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혼돈混沌하여 무차별을 의미합니다
서양에서 괴물은 동물이나 인간의 특정 신체 부위를 지나치게 증대 혹은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거나, 동물과 인간의 다양한 부분들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괴물을 형상화하는 데 사용된 요소들을 살펴보면 위대한 어머니 여신의 대표적인 상징 동물인 뱀과 새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뱀의 특성은 위대한 어머니 여신의 대표적인 특성인 땅과 지하세계의 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괴물들은 하체가 뱀이라든가 머리카락이 뱀으로 나타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거대한 괴물 티폰Typhon(티포에우스라고도 함)은 가이아 여신의 가장 어린 아들로 남신이지만 근본적으로 위대한 어머니 여신의 남성적 원리를 객관화한 존재로 종속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티폰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땅 밑 암흑세계의 신 타르타로스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모습은 보통 100개의 뱀의 머리를 가지고 무서운 소리로 울부짖는 괴수怪獸로 알려졌으며, 사나운 격풍激風이라고도 하고 불을 뿜는 거인이라고도 합니다. 굉장한 힘의 소유자로, 제우스의 주권을 침범하려고 천상을 공격하자 제우스가 번갯불을 던져 그를 퇴치했다고 합니다. 번갯불에 타 죽은 티폰의 시체로 인해 에트나 산에 불이 붙어, 불을 뿜는 화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티폰은 사녀蛇女 에키드나Echidna와의 사이에서 키마이라, 히드라, 오르트로스 등의 괴물들을 낳았습니다. 온갖 바람의 아버지라고 전해지는 태풍을 의미하는 영어 typhoon은 티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리스어로 ‘뱀’이라는 뜻의 에키드나는 반인반수의 튀파온Typhaon과 결합하여 수많은 괴물들의 어머니가 되는데 상체는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모습이지만, 하체는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중에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등장하는 수많은 머리가 달린 물뱀인 레르나의 휘드라Hydra와 벨레로폰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자와 염소와 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키마이라Chimaira, 그리고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를 지키는 뱀인 라돈Ladon 등을 낳았습니다.
중국의 전설적인 황제 복희伏羲와 여와女娲의 신화에서도 보듯 두 사람의 머리는 사람이지만 몸뚱이는 뱀이었습니다.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는 거의 모두 머리는 사람이지만 몸뚱이는 뱀입니다. 뱀의 몸뚱이는 혼돈과 무차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신화에서 사람 머리에 뱀 몸뚱이의 발생과 변천은 중국인의 생명본질에 대한 관점, 생사生死에 대한 관점, 성과 생식에 대한 관점과 연관되어 있으며, 마침내 용龍 문화의 형성을 가져왔습니다. 기독교 신화에서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지혜의 과일을 먹었고, 때문에 아담과 이브가 두 사람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수치감의 탄생이 곧 문명의 시작이었고, 이때 인류의 조상은 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낙원은 혼돈混沌하여 무차별을 의미합니다.
뱀 문화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최초 문화입니다. 오직 중국인만이 뱀에서 용龍으로 발전하는 용 문화를 형성했습니다.『주역周易』 64괘卦의 첫째인 건괘乾卦는 용이 침잠沈潛 단계에서 비승飛昇 단계에 이르는 고사를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고통에서 쾌락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뱀은 생식의 신이기도 하고 우레의 신이기도 합니다. 또한 죽음의 신, 물의 신입니다. 용 문화는 문명사회로 들어선 후에 형성된 이성 문화입니다. 실재 존재에서 인조 존재로의 이러한 변형은 혼돈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며, 죽음에 대한 부정이나 희석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뱀의 신성함을 강조하고 이용하면서 뱀의 악마성은 희석시켰습니다. 신화가 퇴색했다는 건 곧 역사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여와는 하루에 70번이나 모습을 바꾸는 신이었는데, 17개의 가느다란 대나무 관대가 통에 동글게 박혀 있는 악기인 생황笙簧을 만드는 예술가와 혼인을 맺어주는 중매쟁이가 되었습니다. 복희 역시 불룩 튀어나온 배를 두들기던 우레의 신이었는데, 거문고를 만들고 결혼제도를 만든 창조자가 되었습니다.
용은 상상 속의 동물로서 뱀과 신을 결합시킨 것입니다. 뱀이 용으로 변한 것은 물이 구름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후한 시대에 허신許愼이 편찬한 자전字典으로 모두 15편인『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용이 춘분에 하늘로 오르고 추분에는 연못 속으로 들어간다고 적혀 있습니다. 용의 형상은 한대漢代에 이르러 더 다양해졌습니다. 용은 신통력이 있는 영물로서 신인神人들이 대부분 용을 타고 다녔습니다. 현존하는 그림들을 보면 사방의 신들은 모두 두 마리의 용을 발로 밟고 있습니다.
용의 원형에 대해서는 뱀 외에도 도마뱀이나 악어로 인식한 경우도 있습니다. 용은 양성陽性이며 선하고 아름다운 동물입니다. 용 문화는 생명을 중시하고 죽음을 멸시하는 경향을 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