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나를 그냥 황야에 버려두어라
장자의 제자들은 죽음이 임박한 장자를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이 학문이 뛰어났지만 난세를 만나 벼슬할 기회도 얻지 못 하고, 또 자신도 벼슬을 원하지 않아 평생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께서 돌아가시면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례는 잘 치러드 리겠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하늘과 땅이 내 관이고 해와 달이 그 위의 옥 한 쌍이며 별들은 관을 장식하는 수많은 구슬이고 세상 만물이 나의 부장품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 이미 모든 것이 다 준비되었으니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나를 그냥 황야에 버려두어라.”
제자들이 놀라서 말했습니다.
“황야에 버리다니 안 될 말씀입니다. 그럼 독수리나 까마귀가 스승님의 몸을 뜯어 먹지 않겠습니까.”
장자가 말했습니다.
“땅에 둔다면 독수리나 까마귀 먹이가 되고 흙에 묻으면 개미 밥이 되겠지. 자네들은 굳이 매장하겠다고 고집하는데, 개미만 너무 편애하는 것 아닌가?”
남 얘기하듯 말하긴 했지만, 장자는 장소나 방법에 상관없이 결국 자신은 해골로 변할 것이고 먼지는 먼지로, 흙은 흙으로 돌아가듯 원래 온 곳으로 갈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장자』에는 ‘형여고목形如槁木, 심여사회心如死灰’란 말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이 말은 수련할 때, 몸은 이미 다 말라버려 더 이상 새싹이 나지 않는 마른 나무와 같아야 하며 마음은 죽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지 못하는 것처럼 늘 불 꺼진 재와 같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도가에서는 수련의 결과로서 ‘형여고목, 심여사회’를 설명합니다. 즉 수련을 마친 후 정신이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도가에서는 사람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이 중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몸과 마음뿐이다. 한 차원 높은 정신은 평상시에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서로 이해하는 등의 일들은 모두 몸과 마음의 작용입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의 작용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사람의 몸은 늘 구체적인 일과 특정한 장소에 매여 있고 서서히 늙어가기 까지 합니다. 이것은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은 너무 복잡 하게 얽혀 있어서 늘 번뇌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수련으로 몸 과 마음의 작용을 정지해 욕망이나 잡념을 제거함으로써 안정을 얻어야 합니다. 이로써 도는 정신을 낳고 정신은 도에서부터 나옵니다.