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쉰일곱 번째가 손巽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巽 소형小亨 리유유왕利有攸往 리견대인利見大人

진퇴進退 리무인지정利武人之貞

손재상하巽在牀下 용사무분약用史巫紛若 길吉 무구无咎

빈손頻巽 린吝

회망悔亡 전획삼품田獲三品

정길貞吉 회망悔亡 무불리无不利 무초유종无初有終 선경삼일先庚三日 후경삼일後庚三日 길吉

손재상하巽在牀下 상기자부喪其資斧 정흉貞凶

 

첫 번째 효사爻辭는 손巽 소형小亨 리유유왕利有攸往 리견대인利見大人입니다. 손巽(부드러울 손)의 도道는 어린 시절부터小亨 익혀야 하고, 리利의 시절에 나아가며有攸往, 대인을 만나야見大人 이롭습니다利. 겸손하고 공손하며, 아는 것을 버려 무아無我를 얻을 수 있는 경지가 손입니다巽. 손巽의 도道가 실제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려서가 아니라 세상에 나아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입니다. 리유유왕利有攸往은 이처럼 손이 리利의 시절에 나아갈 곳을 얻었다는 의미이자, 손이 나아가 리利를 얻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인과 더불어 도모해야 할 만큼 큰일에는 손의 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진퇴進退 리무인지정利武人之貞입니다. 나아가고 물러가니進退(나아갈 진, 물러날 퇴) 무인의 끝武人之貞이 이롭다利는 말로, 손巽의 태도로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 진퇴進退를 아는 것은 무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입니다. 손巽의 도를 실천한 무인은 진퇴의 시기를 알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이롭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손재상하巽在牀下 용사무분약用史巫紛若 길吉 무구无咎입니다. 손巽이 상 밑에牀下(평상 상) 있으니在, 어지러움에는紛若(어지러워질 분) 사史와 무巫를 써야用 길吉하고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손巽이 상 밑에牀下 있다는 것은 겸손이 지나치다는 말입니다. 너무 겸손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맡아야 할 일을 무작정 고사하는 모양이 손재상하巽在牀下입니다. 사史는 사관士官을 말하는데, 옛날에는 사관들이 제사의 제문을 지어 신에게 고하고 역서曆書를 연구하여 점을 쳤습니다. 무巫는 사관의 점괘에 따라 제사를 지내거나 가무를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둘 다 국가에 어지러운 일이 생기면 동원되는 사람들입니다. 분약紛若은 이렇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일을 말합니다. 이런 혼란과 어지러운 일이 생기면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빈손頻巽 린吝입니다. 찡그리며頻(자주 빈) 공손하니巽 궁색합니다吝. 찡그린다는 것은 진심을 숨긴 채 억지로 공손한 척한다는 말이므로 사람들이 그 거짓됨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궁색하다. 겉으로만 공손한 척하는 태도를 비판한 구절입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회망悔亡 전획삼품田獲三品입니다. 후회悔가 없으니亡 사냥에서田 삼품三品을 잡습니다獲(얻을 획). 우선 손巽의 도를 깨달아 실천하면 후회가 있을 리 없습니다. 윗사람을 진심으로 공손하게 받들어 모시는 태도가 손이니, 손으로 행하면 되지 않는 일도 없고, 당연히 후회할 일도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예기禮記』에 따르면 천자와 제후들은 전쟁이 없을 때 매년 세 차례 전렵田獵을 행하는데, 그때 잡은 사냥감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우선 일품一品은 심장에 쏘아 잡은 것으로 말려서 제사에 사용하고, 이품二品은 넓적다리나 정강이를 쏘아 잡은 것으로 손님을 대접할 때에 쓰며, 삼품三品은 배에 쏘아 잡은 것으로 군주의 식탁에 올립니다. 그러므로 삼품을 잡았다 함은 군주나 임금에게 올릴 진상품을 얻었다는 말입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정길貞吉 회망悔亡 무불리无不利 무초유종无初有終 선경삼일先庚三日 후경삼일後庚三日 길吉입니다. 끝貞까지 길吉하고 후회함이 없으며悔亡 불리함이 없습니다无不利. 시작은 미미해도无初 끝은 있으며有終, 신중하게先庚三日 어려움을 헤아리니後庚三日 길합니다吉. 손巽의 도道가 그렇다는 말이고, 손의 도를 실천하면 그렇게 된다는 말입니다. 무초유종无初有終은 공손함의 도를 실천해도 처음에는 아무런 보람이 없다가 나중에야 그 결과가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선경삼일先庚三日과 후경삼일後庚三日은 무슨 말일까? 선경삼일先庚三日은 십간十干의 경庚(일곱째 천간 경)에서 앞으로先 세 번째三 날日이라는 말이므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십간에서 정丁에 해당합니다. 정丁은 신중함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렇게 보면 후경삼일後庚三日은 계癸에 해당하는데, 계는 어려움을 미리 헤아려 계획을 세운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어려움을 헤아린다는 뜻입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손재상하巽在牀下 상기자부喪其資斧 정흉貞凶입니다. 손이 상 밑에 있어서巽在牀下 그 도끼其資斧를 잃으니喪 끝貞이 흉합니다凶. 손재상하巽在牀下는 겸손이 지나치다는 의미이고, 자부資斧는 돈과 관련된 도끼, 혹은 재물과 권력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상기자부喪其資斧는 생활을 위한 기본 수단마저 잃는다는 말이고, 돈과 권력을 모두 잃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 끝은 마침내 흉합니다.

손巽은 손遜이니 이는 겸손謙遜입니다. 겸謙이 통치자의 마음가짐이라면 손巽은 피통치자의 행동지침입니다. 겸손해야 미움을 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겸손하지 않으면 손巽은 좋은 것이고, 겉으로만 겸손한 척하는 태도는 비판받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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