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쓸개집에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골수에서 만들어진 적혈구가 약 120일 동안 산소를 운반하는 짐꾼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고 나면 간이나 비장에서 소멸되는데, 이때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파괴된 물질이 빌리루빈입니다. 이 물질의 농도가 진할 대에는 녹색이다가 묽어지면 누르스름한 색을 띱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빌리루빈은 샘창자로 나가고 마지막에는 음식물과 섞여 똥으로 배설되는데, 똥의 색이 그야말로 똥색이 되는 것은 빌리루빈의 색깔 때문입니다. 간이나 비장에서 생성되는 빌리루빈은 혈관을 타고 콩팥에서 여과되어 오줌으로도 배출되는데, 오줌이 노란색을 띠는 것도 헤모글로빈이 송장가루인 빌리루빈 때문입니다. 간이나 쓸개에 이상이 생겨 쓸개즙의 분비가 되지 않거나 적혈구가 너무 많이 파괴되면 빌리루빈이 몸에 쌓여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되고 피부가 누르스름해지는 황달黃疸이 생깁니다. 황달이 심하면 빌리루빈의 독성 때문에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똥의 색깔이 석회처럼 하얗게 됩니다.

담석증이나 담낭염cholecystitis이 심하며 쓸개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쓸개 빠진 놈”이 되고 맙니다. 담석, 수술 후 협착, 종양 등의 원인으로 인해 완전 혹은 불완전한 협착(관이나 통로가 좁아지는 것)이 발생하여 혈류나 담관을 통해 장내 세균이 담즙 내에서 증식하면서 담낭(쓸개)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급성담낭염이라 합니다. 담석이 지속적으로 담낭벽을 자극할 경우 만성담낭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급성담낭염이 반복되어 만성담낭염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담낭염 환자의 대부분은 급성담낭염의 병력이 없고 비특이적인 통증만 나타나거나 무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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