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
<동의보감>의 잡병편雜病篇 내상內傷문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소화를 담당하는 비장은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음식을 권하라. 비장은 음악을 좋아하므로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식사하면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다. 비위脾胃의 병을 고칠 때에는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라.”
비장은 지라를 말하고 비위脾胃는 지라와 위를 말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 됩니다. 유학에서 말하는 칠정七情은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지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칠정七情은 기쁨, 분노, 우울, 고뇌, 슬픔, 놀람, 공포인데 기쁨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정적인 감정들입니다. 칠정에 시달리게 되면 기氣가 잘 운행되지 못해 쌓이고 막히게 되는 울증鬱證의 하나인 기울氣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기울이란 정신적 스트레스情志不舒로 인한 기혈이 한 곳에 뭉치는 기기울결氣機鬱結을 가리키는 병증으로, 흉고胸苦, 흉통胸痛, 이노易怒, 식욕불진食欲不振, 월경불순月經不順, 맥침삽脈沈澁, 흉협혹비혹통胸脇或痺或痛, 부종창만浮腫脹滿 등의 다양한 증상을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기氣가 처음 병들었을 때에는 증세가 미미하더라도 칠정으로 인해 체액이 잘 운행되지 못하고 맑은 기와 탁한 기가 서로 섞이게 되면 기가 막히게 되어 더부룩한 증세가 나타나거나 아픈 증세가 생긴다고 합니다.
음식을 받는 위장이 잘 움직이고 연동해야 소화가 잘 되는데 화나고 짜증나고 슬픈 감정이 흘러야 할 것을 막아버리고 움직여야 할 것을 멈추게 합니다. 그래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가운데 음식을 먹으면 위장의 연동도 느리고 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면 산해진미를 먹더라도 위장이 꽉 막히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식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 만성 체기의 상태가 됩니다. 위장이 병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비위의 병을 앓던 사람이 기쁜 것을 보거나 원하던 일을 이루면 정신이 맑아져 병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기쁜 일, 원하던 일로 인해 원기가 잘 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소화를 담당하는 비장이 음악을 좋아하므로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 좋게 음식을 먹으라고 <동의보감>은 말합니다. 먹을 대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식사할 때에 건드리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납니다. 그렇게 되면 체합니다. 그래서 개도 먹을 때에는 안 건드린다고 하는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듣거나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